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중국 비롯 농업강대국 포함
“농민 두 번 죽이는 처사”
오는 13일 대정부 집회 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약 7년 협상 끝에 협정문을 타결했다. 세계 최대 규모 FTA에는 중국을 비롯한 농업 강대국이 대거 포함돼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농민들은 ‘WTO 개도국 포기’ 선언에 이은 RCEP 협정문 타결 소식에 경악하며 대정부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 정상회의가 4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참여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20개 챕터의 모든 협정문을 타결했다고 선언했으며, 2020년 최종 서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RCEP은 이번 회의에서 2013년 5월 1차 협상이 개시된 이래 7년가량 협상을 진행했으며, 20개 챕터의 협정문을 타결했다. 상품·서비스·투자 시장개방 협상도 막바지 단계로 일부국 간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RCEP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최대의 초대형 FTA로, 세계인구 절반과 전세계 GDP의 1/3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 블록을 형성해 안정적인 역내 교역·투자 기반 확보 효과가 기대된다고 산통부는 설명했다. 특히 현 정부가 적극 추진해 온 신남방정책의 본격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업 분야의 영향과 피해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RCEP 협정문 타결 소식을 접한 농민 단체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에 이어 농민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는 비난이 크다. 무엇보다 중국을 비롯한 농업 강대국이 대거 포함돼 있는 만큼 우리 농산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며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5일 성명을 발표, “WTO 개도국 포기 선언에 이은 RCEP 협정문 타결은 농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우리 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망연자실했다.

한농연은 “RCEP은 특히 중국을 비롯한 농업 강대국이 대거 포함돼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평균을 기준으로 RCEP 회원국 수입액은 우리나라 전체 농산물 수입의 38.1%를 차지할 만큼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RCEP 협상 수준에 따라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관련 대책 마련에는 소홀하기 짝이 없는 문재인 정부의 농업 홀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제 개도국 지위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의 연장선이었으며, 농업계가 요구한 내용은 어느 것 하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정부 농민 집회 개최도 예고했다. 한농연은 “더 이상 정부의 농정 방향을 신뢰할 수 없다”며 “11월 13일 여의도 인근에서 ‘전국 농민 총궐기 대회’ 개최를 통해 성난 농심을 제대로 보여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알렸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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