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운영효율화 앞세워 추진
김치 연구 분야·규모 작아
연구 성과 미흡 우려 
국회서 지적 잇따라 
발효식품 전체로 확대 검토

▶김치업계는 강력 반발
“김치는 식품아닌 문화”
대한민국김치협회 탄원 절차
세계김치연구소도 노조 설립
연구 지속·연속성 저하 
예산 축소 등 우려 목소리


세계김치연구소가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본원인 한국식품연구원과의 통합 추진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김치업계에서는 김치 연구 분야의 축소와 연구의 지속성 저하 등을 우려하며 통합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으로 2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달 8일 한국식품연구원 부설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의 본원 통합 등 운영 효율화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국회 일부 의원들이 지속해서 세계김치연구소의 조직 운영체계와 연구 영역에 대한 지적을 제기함에 따른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전략부 연구·개발 전략팀 관계자는 “4년 연속 세계김치연구소의 운영에 대한 국회 지적이 있었다”며 “김치는 식품의 한 분야일 뿐이고 다른 연구 기관들과 비교했을 때 연구 분야와 규모가 작아 연구 성과가 안 나올 수 있으니,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라도 세계김치연구소의 연구기능을 발효식품 전체로 확대하는 등 본원과 통합하라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치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서고 있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김치는 단순 식품이 아니다. 김장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며 무, 배추, 고추, 양파, 마늘 등 국내 5대 밭작물을 원료로 하고 있다”며 “국산 김치 수출도 증가하고 세계적으로 김치의 위상은 높아져 가고 있는데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세계김치연구소를 없앤다는 건 엄청난 손해이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이번 달 내로 이사회를 소집, 세계김치연구소 통합을 반대하는 탄원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세계김치연구소도 최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통합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전국공공연구노조 세계김치연구소 지부는 출연연구기관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명분으로 연구소 직원을 제외하고 통합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세계김치연구소의 소장 임명을 고의로 지연하는 한국식품연구원의 행위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지난달 17일 이후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이 공석인 가운데 직무대행을 통한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세계김치연구소 노조는 “김치산업진흥법을 보더라도 세계김치연구소의 설립목적이 명확하지만, 연구회는 김치연구소가 독립적으로 있어야 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며 연구기관의 효율성을 위해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식연과 통합이 이뤄진다면 김치 분야의 연구 지속성과 연속성이 줄어들고, 예산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세계김치연구소 노동조합은 과기부 소관 국장 및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면담 요청과 통합 중단 촉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당초 추진 과정에서 세계김치연구소에 통합 추진 배경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연구소 소장이 현재 공백이다 보니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김치연구소의 통합이 필요한지는 향후 TF팀에서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검토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한편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와 관련된 분야의 연구개발, 발효 및 유통기술, 시험평가, 기술지원 등을 수행해 전통식품인 김치를 세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 1월 1일 설립됐다.

주현주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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