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 기자] 

12일 저녁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수입 양배추가 거래돼 산지 농가와 유통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12일 저녁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수입 양배추가 거래돼 산지 농가와 유통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가격 회복세 보이자마자
수입 농산물 전진기지로 
가락시장 활용 우려

농안법상 수탁거부 금지
무까지 거래 문의 이어져
도매법인도 고민 커져 


“이제 겨우 값 좀 받으려 하는데, 이렇게 수입 양배추가 거래되면 되겠습니까.” 지난 12일 저녁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 한 쪽에 10톤 트럭 1차 분량의 수입 양배추가 내려진 장면을 보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한유련) 최병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목소릴 높였다. 가락시장에서는 지난 7일에도 수입 양배추가 들어와 한유련 관계자들과 유통인 간 실랑이가 있었다.

그동안 가락시장에서 수입 양배추가 거래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 국산 양배추 도매가격이 평년보다 낮은 3000~4000원(8kg)선에서 거래되다, 최근 가격이 회복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수입 양배추가 들어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평균 양배추 도매가격은 6397원으로 9월 3077원보다 2배 올랐지만, 평년 6805원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날 들어온 물량은 한 중도매인이 정가수의매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선 위원장은 “수입업자와 중도매인이 어떻게 결탁됐는지 몰라도 상장 거부를 못하는 도매법인에 물건을 내려놓고 거래를 해달라고 하고 있다”면서 “지난 1년간 헐값에 던져지며 농가들이 신음해 왔는데 이제와 슬금슬금 수입 양배추가 늘어나면 어쪄냐”고 말했다. 

양배추 산지유통인 강대석 한유련 충남연합회장도 “산지유통인들도 그동안 돈을 다 까먹은 상태”라며 “시세가 조금 좋다고 수입을 바로하면 국내 양배추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는 태풍이 서너번 오다보니 상품 자체도 좋지 않아 밭에다 버리는 일이 있다”며 “지금도 농민이나 상인들은 다 죽어나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가락시장이 수입 농산물 전진기지로 활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도매법인들도 이런 품목에 대해 마땅한 제어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가락시장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농안법상 수탁 거부 금지 조항이 있어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은 상장거래를 해야 한다”며 “최근 들어 수입 양배추는 물론 수입 무도 시장에 내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무, 배추까지 무분별하게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면 국내 농업이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법으로 금지돼 있으니 ‘받지 않겠다’라고는 못하고, ‘시장에서 살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에둘러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수입 당근이 들어오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버렸다. 이제는 막을 길도 없다”며 “이러니 당근 농사를 짓는 사람이 무로 돌아섰고 무가 과잉 생산되는 악순환이 반복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가 또 무너지면 농민들은 어디로 가냐”며 “수입 농산물이 손쉽게 거래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태 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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