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무기질비료 산업, 돌파구는 <상>무기질비료산업, 왜 위기에 놓였나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무기질비료산업이 어렵다. 농업용 비료 사용량이 감소한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농협 납품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면서 무기질비료업계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2018년 한국비료협회 회원사 영업이익은 누적적자 694억원. 이렇다보니 신제품을 개발할 여력도 없고, 이 틈새를 수입비료가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수입산이 국내 시장을 장악해 가는 수순으로, 수입비료에 의해 국내 비료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으며, 자칫 농업인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무기질비료산업을 유지시켜야 하는 이유다. 왜 무기질비료산업이 위기에 빠졌을까. 먼저 무기질비료산업을 진단해본다.


지난해 ‘요소’ 13.4% 올랐지만
비료 농협 납품가격은 ‘동결’
원가의 70% 이상이 원자재가
1톤 가공 때 9만5180원 손실

농협 구매 대부분 ‘최저가 입찰’
가격 누르기로 업체 부담 가중
신제품 개발 나설 여력도 없어
고가 수입비료에 시장 내줄 판 


▲무기질비료 사용량 감소=2018년 한국비료협회 회원사(6개사)의 무기질비료 총 출하량은 305만2000톤이다. 전년보다 0.7% 늘었다. 공업용과 원료용 비료 출하량이 15.4%와 9.8% 각각 증가했기 때문. 대신, 농업용 비료 출하량은 105만4000톤으로, 4.6% 줄었다. ‘2019년 비료연감’에서는 봄철 냉해에 여름철 폭염이 더해지면서 원예용·맞춤형 비료 출하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는데, 지난해만의 흐름은 아니다.

농업용 비료 출하량은 유기질비료지원사업 정부지원 시작(1999년),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 실행(2001년)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05년 무기질비료 지원 중단과 함께 200만톤을 상회하던 물량이 2005년 193만5000톤으로 줄었다. 2010년에 114만톤까지 떨어진 이래 2015년 109만톤, 2016년 106만4000톤, 2017년 110만5000톤 2018년 105만4000톤 등 큰 변화없이 110만톤대에 머물러 있다. 무기질비료 소비량 감소, 무기질비료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첫 번째 원인이다.

무기질비료 관계자들은 “무기질비료 소비가 줄어든 데는 정부정책 때문도 있지만 무기질비료가 안전성이 떨어진다거나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거나 유기질비료보다 기능성이 낮다는 등 사실이 아닌 부분으로 무기질비료 이미지가 퇴색된 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제 원자재 가격 ‘논외’=무엇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농협 납품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시스템이 무기질비료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기질비료는 국제 원자재가 제조원가의 70% 이상을 차지, 국제 원자재 가격이 무기질비료업체의 경영여건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2018년 국제 요소가격은 전년 대비 13.4%, 염화칼륨은 6.3% 각각 상승했지만, 요소와 맞춤16호 비료의 농협 납품가격은 톤당 39만원·38만1000원으로 동결됐고, 21복비는 3.8% 인하됐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농협 납품가격이 연동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비료협회 분석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톤의 요소(원자재)로 비료를 생산할 때마다 약 9만5180원의 손실이 발생되는데, 여타 비료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면 손실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격 산정은 2013년 요소가격이 전년보다 21.2%, 염화칼륨은 13.7% 각각 올라 요소와 맞춤16호 비료의 납품가격이 27.4%·3.1% 모두 인상된 것과 다른 모습이다. “농협이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 국제 원자재 가격을 무시한 채 농업경영비 중 2.06%에 불과한 무기질비료의 납품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기질비료 A관계자는 “당장은 비료가격 인하 효과를 농민들이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회원사 경영악화로 인해 농민들의 경제적 비료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최저입찰제’로 저가 유도=농협의 비료구매 방식도 문제다. 농협은 전체 물량의 70.5%(2018년)를 경쟁입찰을 통해 구매하고 있고, 원칙적으로 농협 구매예정가격을 초과하지 않는 단가의 입찰자 중 최저 단가 입찰자로부터 순차적으로 구매 예정량에 도달할 때까지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게 된다. 이런 ‘최저입찰제’는 ‘더욱 낮은 가격’을 유도하는 ‘가격누르기’로 작용하고 있어 농협 납품가격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협경제지주와 공급사간 2019년 무기질비료(요소) 구매납품 시 계약서에 ‘국제 요소가격이 250달러(톤)를 초과할 경우 농협경제지주는 계약금액(단가)의 15% 이내에서 공급사에 추가로 사후정산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미 최저가로 낙찰된 비료는 제외, 유찰된 비료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라는 해석이다. 무기질비료의 상당부분이 농협 유통경로를 통하는 만큼 유찰되는 물량이 적어 사후정산을 통한 가격보전은 지극히 낮다는 게 무기질비료업계의 얘기다.

무기질비료 B관계자는 “농협을 통한 유통체계에서 무기질비료생산업체가 가격 결정권을 갖기 어렵다”며 “사후정산 문제도 계약서만 보면 현재 요소가격이 300달러를 넘고 있기 때문에 사후정산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유찰된 부분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이해되지 않을 뿐 아니라 최저가입찰제를 면하기 위한 계약문구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수입비료 시장 장악 우려=결국 2016년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농협 납품가격에 반영되지 못한 결과, 비료협회 회원사(6개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576억원, 2017년 279억원, 2018년 694억원 등 3년째 적자로 허덕이고 있다. 이처럼 무기질비료생산업체들이 적정이익을 보장받지 못하면 신제품 개발에 뛰어들지 못하고 고가의 수입비료가 국산 비료시장을 잠식, 농가들은 값비싼 수입비료를 사용해야 하는 등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2000년에 1.3%였던 수입 복합비료 비중은 2010년 8.8%, 2018년 13.5%로 증가하고 있고, 2018년 수입 복합비료 가격(톤)은 통관기준 평균 수입가격 47만원에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69만원으로 추정, 국내 복합비료의 평균가격 62만5000원보다 높다. 이대로라면 기능성 수입산 비료를 원하는 농가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영렬 비료협회 전무는 “수입비료를 대체하기 위한 신제품을 개발·공급한다고 해도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인해 농업인에게 공급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을 맞추기는 힘들 것”이라며 “무기질비료산업은 투자비가 엄청나며 신규 투자도 쉽지 않은 장치산업으로 적정이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제품 개발, 낙후된 시설개선, 수입비료와의 경쟁력 등에 어려움이 발생된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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