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협회 개선방안 협의회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협 한우개량사업소가 ‘독점’
국가 단일체계로 다양성 결여
특정 정액 쏠림현상도 높아
수 십 만원 주고 웃돈 거래도

‘보증씨수소 5마리 보유’ 기준
‘후보씨수소 보유’로 완화 추진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에서 독점 생산·공급하고 있는 한우 정액 생산·공급체계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한우협회는 최근 한우 정액의 독점 공급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우 보증씨수소 생산체계 개선방안 협의회를 개최했다.

현행 축산법 시행령 중 별표1 축산업의 허가 및 등록기준에 따르면 정액생산시에는 능력검정을 마친 보증씨수소를 5마리 이상 보유할 것으로 명시돼있다. 국내에서 검정을 마친 경우 검정 기준에 따라 선발된 씨수소여야 하고 외국에서 검정을 마친 경우 수입 종축 등의 생산능력 및 규격기준에 맞아야 한다.

결국 이 같은 기준에 맞춰 보증씨수소를 보유한 농협(농협 가축개량원) 외에는 정액처리업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국가 단일체계로 보증씨수소를 생산할 경우 보증씨수소의 다양성이 결여되고 혈연관계만 높아진다.

독점공급체계이기 때문에 특정 정액에 대한 쏠림현상도 높다. 한우 농가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개체번호 ‘KPN1203’ 정액의 경우 지난해 16.8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1만원에 구매한 정액이 수 십 만원에 이르는 웃돈 거래도 종종 이뤄지고 있다.

이에 전국한우협회는 ‘보증씨수소 5마리 이상 보유’라고 명시된 기준을 ‘가축개량총괄기관 또는 지자체(시도)에서 운영하는 가축개량협의회에서 선정한 후보씨수소를 보유할 것’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같은 건의사항이 반영될 경우 시도에서도 보증씨수소의 선발, 정액의 생산·공급을 할 수 있다.

축산 선진국에서는 특정 기관이 독점적으로 한우 정액을 공급하지 않고 많은 업체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정액을 공급하고 있다. 같은 품종이라도 회사마다 형성되는 가격도 다르다. 실제 앵거스 품종의 경우 Sek Genetics사는 12~70달러, 최대 250달러까지 정액 가격이 책정됐고 Accelerated Genetics사는 15~55달러, Whitestone-Krebs사는 15~50달러, Bull Barn사는 10~75달러, 175~200달러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정액을 보유하고 있다.

한우업계 한 관계자는 “정액 공급업체를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당대검정과 후대검정을 충분히 진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액 공급체계를 다양화한다면 한우 유전자를 다변화하고 보호하는데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정액처리업에 대한) 문호를 확대해 종모우 체계를 국가(서산)와 지역종모우 체계로 이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가기관이 주도적으로 생산·공급했던 체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정부가 축산법 개정을 어떻게 진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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