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잦은 비 날씨와 생산량 증가로 감귤 시장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제주시 조천읍 일대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현진성씨가 조생 감귤 출하를 앞두고 감귤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노지 조생 감귤 출하 등 본격적인 감귤 시즌을 앞둔 10월 말~11월 초 현재, 감귤 산지와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잦은 비로 인한 작황 악화와 생산량 증가, 이른 설에 따른 짧은 판매 기간 등이 맞물리며 어느 해보다 ‘어두운 시즌’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유독 상품 간 시세 격차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상품성이 좋지 않은 감귤에 대한 시장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지에서도 극조생 감귤 문제 등 근본적인 감귤 산업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 감귤 산지 방문과 시장 유통인들의 분석을 토대로 올 감귤 시즌을 점검했다. 


노지감귤 당도 늦게 올라와
이달 10일 전후 수확 전망
이른 설에 판매기간 짧아 
생산농가 “올 전망 우울” 

상품 간 시세격차 뚜렷
익지도 않은 상품 나올까 걱정
익은 물량만 수확, 분산 출하를

수입산 오렌지 단가 높고
생육도 좋지 않아 한숨 돌려


“생육기 잦은 비로 조생 출하가 늦어지는 가운데 서귀포 지역 해거리로 생산량은 증가하는 반면 이른 설로 판매 기간은 짧습니다. 여러 상황이 좋지 못해 시즌 시작 전부터 우려가 앞섭니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1만6500여㎡ 규모의 노지 감귤을 재배하는 현진성 한국농업경영인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장을 만난 지난 10월 29일, 그는 아직 극조생 감귤을 수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현 회장은 “예년 같으면 극조생을 마무리하고 조생으로 전환할 시기인데 올해 유독 비가 많이 오고 비대가 늦어지며 당도 늦게 올라서다 보니 조생은 일러야 11월 10일 전후로 수확이 이뤄질 것 같다”고 전했다. 

대체적으로 올해 감귤 작황이 좋지 못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노지 조생 감귤의 막바지 생육기인 10월 날씨는 양호해져 늦게나마 당도 등 품위는 올라서고 있다. 

서귀포시 효돈의 감귤 재배(1만5000여㎡) 농가 김석규 씨는 “이제야 노지 조생 당이 올라서고 있어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늦은 11월 중순경부터 수확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감귤 시즌 시세의 잣대가 될 극조생 시세도 예년의 70% 선에서 형성되며 약세를 보이고 있고, 감귤 주산지인 서귀포 지역은 해거리로 생산량도 증가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오준협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제주감귤지원단 과장은 “최근 3년 평균 생산량 대비 15%가량 증가한 52만8000톤의 노지 감귤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특히 극조생과 조생이 맞물리는 11월 시세를 어렵게 보고 있는데 그래도 10월 들어 날씨가 좋아지고 일조량이 증가하며 조생 품질이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산지와 비슷한 전망 속에 상품 간 시세 격차가 유독 크게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며 이에 따른 출하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고길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영업이사는 “전체적으로 작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출하가 늦어지지만 생산량은 많고, 설 대목은 1월 20일경으로 일러 판매 기간은 짧다. 어느 해보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시즌이 전망되고 있다”며 “특히 극조생부터 상품 간 시세 격차가 유독 크게 발생하고 있고, 조생 이후 이번 시즌에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시즌일수록 일부에서 제대로 익지도 않은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데 이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며 “시즌 전망은 어둡지만 좋은 물량은 예년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최대한 나무에서 익혀서 익은 물량만 부분 수확해 분산 출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호재는 있다. 감귤 경쟁 품목인 오렌지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 이창호 농협구리공판장 경매부장은 “현재 남아공 오렌지가 들어오고 있고, 조만간 미국산 오렌지도 들어오는데, 오렌지 상황이 썩 좋지 않고 현재 단가도 높게 형성돼 있다”며 “아직 이르지만 오렌지로 인해 감귤 소비가 어려워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산지에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무엇보다 초반 소비와 시세 지지에 부정적으로 비치는 극조생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현진성 회장은 “예년 같으면 제주 밭작물이 나오고 한 달 정도 지나야 남해안 쪽에서 밭작물이 생산되는데, 생산 기술 발달 등으로 이제는 일주일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 품목도 있고 태풍 등으로 밭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기도 했다”며 “극조생 문제는 공감하지만, 감귤 농가들이 밭작물로 전환하지 못하면 감귤 판매 기간이 길어야 해 극조생을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고, 이에 극조생 품종 개선 등 품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외에도 우려스러운 전망이 나오는 이번 시즌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도록 정부와 지자체, 산지, 시장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강재남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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