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수확기 이후 수개월째 약세
김장철 소비·시세 지지 안돼
‘내년산까지 영향 미칠라’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 목소리


수확기 이후 수개월째 마늘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장철에도 소비와 시세가 지지 되지 못하며 마늘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마늘 소비 성수기인 김장철 판매가 부진하며 자칫 양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마늘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마늘업계는 무엇보다 김장철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김장 비용이 급등했다는 소식이 연일 매스컴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김장 소비가 가라앉았다는 것. 실제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었지만, 마늘 시세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aT KAMIS)에 따르면 20일 깐마늘 1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6461원으로 1년 전 8437원, 평년 8993원보다 상당히 낮다. 최근 가격 흐름을 보면 14일 6746원, 15일 6682원, 18~19일 6428원 등 김장철이 본격화됐지만 오히려 시세는 하락하고 있다. 피마늘 도매가격(중도매인 판매가격)도 난지형 10kg 상품 기준 19~20일 3만3600원으로 그 전주 3만4000원보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피마늘의 평년 가격은 5만4963원, 지난해 가격은 5만2288원이었다.

마늘업계는 일방적인 김장 비용 상승 우려가 김장철 소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마늘을 비롯해 건고추, 양파, 생강 등 양념류 가격이 좋지 않은 건 고려치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성명경 한국농업경영인 창녕군연합회장은 “하도 김장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 김장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이 중 마늘, 양파, 건고추 등 수확 이후 가격 약세가 지속됐던 양념류는 김장철에도 물량이 안 빠지며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며 “마늘은 가격이 한 번 무너지면 3년은 후유증이 간다고 하는데 이번엔 그 이상을 갈까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깐마늘업계는 시간이 지나며 지속적인 저장 비용 투입에 감모율 발생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마늘업계에선 수확기 잘못 형성된 여론으로 현재까지 마늘시장 부침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진욱 한국마늘가공협회장은 “1년에 한 번 하는 김장인데 너무 비싸다는 자극적인 소식만 전해지다 보니 매기가 전혀 없다”며 “저장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데다 파지율도 올해는 작년보다 2~3% 많아, 100개 중에 20개는 파지로 빠지고 있다.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수확기에 마늘 양이 많고 상품성은 좋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됐는데 사실 그런 물량은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었고 양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수확 이후 첫 가격 지지가 되지 않았던 게 현재의 가격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내년산 마늘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감지되고 있다. 더욱이 현재까진 내년산 작황도 좋고, 양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11월 마늘관측을 보면 2020년산 재배의향면적은 2019년산보다는 10% 감소하나 평년보다는 1% 많은 2만4930ha로 추정된다. 관측본부 조사만 보더라도 평년보다 많지만 산지에서 농가들이 느끼는 체감은 이보다 더 많은 마늘이 심어졌다고 보고 있다.

경남 의령의 마늘 농가 이신우 씨는 “파종기 마늘 종자가 많이 부족했다. 종자 비용이 지난해 두 배 이상 나간 걸 보면 알 수 있다”며 “양파 모종을 실패한 농가들이 마늘로 돌아선 양이 상당하다”고 산지 상황을 전했다. 이 씨는 “가격이 바닥세고 소비도 안 돼 현재 저온창고의 물량이 3분의 1도 풀리지 않았다”며 “반면 심고 나서 바로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아 내년산 작황은 현재 상당히 양호하고 면적도 증가해 자칫 내년 수확기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지에선 통상 매년 수확 한두 달 전부터 전개되는 마늘 수급대책을 이번엔 올겨울부터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신우 씨는 “매년 수확을 앞두고 정부 대책이 추진되는데 그렇게 하면 늦게 돼 있다. 올해산 재고와 내년산 재배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더욱이 현재 마늘업계 상황이 최악이기에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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