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농정대전환 뜨거운 감자 ‘공익형 직불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공익형 직불제 도입 근거를 담은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지난 9월 발의돼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통과 목표로 추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사진은 전부개정안 발의 후 국회에서 열린 ‘공익형 직불제 도입 토론회’ 모습.

지난해부터 정부와 여당이 도입하려는 ‘공익형 직불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농민단체와 여야의 입장이 갈리고 학계의 의견도 분분하다. 경쟁과 효율 중심의 생산주의 농정을 지속가능한 농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한다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 내용과 방식에 대해서는 쉽사리 동의가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국회 논의가 여의치 않으면 관련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충분한 합의 없는 속도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경쟁·효율·생산중심 농정 탈피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대개혁”
농정연대 제안, 전향적 수용
문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직불제 중심 농정 전환 약속

2018년 초 5개월간 농정공백
기획위 산하 농정개혁 TF서
직불예산 5조원까지 확대 제안
변동직불 폐지 방안도 담겨
수급·가격 대안없어 농민 반발

◆왜 공익형 직불제인가?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식량안보, 환경생태 등 농업이 가지는 공익적 기능에 기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정을 지불하는 정책수단이다. 그동안의 농정이 경쟁과 효율에 치우쳐 고투입, 시설화, 규모화를 추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대농과 기업농, 관련 기업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던 것을 생태환경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면서 농업의 공익적인 기능을 강화하고,  농가소득에 보탬을 주자는 것이다.

공익형직불제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27일 대선 정책발표를 통해 “현재 농어업·농어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고 추구해왔기 때문”이라며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농업·환경·먹거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농정의 목표와 방향을 근본부터 바꾸겠다”고도 했다. 이어 직불제와 관련, △안정적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하여 직불제 중심 농정으로 과감히 전환 △현재 농가 소득보전에만 맞춘 직불제를 환경과 생태보전 같은 공익적 가치가 반영된 직불제로 개편 △농업 예산을 편성할 때 직불제 비중 확대 등 3가지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농어민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의 농정정책’에는 △선진국처럼 직불제를 중심에 놓겠다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하겠다 △정부 예산을 계속 높여나가겠다는 공약이 담겼다. 대선공약집에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반영해 기존 소득보전직불제를 공익형 직불제로 확대 개편”한다고 했다.

이런 공약이 나온 배경에는 그동안 경쟁과 효율, 생산 중심의 농정을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대개혁하라는 농민들과 시민사회의 요구가 있었다. 농민단체, 소비자생협, 시민단체 등 65개 단체로 구성된 ‘농민행복·국민행복을 위한 농정과제 공동제안연대(국민행복농정연대)는 지난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23일 각 대선후보 진영을 모아 놓고 ’농정과제 공동제안을 발표했다.

농정연대는 정책과제로 직접지불금을 2016년 농업예산의 14% 수준에서 5년 임기내 50%까지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EU와 스위스 수준인 8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농업소득의 50% 이상인 농가당 평균 연 500만원 이상을 직접지불금으로 보장하란 것이다.

현행 9개 직불제도를 개편, 기본형직불제인 ‘식량안보직불제’를 신설, 논·밭 모두 ha당 100만원씩 일괄 지원하고, 여기에 친환경· 유기농업, 생태환경보전, 경관보존, 토종, 종다양성 등 다원적 기능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농지를 대상으로 가산형 직불제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열악한 영세농의 최소한 영농 유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약 70%에 해당하는 영세농가를 대상으로 연 100만원의 소농직불제를 시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가 농정연대의 이 같은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했고, 문재인 대선 후보의 직불제 확대 공약은 농정 대전환에 대한 큰 기대를 모았다.
   

◆갑자기 부상한 변동직불제 폐지 논란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에서 주요 농정공약이 사라지거나 축소 왜곡되면서 기대는 우려와 불신으로 바뀌었다. 농정 대개혁은 물론이고 농어업 특별기구 설치도 계속 미뤄졌다.

2018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5개월간 농정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범 농업계는 농업 무시에 대해 크게 반발했고, 참다못한 농업계 인사 4명이 9월10일 청와대 앞에서 시작한 단식농성은 단체 대표자들이 동조하면서 11월 8일까지 두 달간이나 진행됐다.

이 시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정해구)의 농어촌 소분과 위원들이 5월14일 기획위 산하에 농정개혁 TF(위원장 박진도)를 두고 ‘농정의 틀을 바꾸는’ 논의를 5개월간 진행한다. 논의 결과는 10월30일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방향과 실천전략’ 세미나에서 발표됐다. 농특위 설치, 재정 개혁, 지방분권, 농협 등 직능조직 혁신, 농업인 재정의, 농지제도 등의 개혁과제가 제시됐다. 직불제 개편방안에는 쌀 변동직불제 폐지방안이 담겼다.      

