[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49개월·2산 이하 하위 경산우
출하비 마리당 30만원 지원
내년부터 1만두씩 5년간 추진 

비육 목적 암소까지 신청 땐
감축효과 반감, 돈 낭비 우려
“확실한 대안 마련해야 동의
미경산우 비육사업도 병행을”

한우자조금 예산 사용도 ‘시끌’


한우 사육두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사육두수 감축을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경제지주가 계획 중인 저능력암소(경산우)에 대한 도태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한우 사육두수 감축에 대한 실효성 없이 예산만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2019 한육우 수급조절협의회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2020년부터 5년간 저능력암소(경산우)에 대한 도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협의 저능력암소(경산우) 도태사업은 49개월 이하 및 2산 이하인 경산우 중 유전능력평가지수(혈통지수)가 하위 30%인 개체를 대상으로 농가들의 신청을 받아 현지실사 후 대상우를 결정한다. 대상우로 선정되면 마리당 30만원의 출하비를 지원한다. 연간 대상두수는 1만두, 예산은 30억원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추진한다.

농협이 저능력암소 도태사업에 나선 것은 한우 사육두수가 2022년 322만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우가격 폭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산업은 이미 2011년과 2012년 한우가격 폭락을 경험했다. 당시 송아지 가격은 40만~50만원 수준까지 추락했고 홍수 출하 현상도 나타났었다. 1만5000원대였던 한우 평균가격은 1만2000원 전후까지 급락했다.

한우업계에서는 생산비 이하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육두수의 감축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도 같은 목적으로 저능력암소(경산우)에 대한 도태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김삼수 농협 축산지원부 한우국장은 “올해 양파·돼지고기 가격 폭락사태를 경험한 만큼 미리 대처해야 한다”며 “현재 148만두인 가임암소 두수가 2022년 156만두까지 증가하는 만큼 저능력 암소를 선별해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저능력 경산우 도태사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리당 30만원의 출하비를 받기 위해 난소낭종 등의 질병으로 임신할 수 없는 비육 목적의 경산우를 농가들이 대상우로 신청할 경우 사육두수 감축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홍길 한우협회 회장은 “사업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여러 이유로 임신이 어려운 암소는 비육으로 키워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비육 목적으로 키울 암소를 도태사업에 신청한다면 사업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농협이 비육 목적의 암소가 아닌 저능력 경산우를 도태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다면 사업에 동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재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가임암소를 도태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사육두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어차피 비육할 암소에게 지원비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성 축산유통연구소장은 “미경산우 비육사업과 경산우 도태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도태사업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당 사업이 한우자조금 예산을 통해 지원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제기됐다. 황엽 한우협회 전무는 “한우자조금 예산소위원회에서도 암소의 송아지 생산 여부에 대한 검증이 안 되는 만큼 조합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자조금 중 수급안정적립금은 위기에 대비해 최대한 쓰지 않아야 한다”며 “농협이 우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자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하광옥 한육우수급조절협의회장은 “농협이 대안을 마련하면 다시 논의하자”고 정리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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