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취약계층 식생활실태 열악
농식품분야 파급력도 상당

농식품부 60억 예산 마련
내년부터 시범사업 계획


먹거리 취약계층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고 국내 농식품 분야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기존 식품지원서비스와 차별화된 ‘농식품바우처 지원제도’를 중앙정부가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4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농식품바우처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김정호·박완주·서삼석·오영훈·위성곤·윤준호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했다.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연미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가 발표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식생활 및 영양섭취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서울에 거주하는 총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먹거리 실태연구’ 결과 취약계층, 노인, 성인, 아동·청소년 그룹 모두에서 영양섭취부족자가 30% 이상으로, 전국 평균의 4배 정도로 취약계층의 영양부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취약계층에서는 대체로 식품섭취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고, 특히 노인과 성인에서 과일류, 육류, 유류의 섭취량이 매우 낮은 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행 지원제도는 식생활 문제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 연미영 박사는 “취약계층의 식품 및 영양섭취 실태는 아직 절대적 섭취량이 부족한 상태이고, 식사의 질 역시 다양성이 매우 부족하다”며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등 현금지원은 식생활의 양적·질적 개선 용도로 쓰이기에 부족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바우처 지원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바우처 지원제도는 취약계층이 농식품을 현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으로, 현금 지원과 달리 제도 취지를 적극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광역 지자체 전수조사 결과 식품지원 방식별 예산 운영 현황은 2016년 예산 비중의 80%가 현금보조, 15.9%가 현물보조로 각각 나타났다. 과연 현금보조가 식품 구입으로 이어지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식품지원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현금 중심의 먹거리 지원체계를 현물지원으로 전환하는 농식품바우처 지원제도 도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 분야 파급력도 상당=농식품바우처 지원제도는 농식품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농촌경제연구원은 2018년 소득분위 1/10분위 대상 총 2200억원 규모의 사업 시행을 가정할 경우 농식품 산업 파급효과는 1164억~1181억원의 생산 유발과 1872~2892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있다는 연구 분석 결과를 내놨다.

토론자로 나선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팀장은 “식생활의 서구화와 농산물 소비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새로운 판로 개척이 중요하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안정적인 수요 확보로 농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향후 주요 과제는=농림축산식품부는 60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내년 농식품바우처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을 거쳐 본 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교한 제도 설계, 법제화를 위한 법률 및 행정체계 정비, 농업과의 연계 강화, 식생활교육 병행 등이 향후 주요 과제들로 꼽혔다. 

이현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식품 지원과 관련해 제도가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목적과 대상이 다르다. 이런 점에서 제도 설계 과정에서 대상 기준이 쉬워야 한다. 저소득층의 경우는 시장에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스스로 신청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신청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교하게 연구하되 대상 기준은 쉽게 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식품 소비와 관련된 큰 요인은 소득뿐만 아니라 시간 요인이 있다. 시간 부족으로 건강한 식생활이 저하되고 있는데, 이런 행태를 반영한 반찬구매, 패키지로 구성된 반조리식품 등을 같이 고민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효 박사는 “식품지원 관련 법률이 다수의 법률에 근거해 다원적 행정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제도가 연계되기 어렵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식생활, 영양, 건강 지원 관련 유사 제도를 하나의 기본법에 담아 효율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단지 영양과 건강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큰 틀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국내 농업과 연계가 부족하다는 측면이 있다.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향후 건강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식생활교육과 병행해야 하고, 모니터링과 사후관리체계, 성과 홍보도 잘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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