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전국의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쌀은 경기미다. 그러나 경기미를 대표하는 추청·고시히카리 등 일본 품종이 경기도 쌀 재배면적 중 64%를 점유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일본 무역보복에 대응해 ‘일본 불매운동’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벼 종자도 국산화로 전환하자는 ‘종자주권’ 강화에 경기도가 발 벗고 나섰다.

경기도는 고품질 경기미의 안정적 생산과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2021년까지 국내 육성 벼 품종 재배율을 35%에서 51%까지 높인다는 방침을 세우고 농촌진흥청, 경기도농업기술원 등과 함께 지역특성에 적합한 국산 고품질 쌀 품종을 육성개발, 보급하고 있다.

이에 한농연경기도연합회(회장 신현유)는 11월 6일 수원시 농민회관에서 ‘경기미 품종 국산화 성공 추진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국산 품종 경기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했다. 심포지엄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기조발제/경기미 품종 국산화 성공적인 마케팅 추진 방안
“다양한 국산 품종 재배…소비자 입맛 충족을”

파주 참드림·화성 골드퀸3호 등
추청보다 가격 높아 성공 가능성
소비자에 대한 보증력 높여가야

▲장철호 미래디자인IMC 대표=과거에 쌀은 경기, 충청, 전라 등 산지 개념으로 주로 유통됐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유아 이유식에 철원 오대쌀이 주재료로 사용돼 유명해지면서 품질과 품종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9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쌀 품질 판단 기준 조사에서도 ‘품종’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었다. 이후 각 지역별 벼 품종이 중요하게 자리 잡았고, 현재 경기도는 추청과 고시히카리, 충청도는 삼광, 전라도는 신동진, 강원도는 오대, 경상도는 일품 등이 있다. 그런데 경기도의 대표 품종은 추청과 고시히카리 등 일본계 품종의 재배율이 2019년 64%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미는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선호를 받고 있지만 전국적인 쌀 품질의 상향평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또한 최근 쌀 구매 기준에서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면서 경기미와 타 지역 쌀 간에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중간 가격대 쌀의 선호도가 가장 높고, 최근 3년 평균 농협 7개 유통센터의 쌀 판매비율도 전라 51.9%, 충청 20.2%, 경기 17.3%, 강원 7.4%, 경상 3.2% 등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일본산 불매운동,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기미 품종의 국산화와 품종 보급 확대가 중요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각 시군별 국산 품종육성과 재배가 진행되고 있고, 실제 파주의 참드림, 화성의 골드퀸3호 등 수매와 판매가격이 추청보다 높아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경기미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에 국산 품종을 병행해 소비자에 대한 보증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더욱 강한 경기미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산 품종을 재배해 소비자 입맛을 충족시켜야 한다. 


#지정토론

“참드림·맛드림·햇드림 등 지역특성 적합품종 보급”

▲경기미 대표 품종 브랜드용 벼 신품종 개발/최병열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육종팀장=경기미를 대표하는 추청(아끼바레)과 고시히카리는 병해충과 도복에 약해 수량 및 품질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이 품종은 도내 전체 재배율의 64%를 차지하고 있어 농업재해 발생시 피해가 크기 때문에 재배품종 다양화가 요구된다. 또한 아끼바레, 고시히까리 등 일본명 유통으로 경기미 이미지도 하락돼 고품질 국내육성 품종 재배로 종자주권 강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등에서 일본 품종보다 더 우수한 품종을 개발, 보급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도 국산 대표 품종으로 참드림·맛드림·햇드림·가와지·해들·알찬미·삼광벼·진상미·수향미 등이 지역특성 적합 품종별로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특히 참드림은 중만생종으로 병해충과 도복에 강하고 밥맛도 좋아 추청·고시히카리를 대체할 품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벼 신품종은 농업기술원이 독자적으로 개발·보급하기보다 육종 전문가와 시·군, 농민, 미곡처리장, 소비자 등 쌀 산업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원하는 품종을 육성할 것이다.

