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돼지고기 평균 경락가격 뚝
kg당 2000원대…폭락세 지속
대대적 소비촉진 등 안간힘

6주이상 생축 이동 중단에 
자돈 적체피해도 심각
전국 74개 농장 12만마리 달해
비발생지 이동제한 해제 여론


국내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국 양돈 농가의 경영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발생에 따른 비정상적인 돼지 출하 및 소비 부진에 의한 돼지고기 가격 폭락, 이동제한으로 인한 자돈 적체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역 농가뿐만 아니라 전국 양돈 농가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가격 통계를 살펴보면 도매시장의 돼지고기 평균 경락가격(제주·등외 제외)은 지난 10월 30일 기준, kg당 2857원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0월 17일(kg당 2969원), kg당 3000원 대가 무너진 이후 2000원 대의 폭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초기, 6000원대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꺾인 가격이다. 예년과 비교해 약세였던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도 평균 1000원 정도 낮다.

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해 이동중지 명령과 해제가 반복되고, 그럴 때마다 과체중 돼지가 출하되는 현상, 여기에 돼지고기 안전에 대한 불안 심리로 크게 위축된 소비가 복합된 결과다. 또 방역정책으로 인해 도매시장 반입량이 늘어난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만약 돼지가격 폭락세가 장기화 될 경우 생산비인 kg당 4200원 수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인해 양돈 농가들은 대부분 심각한 경영 위기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농협과 생산자단체가 나서 대대적인 소비촉진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소비가 얼어버린 탓에 가격을 지지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양돈 농가들은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피해와 소비 위축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신선하고 안전한 국내산 돼지고기를 많이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격 문제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간 생축 반출·입 제한조치를 취하면서 9월 18일 이후 6주 이상 생축 이동이 중단돼 전국 양돈 농가의 자돈 적체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한돈협회가 전국 양돈장을 대상으로 긴급하게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 2만4408마리(23개 농장) △강원 9150마리(5개 농장) △충북 3만8360마리(22개 농장) △충남 3만260마리(19개 농장) △전북 6400마리(2개 농장) △경북5400마리(3개 농장) 등 전국적으로 74개 농장에서 12만4000마리에 이르는 자돈 적체 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모돈 농장에서 자돈 위탁처를 찾지 못해 자돈이 적체되면 밀사와 시설파손, 돈군 면역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돈협회는 이에 지역간 이동제한 조치에 묶인 농가들의 자돈 수매 및 아프리카돼지열병 비발생지역 농가에 대한 생축 이동제한 해제를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친 생축 반입·반출 금지 조치로 전국 양돈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지난 2011년 구제역 당시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매 지침을 내린 선례가 있는 만큼 모돈 농장의 자돈 도태 수매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비발생지역의 생축 이동제한 조치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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