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사회와 농촌복지 심포지엄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한국농촌복지연구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민농업포럼, 농어촌복지포럼이 공동 주최한 ‘포용사회와 농촌복지 심포지엄’이 11월 28일 서울 용산구 농업기술진흥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농어촌 복지와 관련한 중앙정부의 기본계획이 부처 간 개별 수립·진행되고 있어 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해 정책 대상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등의 정교한 정책 설계도 요구됐다. 이 같은 목소리는 11월 28일 서울 용산구 농업기술진흥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포용사회와 농촌복지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한국농촌복지연구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민농업포럼, 농어촌복지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학계, 연구기관, 지역 전문가, 언론 관계자들이 참석해 농촌복지 현황과 발전 방향 등을 논의했다.
 

부처마다 보건복지 계획 따로
제대로 시행되는데 한계 뚜렷

‘농촌인구 감소는 농정실패 탓’
농촌특수성 반영해 정책 설계
지역에 맞는 전달체계 구축
주민 역량 강화에 초점 둬야


▲부처마다 ‘제각각’ 농촌복지 정책=정부는 2004년부터 농어촌 관련 보건복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시장 개방 가속화 등의 농정 정책으로 농어촌지역의 소득 및 인구감소, 삶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포용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들어 농정의 중요한 한 축으로 농촌복지 분야가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의 기본계획이 각각 수립·추진되는 등의 분절적 현상이 지속돼 오면서 농어촌 복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 데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포용복지센터장은 “2004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삶의 질 기본계획’을, 보건복지는 ‘농어촌 보건복지 기본계획’을 별도로 수립하고 있다. 올해도 부처별로 4차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협업보다는 각 부처별로 기본계획이 수립 중”이라며 “이 같은 분절적 현상이 지속되면서 농촌은 물론 주민의 욕구를 반영하고 미래지향적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태완 센터장은 이어 “현재의 농어촌 기본계획은 각 부처의 주요사업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협업을 통한 기본계획 수립이 되지 않고 있다. 관련 법률의 통합, 부처 간 인력 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통합적 기본계획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 목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농어촌 보건복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1차부터 4차 계획까지 모두 참여했다. 돌이켜보면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본계획을 수립했는데, 왜 잘 안 됐을까 하는 고민이 크다”며 “부처별 칸막이 계획이었고,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혁신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도시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과제인 만큼 변혁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은 농식품부 농촌사회복지과 사무관은 “최근 들어 교육부와 행안부, 국토부, 농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가 모이는 자리를 자주 갖고 있다. 축이 되는 틀은 ‘삶의질 위원회’”라며 “내년부터 4차 기본계획을 잘 시행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인데, 부처 사업을 통합해 추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촌 특수성 반영한 정책 설계 필요=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한 복지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훈규 거창군 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은 “농촌의 ‘인구감소’는 지금의 현실을 고스란히 야기하는 원인이 아니라 농정 실패의 결과물”이라고 진단하며, 이런 인식 속에서 농촌 복지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봤다. 김훈규 사무국장은 “경남 합천에선 최근 버스안내양 제도를 부활했다. 자율주행 시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농촌에선 버스안내양 제도를 부활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농촌에 거주하는 주민들 입장에선 자율주행 버스가 움직이는 것보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버스안내양이 정책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석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은 도시에 비해 지리적 격차로 인한 의료인력의 불균등, 의료서비스 접근성의 격차로 인해 대표적인 지역불평등을 보이고 있다”며 “일례로 보건의료자원의 분포 측면에서 도농 간 격차는 2017년 기준 도시 5만8678개소인 반면 농어촌은 7591개소로 도시의 12.9%에 불과하다”고 농촌 지역의 실태를 알렸다.

농촌 지역에 맞는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김영란 목포대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서울시민들과 수도권 주민들만 정책 대상자로 보고 있는 측면이 크다. 국민의 복지를 실제 지역 특성을 반영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 전달체계의 문제도 크다”고 짚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팀장은 “농촌 지역은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나 사회 구성원은 고령인, 다문화 가정, 외국인 근로자, 귀농·귀촌인 비중이 늘며 양극화 심화와 지역사회공동체 유대관계 약화 등으로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다양한 복지 수요 파악과 더불어 안정적인 전달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업회의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책 설계 시 대상자를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이철갑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농촌 내부적으로도 구성원들이 분화되고 있기 때문에 농촌 복지도 그에 맞게 어떤 사람을 대상자로 해야 할지 명확히 타깃을 정해야 한다”며 “도시와 농촌의 복지 문제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방식이 달라야 하고, 농촌 복지의 경우 자연 부락을 중심으로 품목별 조직 등을 활용해 단위별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은 “귀농귀촌에 있어 젊은 층에게는 교육 문제, 노년층에게는 의료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전북 진안에서 활동하는 이문수 (사)농촌복지센터 대표는 “농업회의소 등 중간조직이 많이 만들어져도 결국에는 지역주민 스스로 역량을 높이거나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을 통해 지역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면서 “돈이 투입되지 않아도 지역 사회가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훈규 사무국장도 “지역주민 역량을 강화해 주민이 주도하는 농촌복지, 마을공동체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지자체에 담당부서 하나가 신설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정책의 객관적 평가·분석 요구=기존 정책 실패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길 논설위원은 “그동안 농정의 총체적인 실패가 농촌사회의 해체를 가져왔는데, 이것을 해결한다고 개발주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큰 문제다”라며 “개발주의 농정은 대표적으로 삶의 질 향상 계획에서 드러난다. 2015년부터 3차에 걸쳐 22조원, 34조원, 46조원 규모의 계획을 세웠는데, 농촌복지 외에 지역개발, 정주생활기반, 복합산업 활성화, 경제활동 다각화 등으로 식품기업, 토건업자, 컨설팅업체에 예산이 흘러들어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추후 토건사업에 쓸 예산을 농촌복지 재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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