또한 품종별로 적합한 재배 매뉴얼을 제작보급하고 보증된 종자보급과 기술지원,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대규모 신품종 특화단지도 만들 것이다. 특히 순도가 높고 활력이 좋으며 종자유래 병원균이 없는 보증된 종자를 연간 3500톤(경기도 전체 종자소요량 75%)생산 보급할 것이다.

농가 및 미곡종합처리장을 대상으로 재배·가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기술지원하고 토양건전성과 식품안전성 검사보증도 지원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산 품종 경기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가교육에도 노력할 것이다.   


“지역특화 품종 공급 위한 자체보증체계 구축 필요”

▲성공적인 경기미 품종 국산화를 위한 벼 종자 공급의 과제/박종민 경기도종자관리소장=벼 품종 국산화 성공은 종자보급·생산·가공·판매가 잘돼야 가능하다.

현재 국산 벼 품종의 도내 주요 재배지역은 ‘참드림’ 파주, ‘대안’ 연천, ‘가와지1호’ 고양, ‘삼광’ 포천, ‘수향’ 화성, ‘진상’ 여주, ‘해들’ 이천, ‘경기12호’ 평택 등으로 대략 10개 품종이 시장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10여 시·군 특화품종의 종자공급이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품종별 200~300톤이 필요한데 생산·수매·정선·보급 시스템 구축이 과제다.

또 보급종 외 종자의 순도문제다. 자율교환종자, 민간공급종자의 정선문제와 발아율·도복·수발아·변색 등의 종자 사고시 대응 및 대책 의사결정 문제도 야기된다. 국가 품종에 등재된 정부 보급종은 농식품부장관이 보증하는데 현재 도내 국산 벼 품종 재배에 따른 종자공급 등의 보증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른 해결과제로 지역특화 품종 공급을 위한 자체보증체계 구축이다. 종자관리소는 경기도의회와 협의해 경기도지사가 자체보증을 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 것이다. 현행 종자산업법 제26조에 의한 자체보증이 있다. 이를 통해 종자생산공급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종자피해 보상 방식 등의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다.

또 검사인력 보강을 위해 종자관리사를 배치한 조직을 개편하고, 종자 수매비용과 종자생산 및 보급을 위한 기금조성 등의 예산지원도 구축하겠다. 이를 통한 자체보증 대상은 유기농 벼종자 50톤, 시·군 특화품종(10여개) 30~300톤, 자율교환채종과 경기도 특화작물 종자보급을 원활히 추진토록 하겠다.


“내병성 강한 참드림 좋아 재배매뉴얼 제작·보급을”

▲고품질 경기미의 안정적인 재배관리 방안/김탁순 연천 백학쌀닷컴 대표=저희 농장은 ‘볍씨에서 밥알까지’라는 주제로 경기도에서 육성한 주력 품종만 재배 생산해 판매한다. 20년 정도 쌀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추청이 주력 품종이었으며, 2000년 초반 고시히카리가를 경기도에서 보급한 후 백학쌀 고시히카리 단지를 만들었다. 추청과 고시히카리 위주로 재배했는데 이 두 품종을 갖고 계속적인 판매가 어려워 다양한 벼 품종을 재배했다. 한 해에 12가지 품종도 심어봤다.

그러던 중 7년 전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육종한 참드림을 접한 후 병해충과 도복에 강하고 맛과 수량성이 높아 본격적으로 이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기존 품종의 쌀은 소비자 공급시 반품 등 클레임이 많았지만 참드림은 지금까지 고객 클레임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밥맛이 좋다고 호평하고 있다.

참드림 전에는 하이아미를 재배했다. 도열병에 약하고 내도복성이 강해 농가가 비료를 많이 주게 돼 도정수율이 급격히 떨어져 참드림으로 전환한 것이다. 참드림은 비료를 많이 주면 도복이 되는 단점이 있는데 그것이 장점이다. 기존 수량보다 더 수확하려고 비료를 많이 주면 도복이 많이 돼 미질이 떨어지지만 비료를 적게 줘도 기본 수확량은 나오고 미질도 유지돼 주력 품종으로 탁월했다.

