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농가 접촉 차단방법 마련 후 
양돈농가 재입식 모색 목소리


정부가 접경지역의 멧돼지 개체수 저감과 관계없이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살처분 및 수매·도태에 참여한 농가들의 재입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멧돼지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돼지 사육 농가에 대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 살처분 및 수매·도태에 참여한 접경지역 농가들이 정부에 재입식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야생멧돼지 폐사체의 지속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검출을 이유로 멧돼지에 의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재발생 위험도 평가 후 재입식 여부를 결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멧돼지 전문가가 멧돼지와 상관없이 양돈 농가의 재입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양돈수의사회가 지난 11월 27~28일 ‘아프리카돼지열병 극복, 한돈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충청북도 C&V 센터에서 개최한 연례세미나에서 멧돼지 연구를 진행 중인 이성민 서울대 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멧돼지 개체수 제로화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양돈 농가 재입식을 멧돼지에 대한 정리가 끝난 후 허용하려면 앞으로 농가에서는 절대 재입식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민 연구원은 멧돼지의 습성을 언급하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멧돼지는 겨울철이 짝짓기 시기로, 이 시기에는 멧돼지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멧돼지를 발견할 수 있는 빈도가 떨어지고, 짝짓기 이후에는 개체수가 다시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 이성민 연구원은 “9~10월까지는 멧돼지를 많이 목격할 수 있는데, 이는 멧돼지가 먹이가 있는 주변에 계속 머물면서 행동이 가장 적은 시기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수컷 멧돼지의 경우 겨울철 짝짓기 시기에는 먹지도 않고 짝짓기 대상인 암컷을 찾아 깊은 산으로 들어가는 만큼 포획이 어려운 것은 물론, 번식도 빠르게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성민 연구원은 이날 환경부가 추진 중인 광역 울타리 설치 사업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일반적인 펜스 형태로는 멧돼지 이동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 이성민 연구원은 “2~3개월은 효과가 있겠지만 멧돼지가 펜스 형태에 적응하면 펜스가 없는 곳을 찾아서 이동하거나 펜스 아랫부분의 땅을 파서 넘어간다”며 “그래서 일본 같은 경우 펜스 아래에 콘크리트로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민 연구원은 따라서 “정부가 멧돼지에 대한 정리를 끝내고 양돈 농가의 재입식을 허용하려면 농가는 앞으로 절대로 재입식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멧돼지의 농가 접촉을 차단할 방법을 마련한 후 멧돼지와 상관없이 재입식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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