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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틀, 왜-어떻게 바꿀 것인지 국민적 공감대 확산 주력”전국 순회 ‘100인의 원탁회의’ 추진 박진도 농특위 위원장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농정의 틀을 바꾼다는 건 무모할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관료들은 물론 정치인 설득도 쉽지 않고,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얽혀있어 우군이 많지 않죠.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를 얻지 못하면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이하 농특위)가 지난달 30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농정 틀 전환을 위한 2019 100인의 원탁회의’를 진행 중이다. 지속가능한 농어업·농어촌을 위해 ‘농정의 틀’을 왜 바꿔야 하는지,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다. 제주에서의 첫 원탁회의를 앞둔 지난달 29일 박진도 농특위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농민들과의 대화 인색 '아쉬움'
제시한 대책도 20년 전 재탕

유럽 농가소득 절반이 직불금
우리도 농업예산 50%까지 확대
깨끗한 농촌환경·경관 지키며
국민 행복에 농업이 기여해야

내달 중순 ‘새 농정 비전’ 선포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아쉬움’

박 위원장은 농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꺼냈다. 중요한 현안에 농특위가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는 여론을 의식한 듯, 박 위원장은 솔직한 해명을 내놨다.

“사실 정부 방침은 꽤 이미 오래 전에 정해져 있었다고 봅니다. 그 와중에 농특위가 이 문제를 의제화 했을 때 실익은 없이 문제만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현실적 판단이 있었고,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의 대응보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책, 농정 틀을 바꾸는 근본적 대책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번 정부 대응에 있어 두 가지 문제점을 짚었다. 우선 이해당사자인 농민단체와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는 점. “이미 개도국 포기를 기정사실화해 놓고, 그야말로 임박해서 간담회 등의 방식으로 모양새만 갖춘 것은 여전히 이 정부가 농민들과의 대화에 인색하지 않나 하는 느낌입니다.”

또 하나는 정부가 제시한 보완대책의 부실함. 쌀 등 민감품목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이나, 피해보전대책을 마련하고 농업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은 이미 20년 전에도 나왔던 대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결국 지금까지의 개도국 농정에서, 선진국 농정으로 이행하겠다는 선언일 수도 있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여전히 현재의 농정 틀 내에 머물러 있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선진국 농정은 ‘직불금 중심 농정’

이야기는 박 위원장이 생각하는 선진국 농정은 무엇인지로 옮아갔다. 박 위원장은 최근 선진국의 농정을 살펴보기 위해 EU본부가 있는 벨기에와 프랑스·독일 등을 다녀오기도 했다.

“유럽을 보면 농가소득의 절반 이상이 국가의 직불금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장을 통해 농업경쟁력을 발휘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국가가 직불금 형태로 농가에 직접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선진국 농정은 ‘직불금 중심 농정’이며, 우리나라 농정도 효율과 경쟁 중심의 생산주의 농정에서 벗어나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예산의 증액과 함께 그동안 농업보조금과 지역개발에 사용되던 예산을 구조조정, 농업예산의 최소 50% 수준까지 직불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는 직불금 중심 농정으로 가기 위한 시발점이긴 하나, 2조2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새로운 농정의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 살려야 지속가능

박 위원장은 최근 유럽에서 기후변화나 환경파괴, 동물복지 등을 이유로 농업에 대한 공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그러한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은 축산 악취나 하천 오염 등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농업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의 심각성으로 볼 때 이대로 간다면 향후 10~20년 내 우리도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박 위원장은 하루빨리 소득 양극화와 환경문제 심화를 초래한 생산주의 농정 대신 다원적 기능을 살리는 농정으로 농정의 틀을 전환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깨끗한 농촌환경과 경관을 지키면서 국민총행복에 기여하는 농업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래야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하고, 농민은 물론 국민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농특위는 오는 12월 중순경,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0개 핵심의제를 담은 ‘새로운 농정에 대한 비전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당초 11월11일 농업인의 날 행사 일환으로 추진하고자 했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등으로 일정이 한 달 정도 미뤄졌다. 대한민국 농정의 새로운 청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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