다만 기존 추청과 고시히카리 등 일본 품종에 맞춘 농법이 아닌 참드림에 맞춘 재배 매뉴얼을 제작 보급해 도정 수율 등을 높인다면 농협수매와 판매도 활성화될 것이다. 참드림은 클레임도 없고 도열병 등 내병성이 강하고 비료를 적게 줘도 밥맛이 좋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정부 보급종으로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농가와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 쌀 생산에 초점을”

▲국산화 품종의 유통 및 시장경쟁력 제고방안/조강휘 경기도농협RPC장장협의회장=벼 품종 국산화는 단순하게 종자주권 수호와 애국심을 앞세워 누가 시켜서 계획적, 일률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농가와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 쌀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품종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단지 일본계 품종이기 때문에 교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산 품종이 더 우수하고 그 우수성을 소비자가 느끼고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쌀수록 품질이 좋을 것이라는 명제 하에 경기미를 선택한다. 보수적인 우리의 입맛과 쌀의 주요 구매 고객층의 연령대 등을 감안할 때, 밥맛은 익숙하면서도 기존 품종과 차별성을 갖는 품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소비자들은 쌀을 고를 때 단백질과 아밀로스 함량을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단순히 밥맛이 좋다고 홍보하는 것보다는 품종의 특징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특’ 이상의 완전미를 선호한다.

하지만 참드림의 경우 분상질립이 많아 우수등급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등급 기준 완화나 ‘특’ 이상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품종개량이 필요하다. 농가 입장에서도 국산품종이 추청이나 고시히카리 정도의 수매가가 결정돼야 소득 안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국산품종 RPC에 대한 지자체와 정부지원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품종과 브랜드를 연계한 지속적인 유통과 마케팅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쌀을 농업인이 재배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농협도 경기미 품종 국산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추청벼 대신 참드림 도입 차진 밥맛·수량 13% 늘어”

▲경기도 육성 참드림 브랜드 육성사례/신향재 파주시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장=2014년 파주시 쌀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농가들은 추청벼 품종을 빨리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충해와 도복에 약하고 수확량도 적은데 왜 계속 붙들고 있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농협에서는 벼 수매시 추청을 타 품종보다 4000원 더 주다보니 농가들은 수십 년 동안 추청을 70% 이상 재배한 것이다. 그럼에도 파주시는 2018년까지 추청 재배율을 40%미만으로 낮추기로 하고 2015년부터 대체품종으로 참드림을 도입했다.

자율교환 채종포를 조성하고 본답 키다리병과 잡초, 이형주 제거 등을 수회에 걸쳐 실시하고 농민상담실을 통해 농가에 종자를 공급했다. 중만생종인 참드림은 파주 기후에 적합했고 부드럽고 차진 밥맛과 단백질 함량(5.7%)도 낮았으며 병충해에도 강할뿐더러 쌀 수량도 13% 증수됐다.

유통 판매 활성화를 위해 쌀 연구회와 함께 ‘2015년 신품종 쌀 브랜드 판매 사업’을 추진, 포장재를 개발하고 시장에 나섰는데 호응이 좋았다. 이어 쌀 전업농도 의사를 비쳐 참드림 브랜드 포장재를 제작하고 시장을 확대했다. 반응이 좋다보니 농협연합사업도 동참했다. ‘최고급쌀 참드림 생산단지 육성’을 통해 브랜드 포장재 4종을 개발하고 농협 RPC 수매 포함과 수매가 인상도 이끌어 냈다. 참드림 재배면적도 2014년 50ha에서 올해는 1320ha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에는 경기농산물 전시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인도에도 참드림쌀을 수출했으며 내년에는 농촌진흥청의 ‘외래품종 대체 최고품질 쌀 생산·공급 거점단지’로 선정됐다.

수원=이장희·이병성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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