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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타작물 단지화 현장을 가다] 규모화·기계화·기술력으로 무장···논콩 재배 중심에 서다<1>김제 죽산콩영농조합법인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의 한은성 대표. 5년간 사무국장으로 법인의 살림을 맡아오다 올해부터 대표를 맡았다. 한 대표는 올해 농업인의 날, 논 타작물 재배 확산 공로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3.4%에 불과하다. 쌀은 평년작(530kg/ha)만 생산돼도 재고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공급과잉 상태인 반면 밀(0.9%), 콩(5.4%), 옥수수(0.8%)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2018년부터 쌀 수급안정 및 타작물 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논 타작물 재배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농민들의 참여는 기대보다 낮았다. 2018년 5만ha, 올해 5.5만ha를 타 작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2018년 이행실적이 53% 수준에 그치는 등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 것. 타 작물 생산 경험의 부족과 소득에 대한 불안감, 취약한 생산기반과 미흡한 기계화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 쌀의 경우 기계화율이 98.4%, 기반정비율이 81.8%에 달하지만 밭식량작물의 기계화율은 60.2%, 기반정비율은 15.5%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지난 7월 ‘논 타작물 재배단지 조성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방식 전환에 나섰다. 논 타작물 재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산지 중심으로 조직화·규모화를 추진해 영구적으로 타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시군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게 단지당 50ha 내외 규모의 타작물 재배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할 경우, 배수로 개선 등 기반 정비에서부터 장비·시설 지원, 판로 및 소득안정 지원까지 패키지 방식으로 우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개소당 50ha 규모, 총 400개소, 2만ha 수준의 논을 ‘타작물 재배단지’로 전환하고, 식량자급률은 55.4%, 밭농업 기계화율은 7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한국농어민신문은 4회에 걸쳐 ①김제 죽산콩영농조합법인 ②영암농협 메밀·유채단지 ③고창군 황토배기 고구마·논콩단지 등 우수단지 세 곳을 찾아 타작물 재배 현황 및 사업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논 타작물재배 추진 계획 등을 알아본다.



경작지 97%가 논인 지역서 
벼 대신 콩재배 획기적 시도
지역 전체에 기술력 축적
콩 평균 생산량의 ‘2배 자랑’

농기계업체와 협력해
논콩 전용 파종기 등 개발
건조·정선·선별시설도 갖춰

정부 생산조정제 추진 덕에
쌀농가보다 소득 1.5~2배 높아
향후 2~3년 지속적 지원 필요


올해 ‘논 타작물 재배실적’ 전국 1위는 전북도다. 전북이 1위를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은 김제다. 그 중에서도 죽산면의 죽산콩영농조합법인(대표 한은성)의 공로가 제일 크다. 이는 숫자가 증명한다. 올해 전북이 달성한 타작물 재배면적 7800ha 중 김제시 면적이 3100ha에 달하고, 그 중 죽산면에만 1800여 ha가 몰려있다.

죽산면에서 논콩 재배가 시작된 것은 2011년부터. 당시에도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쌀 생산조정제가 추진됐었다. 경작지의 97%가 논으로, 밭이 3% 밖에 안되는 죽산면에서 논에 벼 대신 콩 재배를 시도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난달 25일 전북 김제 죽산면에 위치한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콩 선별과 정선작업으로 기계음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한은성 대표는 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놨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리시설인 벽골제가 있는 김제는 국내에 몇 안되는 논 중심지로 벼농사 이외에 다른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곳이다. 그 흔한 하우스도 거의 없다. 하지만 2010년 쌀값이 크게 하락하고, 소득이 갈수록 줄면서 농민들 사이에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11명의 농민들이 먼저 뭉쳤다. 논콩작목반을 구성하고 30ha 규모로 김제원예농협과 함께 논콩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2013년 법인으로 확대 개편한 이후 지금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은 74명으로 늘었고 재배면적은 620ha로 커졌다.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지역에 축적된 기술력이다. 죽산면은 콩 재배에 대한 기술력이 지역 전체에 축적돼 있다. 그래서 우리 지역 같은 경우 누군가 와서 콩 농사를 처음 시작해도, 우리나라 평균 콩농사 수량의 2배 가까이 나온다.”

-기후나 토지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기술력 때문에?
“그렇다. 벼농사와 같은 이치다. 귀농한 농부가 처음 벼농사를 지어도 어느 정도 수량이 나오는 건 우리나라 농민들이 벼농사에 대해선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옆집 사람이 한마디, 지나가던 마을사람들이 한마디씩 해주면서 기술력이 전파된다. ‘농약상에 가서 무슨 농약 써야됩니까. 농협에 가서 지금 뭐해야 돼요?‘ 물어도 다 알려준다. 죽산에선 콩이 그렇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시켜 온 모든 기술적 노하우를 100% 다 공개하고 이웃농가들과 함께 기술력을 높여갔다. 그러다보니 누가 농사를 지어도 월등한 수량을 낼 수 있는 기술력이 지역적으로 축적돼 있다.”

