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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공익형직불제 핵심쟁점 총정리] 고투입·집약적 농업 탈피···‘공익기능’ 보상 통해 농촌환경 살려야<4>공익적 기능 강화방안은·끝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농업환경 및 생태 보전을 위해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공익형 직불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는 의견이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 제고는 물론 농촌공동체 회복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겠다면서 내세운 목표는 1)농업인 등의 소득 안정과 2)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증진, 두 가지다. 지난 9월 9일 박완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도 이 같은 뜻이 담겨 있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법률의 명칭은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로 바뀐다. 법률의 명칭으로만 보면 ‘농업소득 보전’ 보다는 ‘공익기능 증진’에 더 방점이 찍힌 모양새다.

하지만 쌀변동직불금 폐지와 예산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워낙 거세다보니, 정작 직불제 개편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던 ‘농업의 공익기능 증진’을 둘러싼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농업의 공익기능 증진의 내용은 무엇이고, 정부가 왜 이를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 향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식량공급·자연경관 보전 등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 많은데
투입재 과다, 가축전염병 빈발…
부정적 효과에 따가운 시선도

고령화·과소화로 지속성 위협
공익형 직불 통해 해결해야

기존 친환경·경관보전직불 등
예산 비중 낮아 효과 미미
사업대상 활동도 일부 한정
공익적 기능 제고 ‘한계’

하천·저수지·농촌마을 대상
주민 실천프로그램 만들어야


◆뒷전으로 밀린 ‘공익기능 증진’ 논의

우리나라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 9항에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으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 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의 보전,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 등이 명시돼 있다.

농업의 이러한 기능은 이미 WTO 설립을 위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도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으로 논의된 바 있다. 실제 농업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과 생태계 보전, 자연경관의 유지, 전통문화 계승, 지역사회 유지와 발전 등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의 부정적 외부 효과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만만치 않다.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는 생산주의 농정 하에서 비료, 농약, 기계, 시설 등을 집약적으로 투입, 오히려 농업이 환경과 생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질소 시비량은 OECD 평균의 3.4배로 회원국 중 1위이며 인 수지는 8.6배(2위)에 달한다. 여전히 고투입·집약적 농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류독감과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전염병이 빈발하고 가축의 살처분이 이어지면 어김없이 공장식 축산에 대한 혐오가 분출한다. 2010~2011년의 경우엔 구제역 발생으로 살처분된 가축이 348만두, 재정 소요액만 2조 7382억에 달했다. 축산분뇨로 인한 악취와 수질오염도 대표적 민원 사례다. 산간계류나 하천 등에 방치된 폐비닐·농약병 등 영농폐기물 문제나 각종 쓰레기 불법소각, 휴폐경농지의 증가로 인한 농촌경관의 훼손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감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환경과 생태의 보전,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농업·농촌은 심각한 고령화와 과소화로 인해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시장에서 상품화되지 않기에 아무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공공재'다. 더 늦기 전에 ‘공익형 직불’을 통해 정부가 이에 대해 직접 보상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농정을 전환해야 한다.


◆법안에 담긴 공익형 직불은 두 종류 뿐

박완주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서 기존의 직불제 중 공익적 기능 제고 목적으로 분류된 선택형 직불제는 친환경농업(축산물)직불과 경관보전직불, 두 종류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그 밖의 선택 직불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 향후 선택형 직불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 선택직불금의 지급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고, 세부적인 사항이나 추진 계획 등은 법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1999년 시작된 친환경농업직불은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농업인을 대상으로 인증단계·품목군별 단가에 따라 인증면적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친환경안전축산물직불은 친환경축산물인증과 HACCP 지정을 받은 농가에 한하며, 2009년 도입됐다. 지급 예산을 보면, 2015년 508억(3.2%), 2016년 437억(2.1%), 2017년 411억(1.4%), 2018년 435억(1.8%). 전체 직불금 중 예산 비중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경관보전직불보조금’은 2005년 농어촌의 경관을 아름답게 형성·유지·개선하고 이를 지역축제·농촌관광·도농교류 등과 연계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 경관작물 재배시 지원하는 직불금이다. 관련 예산은 2015년 139억원(0.9%)에서 2016년 136억원(0.6%), 2017년 116억원(0.4%), 2018년 93억원(0.4%)으로 축소돼 왔다.

