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미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

식물기르기 참여한 학생
정서안정도·자기 효능감 증가
공격성 완화효과 뚜렷


최근 중학생 또래 집단의 집단폭력 보도가 잇따랐다. 2018년 2학기 시작부터 2019년 4월까지 경험한 학교폭력 비율은 초등학교가 3.6%, 중학교가 0.8% 증가했고, 피해유형은 언어폭력(8.1건), 집단 따돌림(5.3건), 사이버 괴롭힘, 스토킹, 신체폭행(2건) 등이었다(교육부, 2019). 전체 가해 응답률과 목격률도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증가했다. 가해 이유로는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 29.7%, ‘장난으로’ 17.7%, ‘오해와 갈등으로’ 16.1%이고 ‘집단 가해’가 46.2%이다. 이와 같은 청소년 행동은 그 가족의 사회적 자본, 즉 한 개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지역사회에서 인식하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학교에 대한 영향력, 이웃과 관계 등 사회적 자본이 학교생활 적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촌진흥청(2014) 조사에서도 중학생(청소년)의 정서안정도는 부모(보호자)의 인지된 학교에 대한 영향력, 지역사회 친밀감이나 관심을 가져주는 이웃,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 등에 영향을 받았다. ‘외롭고 힘든 일에 대처하는 방법’에서 혼자 해결하는 중학생의 정서안정도가 낮았고, 부모(보호자)의 직업이나 학교 방문빈도, 소득에 따라서 차이가 있었다. WHO(세계무역기구)도 소득불평등지수(지니계수)가 10% 악화하면 학교폭력 경험은 4.0% 상승한다고 했으며, 20대 청년에 대한 심리·정서 문제 보고(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9)에서도 사회·경제적 격차가 우울, 불안, 자살생각 경험의 심리·정서 격차로 확장된다고 한다.

한국의 사회자본지수는 OECD 국가 중 29위이다(현대경제연구원, 2014). 사회자본 구성 요소는 6개 항목으로 사적 신뢰(가족이나 친구 및 타인에 대한 사적 공동체 내의 신뢰), 사적 배려(소수자 배려 등 타인에 대한 개인의 사적인 배려), 사적 참여(가족이나 종교 단체와의 교류와 자원봉사 및 기부 활동 등의 참여), 공적 참여(단체, 정치 참여 활동 등과 정치인, 공무원 등과의 공적인 교류), 공적 배려(경제적 약자 등 국민에 대한 국가의 공적 배려), 공적 신뢰(행정, 사법시스템 등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인데 한국은 특히 사적배려와 공적신뢰가 G7국가 평균보다 낮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자본 확충이 필요하며, 특히 한국이 부족한 공적 신뢰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한국의 강점인 공적 참여와 사적 참여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으로 공감, 의사소통, 감정조절, 자기존중감, 갈등해결을 중요한 역량으로 제시하면서, 청소년의 활동과 참여를 통해 행복감을 높이도록 제안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도 사회자본을 강화하는 활동이 함께 제공돼야 하며, 그 중요한 대안 중 하나가 텃밭활동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활동으로는 학부모와 학생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28.2%), 학교폭력에 대한 신속한 신고와 관심(21.4%), 텃밭이나 공원의 확대(17.7%), 동네 학생에 대한 관심과 인사하기(16.8%) 등을 주민, 학부모가 강조하고 있는데, 텃밭활동을 하면 이웃과 교류 등 사적 참여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에서 버려진 공간에 꽃을 가꾸도록 한 결과(농촌진흥청, 2015), 정서 안정도나 공감, 생동과 여유, 자기조절 효능감, 자기 효능감이 의미 있게 증가했으며, 특히 사적참여가 늘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바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지역사회 멘토와 함께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에서 1학기 때는 중학생의 분노공격성이 의사소통, 정서안정과 함께 증가했다. 이는 중학생(청소년)의 의사소통 방식이 공격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학기부터는 의사소통과 정서안정이 증가하면서 분노공격성이 낮아져 일반적인 정서반응 패턴이 됐다. 언어폭력으로부터 학교폭력이 시작되는 초등학생의 식물기르기 활동에서도 2년 연속 참여한 학생의 공격성이 1년 참여한 학생보다 뚜렷하게 완화돼,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환경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공교육의 질을 고민하는 요즈음, 학생(청소년)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정규 교육과정에 텃밭활동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영국, 일본 등은 학교에서 농업활동을 통해 생명의 존중을 배우게 한다. 학생 수가 준다고 교사를 줄이지 말고 농업과 교육이 협력해 학교와 부모(가정)와 지역사회가 함께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의 ‘존중과 신뢰’라는 자본을 튼튼하게 늘려갈 수 있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텃밭 교육을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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