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막걸리의 날이요? 막걸리를 만드는 사람도 모르는데 누가 알아줄까요?”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막걸리의 날이다. 막걸리는 우리 쌀 소비촉진에 최고다. 최근엔 주세법 개정으로 고품질의 국내산 원료와 다양한 용기 개발이 수월해지면서 지역별로 각양각색의 막걸리들이 전통주 매니아 층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실제 막걸리업체들을 다녀본 결과 기존의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지역 관광과 연계하는가 하면 막걸리에 재즈공연을 접목하기도 하고, 페트병 대신 유리병에, 사발 대신 와인 잔 등에 막걸리를 따라 마시는 등 현장에선 열정이 무르익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일각에선 여전히 막걸리가 미지근한 술로 여겨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1년 막걸리의 날을 제정하고 우리 농업의 활성화와 막걸리의 세계화를 다짐했지만, 현재 막걸리의 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막걸리의 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지금 있는 행사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2010년 막걸리의 붐이 꺼진 지 10년이 지난 지금, 막걸리의 날 역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몇몇 막걸리 양조장을 다녀보면서 막걸리의 날을 기념해 막걸리 양조장을 방문한다고 하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 기자를 쳐다봤다. “막걸리의 날이 있었나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첫 출발이 이렇다 보니, 이후 찾아간 양조장에서도 ‘막걸리의 날’을 꺼내기가 민망해졌다.

매년 첫 수확한 햅쌀이 나오는 날에 맞춰 막걸리 날을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로 했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선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2013년만 해도 서울 도심 내에서 거리공연을 비롯해 전국팔도 막걸리 시음행사와 막걸리 건배 행사를 생중계하는 등 대대적으로 막걸리의 날을 기념했다. 막걸리의 날부터 약 2주간을 ‘막걸리 위크’로 지정하고 막걸리 주점들과 막걸리업체들은 연말까지 ‘햅쌀로 만든 막걸리’ 판매에 열을 올렸다. 이와 같은 행사가 다시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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