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오는 11일은 정부가 제정한 ‘농업인의 날’이다. 국민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농민들의 자부심을 키우고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 취지다. 하지만 올해 농업인의 날을 맞는 농민들은 정부의 WTO 개도국지위 포기 선언과 함께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개도국지위 유지를 촉구하는 최대 항의 집회로 맞서는 분위기다.

개도국지위 포기와 함께 쌀 관세가 513%에서 최대 154%까지 낮아지고, 보조금 허용도 1조4900억원에서 8195억원으로 축소되는 것은 물론 농산물 관세감축 혜택이 줄어든다. 향후 양자 협상에서 상대국의 농산물 개방품목 확대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반해 농민들은 더욱 큰 시련에 직면했다. 올해 초부터 마늘, 양파 등의 채소가격 폭락에다 강원도 산불과 세 차례의 태풍으로 과수와 시설하우스 및 가두리양식장 등의 피해가 집중됐다. 여기에다 사상 초유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경기 북부지역 돼지농장이 모두 ‘방역 차단’이란 명분과 함께 살처분됐다.

또한 내년도 농업예산 15조2990억원은 정부 전체 예산의 2.98%로 작년보다 낮아 노골적 ‘농업 패싱’이란 비판이 높다. 농가의 쌀 순소득도 2000년 10a 기준 50만3350원에서 2018년 38만1798원으로 24.1%나 하락했다. 농업인의 날을 맞는 농민들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엄혹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13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개도국지위 포기 철회와 실질적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서 주목된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외연 확장으로 농업 재생의 기반을 마련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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