실제 죽산면의 10a(300평)당 평균 수량은 350kg으로 국내 평균 수량의 두 배에 달한다.

▲ 논 타작물 재배가 성공하려면 ‘기계화’가 필수다.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은 그동안 농기계업체와 협력, 콩 전용 파종기와 콤바인 등을 개발, 보급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현재는 수작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기계화를 이뤘다. 사진은 정선·선별시설. 조합원들이 수확물량을 갖고 오면 정선과 선별을 거쳐 판매해 수익금 입금까지 전부 조합이 책임진다.


-쌀농가가 밭작물로 작목을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기계화’ 때문이다.
“맞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 입장에서 ‘기계화’가 되지 않고서는 작목 전환은 어렵다. 특히나 이 정도 규모화를 위해선 기계화가 핵심이다.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의 경우 파종에서 수확까지 수작업이 거의 없다. 농기계업체와 협력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논콩 전용 파종기와 콤바인 등을 개발, 보급했다. 건조·정선·선별시설도 갖췄다. 조합원들은 수확한 콩을 자기 순서에 맞춰 갖다 놓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정선과 선별을 거친 후 판매해 수익금 입금까지 전부 조합이 책임진다.”

-가장 큰 문제가 판로일텐데.
“한 해 수확량이 2000톤 정도 되는데, 현재 50%는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계약재배를 통해 납품한다. 50%는 정부 수매다. 국산콩생산자협의회, 들녘경영체중앙회 등을 통해 500톤씩 1000톤 정도가 aT로 들어간다. 사실 앞으로 수량도 많아지고 전국적으로 재배면적도 늘고 있기 때문에 판로는 우리도 걱정해야 되는 부분이다. CJ 등의 대기업을 비롯 검은콩두유 생산업체 등 새로운 판로를 뚫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입콩과의 경쟁이 가능한가.
“아직까지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땅값과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가격하락 요인이 크지 않다.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더 높이고, 안전성과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쌀농가와 비교했을 때 소득은 어떤가.
“작년과 올해 쌀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생산조정제 덕분에 콩농가 소득이 1.5~2배 정도 높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생산조정제가 없어지면, 일부 경쟁력 있는 선도농가를 제외하고는, 당장은 안정적인 소득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벼가 더 유리하다. 농가들이 작물 생산 경험을 쌓고 독자적인 판로 개척 등이 가능하도록 향후 2~3년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타작물 단지화’를 위해 패키지 형태로 지원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벼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바로 콩농사를 지을 수는 없다. 기술이 축적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의무할당을 하다보면 반드시 실패사례가 나온다. 그러면 전파가 어렵다. 다만, 개소당 지원을 하다보니 우리 조합처럼 600ha가 넘는 조합이나 5ha인 조합이나 지원규모가 똑같다. 이건 좀 불합리한 면이 있고, 오히려 규모화를 저해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규모를 감안한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상근직원 없이 100% 무임봉사
현재 2세들에게 승계작업 활발
“콩 농사 안심하고 짓도록 최선”


죽산콩영농조합법인에는 상근 직원이 한명도 없다. 임원 5명, 이사 11명이 공동책임 하에 청소부터 농자재 공동구매, 공동판매, 교육연수, 회계결산까지 조합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한은성 대표(54)도 자기 농사 11.5ha(3만5000평)를 지으면서 100% 무임 봉사하고 있다.

한 대표는 2012년 합류해 5년간 사무국장으로 법인의 살림을 도맡아오다 올해 전임 홍종원 대표의 ‘강권’으로 대표를 맡게 됐다. “홍 대표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개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렇게 기틀을 만들어 놓으셨거든요. 옆에서 고생하시는 걸 다 봐왔기 때문에 저는 못하겠다고 끝까지 버텼는데, 이렇게 됐네요. 만나면 농반 진반, 원망을 많이해요.(하하)”

원년 멤버들은 지난해까지 조합을 이끌다 지금은 대부분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현재 2세들에게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7~8명 정도가 조합에 참여 중이다.

얼마 전 ‘논타작물 재배 확산’ 공로로 제24회 농업인의 날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한 대표는 “큰 돈 번다는데 안 좋아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사실 농민들은 그보다는 노력한 만큼 소득을 올리는 걸 원한다”면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농가들이 안심하고 콩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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