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호’는 아밀로스 함량이 11.2%로 멥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이며, 밥이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고 찰기를 유지한다.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진청, 가정간편식 겨냥
냉장·냉동 후에도 경도 유지
식어도 딱딱하지 않고 찰기
청주·합천 350ha 단지 조성
쌀 소비확산에 일조 기대


가정간편식 시장이 매년 급신장하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도시락, 가공밥에 적합한 벼 ‘미호’ 품종을 개발하고, ‘미호’ 품종을 이용한 가공밥 제조기술을 특허출원했다. 가정간편식 시장을 겨냥한 최초의 쌀 품종으로 쌀 소비확산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현석 농촌진흥청 남부작물부장은 지난달 29일, 전문지브리핑을 통해 가정간편식에 적합한 쌀 품종 ‘미호’를 개발하게 된 이유, 기존 쌀 품종과의 차이점, 보급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조현석 부장은 “1인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와 식습관이 변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원료곡은 일반 밥쌀용이 사용되고 있어 간편식의 특성에 맞춘 품종과 제조기술개발이 필요하다”면서 “‘미호’는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한 후에도 밥알의 경도를 잘 유지하고, 아밀로스 함량이 일반 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라서 밥이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고 찰기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의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2018년 기준 가정간편식에 소비되는 쌀은 전년대비 29%가 증가했다. 가정간편식은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대체품으로 일부 조리가 된 상태에서 포장되기 때문에 인스턴트식품으로 분류된다. 또한 도시락 및 가공밥 쌀 소비량은 2016년 10만247톤에서 2017년에는 11만4341톤, 2018년 14만7474톤으로 크게 늘었다. 2018년 기준 전체가구의 29.3%가 1인 가구이고,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개발, 보급되고 있는 밥쌀용 품종은 대부분이 갓 지은 밥맛에 맞춘 것이다. 따라서 밥을 식히고, 데우는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 밥알의 경도, 찰기 등 물리적 특성이 변하면서 밥맛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가공밥은 3℃ 냉장, -18℃ 냉동 조건에서 보관된 이후에 알의 형태와 물리성을 유지하는 것이 상품성에 중요하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냉동밥을 데우거나 해동할 경우 일반 밥쌀은 밥알이 붕괴되지만 ‘미호’는 밥알의 경도를 잘 유지한다. 또한 물리적 변화가 적고, 가공밥 제조에 적합해 ‘쌀 가공기술 활성화를 위한 원천 가공기술 개발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아울러 ‘미호’는 아밀로스 함량이 11.2%로 멥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로 밥이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고 찰기를 유지해 급식용으로도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미호’는 저 아밀로스 품종 중 수량이 가장 많고 쓰러짐이나 병해에 강하다는 평가다. 고종민 농진청 논이용작물과장은 “올 가을에 태풍이 많았는데, ‘미호’는 거의 도복이 없었다”면서 “장마철의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도 저장성이 우수해 부드러운 식감과 윤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호’는 올해 충북 청주 270ha, 경남 합천 80ha 규모로 단지가 조성됐으며, 종자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고종민 과장은 “매년 종자보급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공급하고, 확대 보급이 필요할 경우 자율교환을 통한 종자공급을 병행할 것”이라면서 “즉석식품 및 즉석조리식품 등 업체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가공 원료곡 수급을 위해 농가와 가공업체간 계약재배를 통해 원료곡 재배단지 조성 및 기술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진청은 쌀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아밀로스 함량이 25% 이상인 쌀면 전용품종 ‘새고아미’, ‘새미면’과 난소화성 저항전분 함량이 높은 다이어트용 기능성 품종 ‘도담쌀’ 등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아밀로스 함량을 30% 수준으로 조절해 한천과 유사한 겔(Gel) 제조특성을 보이는 ‘밀양333호’를 육성해 쌀묵, 쌀양갱 등 간편식 제조기술을 개발 중이다. 조현석 남부작물부장은 “다양한 간편식 쌀 가공품을 늘리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같은 산업소재용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개발 등을 통해 우리나라 쌀 산업의 견고한 성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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