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황주홍 의원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민단체 반발로 철회 이후
지난달 말 박완주 의원 재발의

“궁여지책 불과” 우려 목소리
WTO 감축대상 보조로 분류
산지 양곡업자 좌지우지 걱정도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을 놓고 농업계 내부에서 논란이다. 쌀 수요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수확기 시장격리로 쌀가격을 지지하자는 것이지만 쌀가격 지지 실효성은 물론 WTO 규정 때문에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 안대로 공익형 직불제가 도입되면 쌀 변동직불금은 바로 폐지된다. 정부가 2020년 공익형 직불제 시행을 목표하고 있기 때문에 2020년산 쌀부터 변동직불금 지급도 중단될 예정이다. 공익형 직불금 지급 단가를 현재 보다 높인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변동직불금이 폐지되면 쌀농가의 농업소득 안전장치가 풀어지게 된다. 따라서 쌀 수요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정부가 시장격리하면 쌀 가격을 높일 수 있고, RPC 등 쌀산업도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월 30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장격리를 법제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장격리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원장인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도 9월 11일 수확기 쌀을 시장격리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농민단체의 반발로 10월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발의를 철회한 바 있다.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연이어 나오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된 것이다.

박완주 의원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확기인 10월 15일까지 수급안정대책을 수립 공표하고, 직불금 수령 농가에 대해 벼 재배면적 조정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하지만 쌀시장격리제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장격리를 하더라도 쌀 가격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현행 쌀 변동직불금과 연계한 쌀 목표가격 체계와 달리 시장격리는 구체적인 목표점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산지 양곡업자에게 휘둘릴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올해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 9월 추석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당초 올해 쌀생산량이 수급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었지만, 민간RPC 등 산지 양곡업자들은 벼 매입가격을 낮추면서 지난 9월 중순 40kg 포대당 5만원 초반까지 추락하기도 했었다. 시장격리를 통해 수급 균형을 맞추더라도 산지 쌀값을 지지할 수 없는 단적인 사례.

특히 시장격리의 법제화는 변동직불보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가격을 지지하는 사장격리가 WTO 감축대상보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물론 변동직불금도 감축대상보조로 분류되지만 시장격리를 법제화하면 감축대상보조 상한액 1조4900억 원을 모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불거질 수 있다. 농업보조금 운용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 있는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정부 시장격리를 통한 가격지지는 감축대상 정책으로 분류된다”며 “AMS 가격지지형 감축대상 보조액 산정 시 가격지지 효과분에 전체생산량이 적용되고 시장격리비용까지 포함하면 농업보조금 정책의 신축성을 크게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 시장격리는 대표적인 시장가격지지 정책인 과거의 수매제와 동일한 제도로 쌀 증산을 유발하고 정책비용이 가중될 것”이라며 “더구나 시장격리를 한다고 해서 쌀가격은 물론 쌀농가의 농업소득을 확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쌀 가격소득보험을 시행하고 곡물 선물과 옵션거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