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작물 생체반응 실시간 분석…필요한 만큼 물·비료 ‘공급’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 1. 인공지능으로 작물 수분스트레스를 진단, 처방하는 ‘스마트 관개시스템’의 시스템 제어부 2. 열영상을 기반으로 테이터(엽온)을 측정하는 모습 3. 엽온측정센서 4. 전자밸브

노지작물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물을 관리하는 시대가 열렸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원장 이용범)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작물 수분스트레스 기반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노지작물은 폭염과 가뭄 등 기후변화에 취약해 재배과정에 정확한 생육정보와 환경진단, 작물에 필요한 관개 등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토양 내에 센서를 설치해 수분정보를 측정하고, 설정값 이하일 때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 사용돼왔다. 이번에 개발한 ‘스마트 관개시스템’은 날씨 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체반응 정보를 영상기술로 진단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물 공급시기와 양을 판단하는 것으로 국내 최초 노지적용 사례다.


폭염·가뭄 등 취약한 노지작물
ICT 기반 자동 계측 통해
최적의 생육 조건 만들어 줘

농업용수 25~31% 절약하며
사과·복숭아 등 무게는 증가
물 관리 노동력은 95% ‘뚝’ 


▲스마트 관개시스템이란=‘스마트 관개시스템’은 날씨 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체반응 정보, 즉, 잎의 온도를 비롯해 작물이 자라면서 나타나는 상태를 영상기술로 진단해 관수시기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저장, 처리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현재 또는 미래에 작물이 필요한 물의 양도 알 수 있다.

농업생산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물과 토양, 작물, 대기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등을 고려해서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조건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국립농업과학원이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작물 및 생육환경 정보를 자동 계측 및 분석하고 정확하게 관개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나선 이유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토양 및 작물생육 상황에 맞게 물과 비료 등을 적정하게 공급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하는 정밀한 자동제어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개발된 기술은 크게 3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데이터 측정부는 작물엽온, 토양수분, 대기온습도, 일사량 등의 정보를 측정하고, 시스템 제어부는 작물 수분스트레스 지수 및 관개 필요량 산정, 컨트롤러나 전자밸브 등의 시스템을 운영한다. 원격모니터링 및 제어부는 컴퓨터나 휴대폰을 활용해 정보를 송수신하고 원격으로 시스템을 제어한다. 이를 통해 토양, 작물 및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계측하고 작물 수분스트레스 진단 및 관개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통해 작물 관개량을 산정할 수 있으며, 원격제어로 비상 알림, 강우감지 시 자동정시, 강우 예보 지체 시간 설정 등이 가능하다.

특히, 스트레스 환경에서 표현하는 작물의 생체반응을 직접적으로 측정, 분석해 작물 스트레스를 진단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개발된 기술이다. 김민영 국립농업과학원 재해예방공학과 연구사는 “작물정보를 이용할 경우 토양수분정보만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민감하고 신속하게 관개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 중 하나인 딥러닝(Deep Learning, 강화학습) 기술을 활용해 토양 및 기상변화를 고려한 최적의 작물 관개량을 학습을 통해 예측하고, 어느 곳이 물이 부족한 지 알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딥러닝을 이용해 관측 공백을 메우거나 예측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고, 과거의 수치자료, 미래 기후시나리오, 작물생육 이미지 등을 분석해 의사결정이나 생산량 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급효과=지구온난화로 가뭄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고 작물재배에 최적화된 물 관리를 통해 생산성, 품질, 농가소득 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0년까지 가뭄발생빈도가 연간 0.36회였으나, 2001년부터 2018년까지는 연간 0.72회로 높아졌다. 2018년은 폭염일수가 31.3일에 달했고, 농작물 햇빛 데임 피해 및 고사면적은 과수 1106ha, 특작 549ha 등 2355ha에 달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상 발생빈도 및 강도의 증가가 기후취약산업인 농업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물 수급분석에 따르면 2020년에는 농업용수가 3억8000톤 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며, 관개면적 대비 농업용수의 공급은 더욱 취약한 편이다. 아울러 밭의 경우 논에 비해 가뭄에 더 취약하지만 관개면적 비율은 2015년 기준 18.5%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보다 최적화된 농업용 물 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개발기술이 실용화될 경우 작물 생산성 증대 및 품질향상, 관개 시간 감소 및 농번기 일손대체 등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사과재배에 적용한 결과, 과일무게는 14%, 당도는 8%, 안토시아닌 함량은 64%가 늘었다. 복숭아에 적용했을 때는 관행재배인 12°Bx의 당도를 유지했으나 과일무게가 26%나 증가했다. 이와 함께 작물의 수분스트레스가 27~34%가 감소했고, 작물이 받는 수분스트레스를 미리 진단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의 물을 주므로 농업용수를 25~31% 가량 절약할 수 있었다. 아울러, 물 관리에 들어가는 노동력도 95%가량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우리나라 사과 재배면적의 20%인 6647ha에 적용할 경우 수확량 증대에 따른 농가수익 증가가 연간 4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관개 소요시간 감소, 농번기 부족 일손 대체 등으로 관개에 들어가는 노력절감비용만 연간 9억원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작물생육시기에 적기, 적정 관수로 연간 약 1146만6000톤의 농업용수를 절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농업과학원은 이번 연구결과를 국내외 학회지에 게재해 학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으며, 출원한 특허기술은 산업체에 이전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노지 스마트 관개기술을 고도화, 지능화, 실용화하고 국내 관개시장 활성화와 기술수출에 힘쓸 예정이다. 이승기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장은 “새로운 기술 적용으로 작물 생산성과 품질, 농가소득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인공지능 기반 노지 스마트 관개기술로 지속가능한 작물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공동기획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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