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 사회적 경제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대통령 직속 농특위와 김정호 국회의원이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어촌 지역의 사회적 경제,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면서 각종 분야에서 관련 움직임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추진된 농어촌 지역의 사회적 경제는 일부 사례에서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지역 특수성과 한계 등의 이유로 도시와 차별화된 활성화 방안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 지역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돼 농어촌 지역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 추진 방향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김정호 국회의원이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어촌 지역의 사회적 경제 어떻게 활성화 할 것인가’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추진주체·역량 취약한 농어촌
도시와 차별화된 접근 필요
‘동락점빵·초록협동조합’ 등
자발적 공동체 활동 덕분 안착

개별사업보다 생태계 조성 역점
‘부처별 칸막이’ 걷어내고
지역특성 고려 융통성 부여해야


▲기존 사회적 경제 정책의 문제점은=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사회적 경제 활성화다. 고용불안·양극화·고령화 등의 해결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다. 이를 위해 2017년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이 마련됐고, 정부는 각 분야별 사회적 경제 확산 방안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적 관점이나 주체역량 강화, 지역순환, 지역자원 연계 등의 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유정규 의성군 이웃사촌지원센터장은 “농어촌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지역’적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반해 기존의 사회적 경제정책에는 ‘지역’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며 “또한 현행 ‘일자리 창출’ 중심의 사회적 경제정책에는 ‘지역순환’의 관점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유정규 센터장은 또 “농어촌 지역의 경우 도시에 비해 사회적 경제의 추진주체가 취약하기 때문에 도시 지역에서의 주체 육성과는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각종 지역개발사업으로 구축된 지역 내 많은 시설이나 사업과 사회적 경제정책의 의식적인 연계 노력도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2017년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고 지속적으로 보완돼 나아가는 중이지만, 정책 방향이 사회적 경제 ‘생태계’보다는 ‘개별 사업’에 집중돼 있어서 정책 집행 관행이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농어촌형 사회적 경제가 왜 필요한가=농어촌 지역의 공간적·주체적·자원적 특성을 반영해 도시 지역과 차별화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유정규 센터장은 “농어촌 지역은 사회적 경제정책 수혜자의 존재 형태가 도시지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사회적 경제정책과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어촌 지역은 도시에 비해 사회적 경제의 추진주체와 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에 도시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일반 사회적 경제정책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지속적인 농어촌지역개발사업으로 농어촌 지역에 다양한 소득 및 편의시설이 만들어졌지만 운영역량의 한계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농어업·농어촌의 다면적 가치에 대한 국민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농어촌형 사회적 경제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숙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사회복지과장은 “정부는 2017년 10월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이래 사회적 경제가 생활서비스, 사회서비스가 부족한 농어촌에도 활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주민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에 사회적 경제 요소를 담아가고 있다”며 “농식품부와 해수부, 산림청, 농진청이 협력해 ‘사회적 경제와 연계한 농산어촌 활성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농어촌 지역의 사회적 경제 사례는=농어촌 지역에는 현재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사회적 농장 등 약 6000개 이상의 사회적 경제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상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스스로 조달하는 사회적 경제 사례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귀농한 청년 부부 5가구가 중심이 돼 마을을 순회하며 생필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인 ‘동락점빵’(전남 영광), 귀농한 젊은 주부들이 모여 청소년 대상 사회적 경제 창업스쿨, 여성사회적 경제 아카데미, 방과후 마을 학교 등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록협동조합’(전북 장수), 귀촌한 여성을 운전자로 고용해 버스노선이 부족한 지역에 버스를 운영하는 ‘금광골영농조합법인’(강원 횡성) 등이 대표적이다.

‘동락점빵’을 운영하고 있는 여민동락공동체의 권혁범 대표는 “시작은 복지였지만 단순히 복지를 넘어 농촌의 경제, 교육, 문화, 복지의 융복합적 접근을 시도한 것은 단편적 접근으로는 복잡한 농업, 농촌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마을복지는 국가에서 내려주는 돈 중심의 처방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면밀한 지역 조사와 더불어 마을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나눔과 선의 의식을 어떻게 잘 발현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향후 추진 과제는=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농어촌 지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 △주체 발굴·육성 △지역자원의 연계 강화 △통합적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특히 관행과 지침 중심으로 운영돼 지역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 지역개발사업을 전면 개편하고, 지역 주민들이 현장 요구에 맞춰 스스로 사업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행정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목됐다.

권혁범 대표는 “여전히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지역개발사업을 근본부터 싹 뜯어고쳐야 한다”며 “주민주도성은 구호 수준이고 현장에선 지침과 관행만을 강조하는 행정, 지자체장의 공약 이행과 치적사업으로 인식되는 수준, 도저히 실현 불가능함에도 개별 조직이나 특정 인맥을 동원하는 사람들의 지역개발사업 도전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으로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어 “천차만별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지역개발사업의 지침과 조건을 융통성 있게 지역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부처별 칸막이도 걷어내 지역주민 다수가 혜택을 보는 농촌복지 활동의 경우 보건복지부 관할 사업이더라도 사회적 경제 조직이 추진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안인숙 집행위원장도 “행정의 혁신 없이는 사회적 경제의 본질적인 특성에 기초한 자원발굴과 주체역량 강화 및 사회적 자본형성(생태계, 네트워크)은 불가능하다”면서 “새로운 정책의 투입보다 기존 정책 간의 연계성에 대한 고려 속에서 사회적 경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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