이처럼 공익형 직불금은 예산 비중이 낮아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사업대상의 활동이 유기·무농약 인증농업이나 경관작물 재배 등에 한정돼 있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제고 목적 달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필지에서 이루어지는 친환경농업 육성만으로는 농경지 안의 논의 생태계는 살릴 수 있겠지만 농업환경이나 농촌환경의 개선은 어렵다”면서 “농경지는 물론 주변의 하천이나 저수지,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지역의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실천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차의무 단계적 확대…농가 수용성 제고 우선”

정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공익형 직불과 연계해 볼만
마을단위 공동프로그램 개발
농가 도울 전문인력 육성도

◆교차의무 준수와 지역단위 환경프로그램


공익형 직불제 개편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교차준수 의무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는 기본형 직불금을 받기위한 농가의 준수사항으로 △농지의 형상 및 기능유지 △농약 및 화학비료의 사용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 관련 교육 이수 등이 포함됐고, 재배면적 조정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차준수 의무는 현재보다 공익이 증진될 수 있도록 강화해 납세자의 공감을 얻는 동시에 농가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면서 “정책대상자의 수용성 제고와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큰 것을 우선적으로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교차준수를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농업환경 및 생태 보전을 위해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공익형 직불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는 의견이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충남의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사업으로 농업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을 대상으로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토양·용수·경관·생태 등과 관련한 환경개선 활동을 이행하면 그에 맞는 비용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2018년 실증 연구를 거쳐 올해 5개 마을을 선정, 추진 중인데 농업의 공익적 기능 제고는 물론 마을 단위 공동활동으로 농촌공동체 회복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5년 연속 사업이며 마을당 연간 1억5000만원이 지급된다. 농식품부는 내년에 지원조건을 국비 100%에서 국비 50%, 지방비 50%로 변경, 20개소를 신규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오내원 한국농경제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처럼 마을단위나 지구단위에서 공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생태에 관한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어떤 공익적 기능을 달성해야 하는지, 그걸 달성하려면 어떤 농법의 변화와 자원 관리 변화가 필요한지 지금부터 굉장히 많은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농민들이 움직여야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만큼 농민에 대한 교육과 훈련도 중요하며, 농민들을 도와 줄 외부의 전문인력도 육성해야 한다”면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보면 해야 할 일이 하나도 없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직불예산 30%, ‘녹색직불’에 배정…세가지 의무 이행해야 지급
소농직불엔 교차의무 준수 제외

 


◆EU의 공동농업정책



EU의 공동농업정책(CAP)은 두 개의 기둥으로 구성되는데, 직접지불정책과 농촌개발정책이 그것이다. 2014-2020년 CAP 예산은 4083억 유로로 전체 EU 예산의 38%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 제1기둥인 직접지불 예산에 3127억 유로(76%)가, 농촌개발 예산인 2축에 955억 유로(24%)가 배정돼 있다.

1992년 CAP 개혁 당시 상호준수의무규정이 처음으로 도입됐고, 2000년, 2003년 CAP 개혁이 단행될 때마다 직불금 수급을 위한 조건으로서 상호준수의무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환돼 왔다. 특히 2013년 CAP 개혁에선 녹색직불(Green direct payment)을 도입, 회원국에 직불금 예산의 30%를 할당하도록 했다. 녹색직불금을 받으려면 재배작물 다각화, 영구초지 유지, 생태보호지역 설정 등 세 가지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재배작물 다각화는 경작면적 10ha 초과시 최소 2가지 작물, 30ha 초과시 최소 3가지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단일작물 경작면적은 전체 면적의 75%를 넘을 수 없다. 유럽농업의 단작화를 막아 토양의 질 저하와 침식을 예방,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영구 초지 유지는 탄소배출 억제를 통해 지구의 온난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EU 농지의 1/3 이상이 영구초지이며 영구초지의 1/5은 생물다양성 보호 및 탄소저장 목적을 갖는 ‘환경민감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다.

>>생태보호지역 설정은 15ha 이상의 농지를 소유한 농가의 경우 경작지의 5%를 ‘생태보호지역’으로 설정, 관리하도록 한 것으로 2017년부터 7%, 농장 내의 생물다양성 보호와 개선이 목적이다.

대신, 2013년 신설된 소농직불을 받는 농민들의 경우엔 일반 작물보다 훨씬 단순화된 행정절차를 적용하고, 상호준수의무와 관련된 벌칙이나 감독대상으로부터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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