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1996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당시 농업 이외 분야에서는 개도국 혜택을 주장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지난 10월 24일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의 일부다.

10월 25일 한국 정부가 농업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WTO 개도국 특혜를 ‘향후 협상에서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트럼프 발(發) 개도국 지위 포기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놓으면서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WTO DDA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개도국 특혜를 포기하더라도 농업분야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지만 개도국 지위와 특혜 유지를 농산물 시장개방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농업계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해수부가 낸 자료 하나가 눈길을 끈다. 한창 개도국 지위 포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언론이 ‘한국농업과 수산업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낮은 관세와 보조금 허용 등 특혜를 받고 있다’는 보도를 내자 이에 대해 해수부가 ‘우리와는 관계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낸 것이다.

골자는 “우리나라는 1996년 OECD 가입 당시 농업 이외 분야에서는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그래서 “현 WTO 체제 하 일반 산업에 포함된 우리 수산업은 농업과 달리 관세·보조금 등에 별도 개도국 혜택을 부여받고 있지 않아 개도국 특혜 변경에 따른 영향이 없다”는 것.

말은 맞는 말이다.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개도국 특혜 포기를 골자로 한 브리핑에서도 “우리나라는 1995년 WTO 출범 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은 이후 1996년 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만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고 밝혔었다.

이쯤 되면 ‘당시 한국 정부는 왜 수산분야에 대한 개도국 지위를 애초부터 포기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수산분야는 일반산업분야에 포함돼 협상이 진행됐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게 당시를 기억하는 관계 전문가들의 이야기이지만 1차 산물을 생산하는 건 농업과 마찬가지이고 어민들이 처한 현실이 농민들이 처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WTO, 그리고 개도국 지위와는 별개이긴 하지만 2004년 4월 칠레와의 FTA 이후 총 15건 52개국과의 FTA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효과 여부를 떠나 그나마 대책이란 걸 만들어 추진했던 농업분야와는 달리 수산 분야 보전대책은 FTA피해보전직불제 하나가 현재까지 유일하다.

만약, 1996년 당시 한국 정부가 농업분야도 개도국 특혜를 포기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지금의 수산분야가 바로 농업분야의 모습이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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