농정개혁 TF는 기본형 직불로 2022년에 현행 논 기준으로 ha당 100만원인 직불금을 밭에도 동일한 단가를 지급하고, 단순 면적비례 방식에서 하후상박으로 개편하되, 0.5ha 미만 영세농가에 대해서는 일정액의 기초직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변동직불제는 쌀 시장 안정방안을 전제로 폐지하고, 그 재원 1조5000억원은 기여지불제의 예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직불 예산 규모는 농업예산 구조개편과 농업예산 증가를 통해 2019년 2조2000억원으로부터 매년 1조원씩 확대, 2022년까지 농업예산 대비 약 30%인 5조2000억원으로 늘리는 안이다.

이어 정부 여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2018년 11월15일 쌀 변동직불금과 목표가격을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간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 입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정부 개편안을 담고 있다.

쌀 목표가격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를 논의하던 마당에 제출된 법안으로 두 가지 논의는 모두 공전됐다. 농업계는 변동직불제 폐지에 대한 대안 제시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법적으로 지난해 결정됐어야 목표가격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완주 의원은 지난 9월 9일 다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변동직불제 폐지를 대신할 쌀값 안정 대책, 예산규모, 지급 대상과 단가, 공익성을 위한 농가 의무사항, 부당수령 대책 등 무엇 하나 합의된 것은 없다. 정부여당은 국회 논의가 여의치 않으면 이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농민들의 의견 반영 없이 정부 의도대로 법부터 통과될 판이다.

사실 대통령의 공약은 쌀값 보장과 목표가격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하고 공익형직불제를 확대한다는 것이었지, 변동직불금과 목표가격을 폐지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100대 국정과제에서 공익형 직불제 개편과 관련된 내용은 △2018년 친환경농업직불 단가 인상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 도입 등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직불제 확대 △2022년까지 밭 고정, 조건불리직불 단가 단계적 인상이 요지였다.

대통령의 공약과도 다르고, 예산도 이전의 직불금보다 별반 늘리지 않으면서 변동직불금만 없애려 하니 농민의 저항감은 당연한 것이다. 그나마 쌀농사와 우리 농업의 균형을 잡아오던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 수급과 가격 문제에 대한 대안은 있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공익형 직불제 개편 방향은 옳지만, 변동직불금을 없앤다는 것은 곧 국회의 목표가격 동의제를 없앤다는 말이고, 이는 곧 국회의 간섭을 배제하고 앞으로 관료들이 마음대로 쌀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과연 공익형 직불도 확대하고, 변동직불을 비롯한 농산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추구할 방안은 없는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농 기준면적·지급단가·지급방법 등 ‘깜깜이’

직불제 개편 법안 발의됐지만
구체적 사항은 시행령 위임

명칭은 ‘공익직접지불제도’
기본·선택직불 2개 축 운영
국회 예정처, 체계적 검토 주문 

◆공익형 직불제 주요 내용은


공익형 직불제 도입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2018년 11월 일부개정안이, 올 9월 9일 전부개정안이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각각 발의됐다. 사실상 정부의 직불제 개편안이다.

전부개정안에는 법률 명칭과 목적, 제도 구성 및 적용대상, 준수사항, 시행시기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직불제 개편의 핵심인 지급대상 농지의 기준면적이나 지급단가, 지급방법, 추가적 준수의무 등 제도 시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여전히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우선 법률 명칭을 현행 농업소득법에서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로 변경, ‘공익직접지불제도’라는 명칭을 공식화했다. 공익직불제의 골자는 기존 7개 직불(쌀고정, 쌀변동, 밭, 조건불리, 친환경농업, 경관보전, 경영이양)을 통합, ‘기본직불’과 ‘선택직불’ 등 크게 2개 축으로 운영된다.

기본직불금은 일정 면적 이하의 소규모농가에 지급되는 ‘소농직불금’과 기준 면적 구간별로 역진적인 단가를 적용해 지급되는 ‘면적직불금’으로 나뉜다. 그러나 소규모 농가의 요건 및 면적직불금의 지급근거가 되는 기준 면적 구간, 지급단가 등의 세부기준을 모두 시행령에 위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역진적 단가를 적용하는 면적직불금의 경우 정부가 초기 수립한 ‘하후상박’(면적이 많은 농가들의 경우 적게 받도록 한) 설계방향에 대해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하후상유지’ 기조로 방향을 수정한 상태다. 

기본직불금 수령을 위해서는 △농지의 형상 및 기능유지 △농약 및 화학비료 사용기준 준수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 관련 교육 이수 등의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또 특정 품목에 대해 재배면적 조정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공익적 기능 증진 부분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선택직불금은 친환경직불(농업, 축산), 경관보전직불 등을 포함한다. 선택직불제도의 시행과 지급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아직 세부 내용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년도 예산 분석자료를 통해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공익형직불제 개편안에는 소농의 기준이나 지급단가, 구간별 면적기준 등 세부 시행방안이 없어, 공익형직불제를 통해 정부가 목표한 중소농 중심의 소득 제고, 쌀 공급과잉 해소, 농업의 공익성 기능 강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 확인할 수가 없다”면서 국회에 체계적인 검토를 주문했다.

특별취재반=이상길·김선아·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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