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 반발로 법사위 계류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전염병 감염 안된 돼지도
‘강제 살처분’ 우려 목소리

정부 일부 수정, 단서조항 마련
한돈협회 설득작업 나서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도 사육돼지에 대한 살처분 명령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통과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단체와 양돈 농가의 반대에도 농림축산식품부가 법안 개정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야생조류나 야생멧돼지 등 가축전염병 특정 매개체에서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주요 제1종 가축전염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살처분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지난달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에 따라 법안 개정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농가 재산권 제약과 대한한돈협회의 강력한 반대 등을 이유로 법안 통과 보류를 요구한 법사위 의원들에게 발목을 잡혀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할 경우 가장 위험한 농장을 한정적으로 살처분 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이달 내 국회 법사위 재심의를 통한 법 개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개정안의 살처분 명령 부분에 대한 일부 수정을 거쳐 한돈협회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농식품부의 수정안은 가축 또는 가축전염병 특정 매개체가 있었던 인근 지역 농가의 가축을 살처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특정 매개체는 농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단서 조항을 마련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농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역학조사에서 가축전염병 특정 매개체와 접촉했다고 밝혀지거나 의심되는 경우 △일정 지역에서 특정 매개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지방 가축방역심의회에서 가축에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설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렇게 법안 개정이 이뤄져도 양돈 농가들이 우려하는 정부의 강제 살처분 명령 가능성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살처분에 대한 의지를 가진 경우 일부 생산자단체 관계자의 반대의견만으로는 지방 가축방역심의회의 살처분 결정을 막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 그 이유다. 결국, 사육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철원 지역 양돈 농가 같은 경우 살처분 대상이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한돈협회는 정부가 가축전염병예방법과 관련한 시행규칙·고시 등을 변경할 경우 협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지방 가축방역심의회 구성 시 농가 대표 및 생산자단체가 추천하는 현장 수의사가 반드시 위원으로 과반수 참여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는 내용의 요구사항을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한돈협회 요구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방 가축방역심의회의 생산자단체 참여 부분은 협회 요구를 수용해 지자체에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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