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수매한 1만톤 수요처 못찾아
업계, 파종 자제 목소리
2013년 군급식 중단 이후
대량소비처 확보 못해

밀 종자부터 재배방식까지
종합적 로드맵 마련해야


밀산업육성법이 제정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우리밀 업계는 농가에게 오히려 밀 파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정부 수매 물량에 대한 수요처가 마땅치 않고 대량소비처가 될 수 있는 군급식도 관계당국과의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밀 업계는 소비 확대를 위해 우리밀을 사용할 수 있는 특정 품목을 선택하고 이에 맞는 밀 종자보급부터 재배 방식까지 아우르는 연속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산밀산업협회는 최근 2020년산 밀 파종을 자제하는 공문을 밀 생산농가에 전달했다. 정부가 올해 수매한 2017년산 6000톤, 2018년산 4000톤(진행중) 등 총 밀 1만톤에 대한 마땅한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서 2020년산 밀 정부수매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국산밀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당초 약 2000~3000톤 가량 예상했던 2020년산 밀 정부수매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현재 밀 생산 농가들에게 수요처가 있는 계약물량만 파종하고 계약이 없는 경우에는 파종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밀 업계는 정부가 밀 수매비축을 단순히 재고 물량 처분이나 수급조절 차원을 넘어 정부양곡 차원의 접근을 주문하면서 우리밀 수요 확대를 위해 국가기관, 지자체 등 공공시설에서 우리밀 이용 현황부터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 군급식 등 대량수요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은 “농식품부와 관련 유관기관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우리밀 주산지인 전남도에서조차 우리밀 사용을 외면하고 있는데 누구한테 이를 요구할 것인가. 지난 2013년 공급 불안정 등의 이유로 군 급식에서 우리밀 사용이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기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공급식에 필요한 우리밀의 맛, 품질, 다양성, 가격, 접근성 등 무엇이 문제인지 현황을 파악하고 특정 품목부터 하나씩 개선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형 우리밀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35년 만에 밀 수매제도가 부활해 올 3월 처음 밀 수매를 했는데 불과 8~9개월도 못가서 내년 산 밀수매가 어렵다고 하는 건 정부가 밀과 관련해 연속성 없는 근시안적이고 추상적인 대책만을 내놓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라며 “면 중에서도 우동, 짜장면 등 특정한 품목을 선택하고 여기에 맞는 밀 종자부터 재배 매뉴얼까지 농가에 보급하는 등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야 하는데 농정 주체가 밀에 대한 종합적인 로드맵이 없다보니 세부적인 실천 계획도 안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수입밀이 품목별로 어떻게 쓰이는지 현황파악을 먼저 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품목의 자급률 향상을 목표로 시행령 등 연속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국방부가 2013년 우리밀을 군급식에 사용할 당시, 물량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 여전히 우리밀 사용을 꺼리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면서 “향후 우리밀 소비처 확보를 위해 식품기업을 대상으로 개별간담회를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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