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술빚는전가네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술빚는전가네 양조장은 국내산 쌀로 만든 고품질의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전기보 대표의 모습.

59.79㎡ 크기의 소형 양조장
포천 쌀·흩힘누룩·연잎 등 사용
주막에서 팔 만큼만 생산
 
지난해 열린 우리술 품평회
대상·우수상 휩쓸며 품질 인정

부부 연소득 3000만원도 어려워
주류품질검사비 지원 등 절실


제9회 막걸리의 날을 맞아 시리즈 마지막으로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포천시를 찾았다. 포천시는 일동, 배상면주가 등의 유명 막걸리양조장이 있는 막걸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이곳에선 가장 작은 양조장에서 가장 비싼 막걸리를 빚고 있었다.

완연한 가을이 내려앉은 포천시 산정호수 앞에서 전기보(62) 술빚는전가네 대표를 만나봤다. 전기보 대표는 양조장과 불과 약 300m 떨어진 주점을 동시에 운영하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가장 작은 양조장에서 만든 가장 비싼 막걸리

전기보 대표가 전통주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그는 중국 여행 도중 직접 술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보이는 중국 전통주를 경험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우리 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2014년 1월 술을 배우기 시작해 같은 해 3월 양조장을 만들고 10월에 주막을 처음 열었다. 하지만 2014년은 막걸리 붐이 내리막을 걷고 있을 시기. 기존에 있던 막걸리 양조장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던 때였다. 전 대표는 “당시 포천에만 70~80년 전통의 대형 막걸리 양조장이 9개나 있었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인지도 높은 대표 막걸리였다”고 말했다. 당시 대부분 막걸리의 가격은 1000원대. 이런 상황에서 술빚는전가네 양조장은 포천시 쌀과 흩힘누룩, 연잎으로 싸서 발효를 거친 2만원짜리 막걸리를 출시한 것이다. 전 대표는 “막걸리 붐이 있었던 2010년엔 막걸리업체들이 너도나도 공장을 신설하고 라인을 증축했다. 그러다 막걸리 붐이 꺼지고 문 닫은 양조장들이 생겨났는데 술빚는전가네 양조장이 시작할 땐 전체적으로 막걸리에 대한 시장 가지가 낮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막걸리가 한참 내리막을 걷고 있을 때 문을 열어서일까. 술빚는전가네 양조장은 몸집이 작다. 이곳 양조장의 크기는 소규모 양조장이 주류면허를 받을 수 있는 최소기준인 45㎡(증류주)를 겨우 넘는 59.79㎡에 불과하다. 또한 주막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 팔 수 있을 만큼만 생산하고 따로 유통을 하지 않는 등 고정비용을 최소화했다. 양조장은 전기보 대표 혼자서, 주막은 아내와 함께 운영한다. 전 대표는 “고정비용이라고 해봤자 병 값이랑 원료인 쌀값 정도다”고 언급했다. 양조장에서 한 달에 사용하는 쌀은 약 100kg정도.

#우리술품평회에서 인정받아

▲ 우리술 품평회 우수상을 받은 '배꽃담은 연', 대상을 받은 '산정호수 동정춘 막걸리'.

술빚는전가네에서 만든 막걸리는 총 3종류로 ‘산정호수 동정춘 막걸리’, ‘배꽃담은 연’, ‘궁예의 눈물’이다. 가격은 궁예의 눈물 1만5천원을 제외하고 두 종류 모두 750ml 2만원이다. 특징은 와인처럼 유리병에 담겨있다는 것. 술빚는전가네 막걸리가 빛을 발하게 된 건 국내 최대의 국가공인 주류품평회인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산정호수 동정춘 막걸리’와 ‘배꽃담은 연’이 휩쓴 작년부터다. 전 대표는 “2015년 지역 예선에서 떨어진 이후 출품도 안 했었다. 작년에 출품을 하면서도 상을 탈거라는 기대는 전혀 안 했다”며 “작년 탁주 부문에 총 72개 제품이 출품됐고, 탁주에선 3개 제품에 상을 주는데 그중 2개를 ‘산정호소 동정춘 막걸리’, ‘배꽃담은 연’이 받은 거다. 당시만 해도 우리같이 작은 양조장에서 상을 받은 적은 드물었다. 운이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전에는 주변에서 막걸리가 맛있다고 하는 게 그냥 인사치레인 줄 알았다. 상도 상이지만 상금 1000만원이 양조장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으론 전기보 대표는 지역양조장이 수익을 낼 만큼 전통주를 생산하고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우린 나름대로 주막을 운영하면서 자체 유통을 하고 과잉생산을 하지 않아 고정 비용이 거의 없으니 부담이 없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작은 양조장을 운영한다는 게 극한직업이나 다름없다. 인건비는 원가에 포함시키지도 않아도 부부 두 명이서 소득 2000~3000만원도 쉽지 않다”며 “지역양조장 경영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점인 거 같다”고 언급했다.

또한 전 대표는 소규모 지역 양조장에게 주류품질검사 등의 품질검사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대형 양조장과 중소양조장이 모두 같은 기준으로 주질검사 등의 품질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대기업은 자체 연구소에서 검사하지만 작은 양조장들은 대부분 위탁해서 해야 하기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증류주는 일 년에 한번 생산하는데 이런 부분도 모두 3개월에 한 번씩 받아야한다. 이런 점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