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왜 필요한가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중소규모의 축산농가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애지중지 키운 가축을 팔아도 남기는커녕 손해가 막심하다. 폐업을 선택하는 중소농가들도 적잖다. 이처럼 경영 악화, 수입 축산물의 범람, 축산업의 규모화 정책 등으로 구석에 몰린 중소규모의 축산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공익형 축산직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 축산농가들이 농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공익형 축산직불제의 필요성과 방향, 해외 사례 등을 정리한다.

소비자에 단백질 공급
경종농가에 비료 제공 등
농촌에 미치는 영향 고려를

면적·생산량·사육두수 등 기준
EU도 축산분야 직불금 지급


▲위기의 축산업, 중소농가들이 사라지고 있다=국내 축산업은 잇따른 축산 강대국과의 FTA 체결로 자급률 하락과 농가숫자 감소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쇠고기 자급률은 2013년 50.1%에서 지난해 36.4%까지 급락했다. 56.9%였던 우유자급률도 2018년 50%선이 무너진 49.2%를 기록하고 있다. 축산업 가구숫자도 2013년 14만호에서 지난해 11만3000호까지 줄었다. 지난 5년 동안 무려 19.3%의 축산농가가 폐업한 것이다.

축산농가들이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시장개방에 따른 수입 축산물의 범람으로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의 2018년 축산물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우비육우의 생산비는 100㎏ 기준으로 101만8000원이고 마리당 순수익은 13만3000원이다. 하지만 2018년은 한우비육우 농가들의 채산성이 악화됐다. 생산비는 전년동기대비 8.6% 상승한 110만6000원으로 계산됐다. 생산비 상승은 소득악화로 이어지면서 마리당 5만7000원씩 적자를 기록했다. 어렵게 키운 한우를 팔아도 남기는커녕 경영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육우농가들은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육우농가들은 지난해 한 마리를 팔면 49만2000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나마 마리당 95만3000원 손실을 이뤘던 2017년과 비교하면 조금 나아진 형편이다. 지난해 육우의 100㎏당 생산비는 2017년 대비 3만원 오른 68만6000원이다. 양돈농가들의 마리당 순수익(비육돈 기준)도 2017년 8만6000원에서 지난해 4만8000원으로 43.9% 급락했고 육계농가도 마리당 149원에서 121원으로 18.9% 추락했다. 그나마 채산성이 좋았던 산란계 농장은 2017년 마리당 1만1814원의 순수익에서 지난해 1668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문제는 소규모 축산농가일수록 경영 불안정이 더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 100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가는 마리당 75만2000원의 수익을 남겼지만 20~49두 사육농가는 68만5000원, 20마리 미만 농가는 154만9000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육우도 100마리 이상 사육농가는 마리당 47만1000원을 벌었지만 50~99두 –30만3000원, 20~49두 -95만원, 20마리 미만 –242만원로 나타났다. 소규모일수록 손실이 큰 것이다.

양돈은 3000마리(비육돈 기준) 이상의 농가들은 마리당 6만4000원의 이득을 챙겼지만 1000마리 미만 사육농가는 마리당 20000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소규모 농가와 대규모 사육농가의 마리당 수익성 차이가 8만4000원에 달하는 것이다. 젖소도 100마리 이상의 사육농가는 마리당 347만4000원의 이익을 얻었지만 50마리 미만 농가는 이들의 1/3 수준인 128만6000원에 그쳤다. 2만수 미만의 소규모 산란계농가는 마리당 8268원을 손해 보며 닭을 키우고 있다. 8만수 이상의 대형 농가는 390원의 손실을 봤다.

▲공익형 축산직불제 도입 필요하다=이처럼 중소규모 축산농가들의 경영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경영악화가 심각한 중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폐업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국내 축산농가들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생산·공급하는 것은 물론 경종농가에 양질의 비료를 제공하며 농촌의 구성원으로서의 필요성 등 농촌에서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감안할 때 중소규모 축산농가들을 중심으로 공익형 축산직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은 지난달 8일 농협중앙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FTA 체결로 축산업이 위축됐다”며 “EU를 보면 면적과 생산량, 사육두수 등을 기준으로 축산분야에서도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축산분야의 직불제 도입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경북 영천·청도) 의원도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정부 논의가 활발하지만 축산분야 이야기는 전무하다”며 “농협 축산경제대표가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정부와 국회에 의견을 전달해야 ”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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