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서삼석 의원 주최로 지난 10월 2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사회적농업 육성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사회적 농업’의 실천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통제나 조정보다는 육성과 확산에 무게를 둔 ‘사회적농업 육성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법안에는 사회적 농업 실천 주체에 대한 ‘비용 보전이나 대가 지불’, 사회적 농업 확산에 필요한 인적·물적·제도적 기반 구축을 위한 정책 수단이 반영되어야 한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월 2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적농업 육성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군) 주최로 열린 이날 공청회는 지난해 12월 서삼석 의원을 포함해 23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사회적농업 육성법안’의 국회 논의를 앞두고 농업 및 복지분야 전문가, 현장에서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회적 농업 확산 초기 마중물
육성에 무게둔 법률 제정 필요 
실천 비용 보전·대가 지불하고
인적·물적 기반 구축 반영돼야

복지·교육·고용제도 등 연계 
제도적 지원의 초석 될 것


◆법률 제정이 필요한 이유=농식품부는 2018년부터 총 18곳의 사회적 농업 실천조직을 선정, 사회적 농업 활동과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에는 사회적 농장 지원 개소수를 50개로 확대하고, 지역에서 교육과 네트워크 중심축이 될 거점농장 4개소를 선정,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사회적 농업 육성법의 필요성과 법제 발전방향’에 대해 발제를 맡은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우리보다 20여년 앞서서 사회적 농업이 확산되었던 이탈리아나 네덜란드의 경우 사회적 농업과 관련된 법제가 정비되고 두텁게 형성되기까지는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농장이 수 백개로 확산되는 과정이 선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1980년대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최초로 등장, 사회적 농업 실천 농장이 1000개를 넘어선 2015년에 들어서야 ‘사회적 농업법’이 제정됐다. 네덜란드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돌봄농업이 확산되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 공공부문의 지원이 증가했고, 1500개에 이르는 돌봄 농장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보건복지 제도가 재편됐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법률적 근거가 없이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예산 확보도 어렵고 실행하기도 어려운 한국의 법제 여건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농업 실천의 확산 초기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제 막 파종을 시작한 사회적 농업이 싹을 틔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수준의 지원이나 지지 정책이 필요한데, 법률적 근거가 없이는 그러한 요구들이 외면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협동조합기본법처럼 때로는 선진적인 것을 먼저 제안한 법이 정비가 되면 그것이 오히려 사회적 흐름을 촉진하기도 한다”면서 “법률적 근거가 만들어지면 사회적 농업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고 정부의 관여와 사회의 관심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에 보장해야 할 정책 수단은=김 연구위원은 외국의 사회적 농업 지원정책을 기반으로 두가지 범주의 지원 정책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비용 보전이나 대가 지불’. 사회적 농업 실천 주체들이 농업 생산 활동과 결부된 형태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을 추구할 때, 동일 조건의 농업 생산단위보다 생산성이 떨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돌봄, 교육, 일자리 제공 등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분은 바로 국가나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사회적 농장이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이며, 이에 대한 보상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때 사회적 농업 실천의 지속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적·물적 자원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거나, 관련 주체들이 생산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 판촉을 돕거나 거버넌스 및 협력 관계를 제도화함으로써 간접 지원하는 수단들이 있다.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에 대한 돌봄 농업 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직능 분야 종사자들이 함께 실천하면서 새로운 ‘집합적 지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확보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패널 토론 주요 내용=농식품부 농촌사회복지과 이연숙 과장은 “사회적 농업 정책은 초기단계인 만큼 현장에서 다양한 실천이 발현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범위는 정하되, 현장의 사례를 가능한 한 포함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적농업 육성법이 제정되면 현재의 사업비 지원에서 나아가 복지·교육·고용제도 등과 연계된 제도적 지원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김도윤 센터장은 “향후 사회적 농업이 법제화되고 사회적 서비스가 활발하게 제공된다면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 지불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규격화된 정신 치료 영역에선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돌봄 농업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고용, 복지, 교육 등에 투자되는 막대한 사회비용을 사회적 농업 영역에서 공유하게 된다면 사회적 농업은 농촌·농민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마을(주) 한석주 대표는 “사회적 농업을 통해 농촌에서 사라진 서비스가 새로 복원되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질이 나아지면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고, 그 결과로 농업농촌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장애인, 노인, 약자, 신규농업인들이 배제되지 않고 여러 관계망 속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사회적 농업이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씨앗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영란 목포대 교수는 “사회복지와 농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유럽의 여러 사회적 농업 사례는 그 나라의 농업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이 가져온 결과물”이라면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서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사회적 농업의 취지가 법안에 잘 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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