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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과 차별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특권’이라는 말에 예민해진 요즘이다. 권력자들이 공익을 위해 부여받은 ‘특권’을 사유화해 사익을 편취하는 관행과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분노와 상실감이 크다. 불과 몇 년 전 현직 대통령 사상 초유의 탄핵을 경험했고, 올해에는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갈등이 극심했다. 가장 최근에는 검찰 특권에 대한 사법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특권층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 한 부류가 국회의원이다. ‘세비’를 받는 선출직 공무원인 이들은 여의도에 입성한 뒤 갈등 국면마다, 어깨띠를 두르고 ‘머슴이 되겠다’고 자처했던 과거와는 전혀 딴판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은 올해를 포함해 5년 연속 지키지 못하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국회 관행대로 정치공세라는 이유로 ‘특권’은 정당화되고, 보편성과 형평성이라는 국민 정서는 짓밟히기 일쑤다. 오죽하면 20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발족했을 정도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바라보는 여론 중에서는 “특권만 앞세우고 일은 안 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과도한 특권을 조정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국민이 준 특권을 공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활용해 왔다면 ‘정치 혐오’, ‘정치 부재’라는 시각은 최소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진 자의 특권에는 민감하지만, 우리 사회는 가지지 못한 이들에 대한 ‘차별’에는 무감각한 면이 많다. 농민, 다문화가정, 노인, 여성, 동성애자, 사회적 재난 피해자 등 소수의 목소리는 이기주의적 편협이라는 다른 이름의 ‘특권’으로 매도된다.

최근 농업 분야의 사례를 보면, 정부는 향후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농업 분야의 개도국 지위 ‘특혜’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농민들 사이에선 ‘특혜가 있었냐’는 반응이 숱하다. 공익적 관점에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는 분야를 두고 ‘특혜’와 ‘특권’이라는 인식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며 본질을 호도하는 ‘지록위마’를 떠올리게 한다. 제도상 특혜가 보장됐을 수는 있지만, 그 특혜를 제대로 활용해 국내 농업으로 돌려줬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크다.

각국과의 개방화 협상에서 농업 희생 대신 반대급부로 얻어지는 특혜는 산업자본, 금융자본이 만든 ‘저수지’로 흘러가고 있다. 이 특혜를 보고 있는 이들은 뒷짐을 지고 있을 뿐 사회적 책임과 도리에는 관심이 크지 않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대기업의 모습이 딱 그렇다.

우리가 논쟁을 삼아야 할 특권들은 드러나지 않은 수면 밑에 있는 것들이 훨씬 많고,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활발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민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차별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목적과 방향성을 상실한 특권에 대한 분노와 비판은 중요하지만, 여기에만 그쳐서는 소모적이다. 특권이 어느 지점에서 출발했고,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희생되는 이들이 누구인지, 누군가가 당연하게 여기는 ‘특권’이 어떤 이들이 불합리하게 받는 ‘차별’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특권’의 본류를 짚어가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고성진 농정팀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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