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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우렁이 생태계 교란생물 지정 움직임 논란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친환경농업정책 맞물려
사용면적 증가·농가 선호 불구
환경부 지정고시 개정 추진
친환경농업단체 “즉각 철회”


환경부가 친환경 농법에 사용되고 있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려고 하자 친환경 농업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10월 1일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20일까지 관련 의견 수렴 절차를 마쳤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환경부는 왕우렁이 등 6종에 대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국내 확산 방지 등을 관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학술 교육, 전시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수입, 반입, 사육, 재배, 방사, 이식, 양도, 양수, 보관, 운반 또는 유통이 금지된다. 불법 수입 등이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현재 23종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돼 있다.

왕우렁이는 국내 친환경 농법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물속에서 왕우렁이가 잡초를 먹이로 해 뜯어먹는 습성을 이용한 방법으로 1990년 초부터 벼농사에 이용하기 시작했고 1996년 친환경농업 정책과 맞물려 그 사용 면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가 선호도도 크다. 2009년 전남 벼 친환경재배 면적의 89%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왕우렁이 농법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친환경 농업 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와 한국유기농업학회,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려는 환경부의 독단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만일 고시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환경부의 친환경농업 죽이기’로 규정하고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왕우렁이는 1992년 논 제초용으로 친환경농업에 처음 도입된 이래 30여년 가까이 농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제초의 어려움을 해결해 줬으며, 화학 제초제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는 등 친환경농업 확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며 “외래 수입종인 ‘황소개구리’나 ‘큰입배스’와 달리 왕우렁이는 조류, 야생동물 등 육식성 포유동물이 모두 천적이어서 황소개구리와 같은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알렸다.

이들은 또 “그동안 정부와 친환경 농업 진영은 왕우렁이의 생태계 교란 지적에 대해 2009년과 2010년 조사에 이어 2016년 민관 합동 조사 등을 통해 왕우렁이로 인한 생태계 피해보다 농업과 환경에 기여하는 장점이 많은 것으로 확인했으며, 일부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왕우렁이 관리요령을 만들어 적정한 관리를 하기로 결론을 낸 바 있다”면서 “친환경농업 단체들과 아무런 협의 없고 합당한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려는 고시 개정안은 농업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수면양식업을 관할하는 해양수산부도 이번 고시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21일 “전체 내수면양식업을 통해 생산되는 수산물이 2만8000톤가량 되는데, 이 중 5700톤이 왕우렁이라는 점과 산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입장을 제출했다”며 “행정예고 전인 9월 말경 환경부로부터 의견 조회가 왔었는데 고시 일부개정안이 만들어진 상태였고, 그 이전에 부처와 간담회 등의 의견 수렴은 없었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반대 의견을 감안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원래는 연내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반대 의견이 이렇게 많을 줄은 예상 못했다”면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관련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며,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반대 의견을 감안해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성진·이진우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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