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리나라는 온대기후로 사계절이 뚜렷하다. 그래서 과거에 한겨울에는 푸른 채소나 과일을 먹을 수 없었다. 그러나 1970~80년대 비닐하우스를 통한 백색혁명으로 이제는 온 국민이 한겨울에도 채소나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

세계 최초의 온실은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온실(1619)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약 170년 전인 1450년 즈음에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온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세종시대의 의관이었던 전순의는 ‘산가요록’이라는 생활과학서를 저술했는데, 이 가운데 ‘동절양채(冬節養彩)’ 편에서 겨울에 채소를 키우는데 필요한 온실건축법을 기록했다. 당시의 온실은 난방장치로 온돌과 태양광을 이용하고, 채소를 키우는 영농기술을 접목한 매우 창의적인 인공온실이었다.

‘산가요록’에 의하면, 온실의 남쪽 면을 제외한 삼면을 진흙과 볏짚으로 만든 흙벽돌로 쌓고, 남쪽 면에는 45°의 채광창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기름종이를 붙여 태양광을 난방에 이용했다. 바닥에는 온돌을 놓은 다음 30㎝ 정도의 흙을 덮어 배양토를 만들고, 그 위에 종자를 심었다. 밤에는 솥에 불을 때 수증기로 보온과 습기를 공급해 채소를 재배했다. 온실의 3대 조건인 난방, 가습, 채광을 모두 갖춰 현재의 온실공법과 비교해도 과학적 창의성은 놀라울 정도이고, 첨단 온실인 스마트팜의 원조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작물의 재배장소가 노지재배,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스마트팜 순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이 ICT와 융·복합해 스마트팜으로 진화되고 있으며, 세계농업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끌고 있다. 스마트팜이란 지역이나 기후조건에 상관없이 광, 온도, 습도, CO2, 식물배양액 등의 환경조건을 제어해 작물의 연중생산과 계획생산이 가능하고, 수량과 품질을 조절할 수 있는 식물생산시스템이다. 스마트팜은 생산뿐 아니라 가공·유통과 연계돼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스마트팜을 선도하는 나라들은 네덜란드, 미국, 이스라엘, 일본 등이며, 우리는 1990년대 초반부터 연구를 시작해 선진국 80%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인공광 온실과 자연광 온실로 구분할 수 있다. 인공광 온실은 LED 등 인공광원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데, 인공광원의 종류 및 광질, 공조시설, 자동화 시스템, 수경재배기술 등이 유기적으로 융·복합돼 운용된다. 자연광 온실은 주로 태양광을 이용하며, 추가로 인공광원을 적절히 사용한다. 자연광 온실은 지붕의 모양에 따라 양지붕형, 벤로형, 아치형 등으로 구분한다. 외부온도 변화에 따라 효율적인 냉난방시설, 자동화 시스템, 수경재배 등의 기술이 포함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올해 우리기술로 개발한 스마트팜 시스템, 양액설비, 온실시설, 농자재, 품종 등을 융·복합한 ‘한국형 스마트팜 패키지’ 기술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수출했다. 수출계약 규모는 1720만 달러(약193억원)인데, 러시아와 중동지역까지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종시대 ‘산가요록’에서 밝힌 ‘세계 최초의 온실’이 현재에 이르러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단언컨대 ‘한국형 스마트 팜 패키지’ 수출은 ‘농업수출 100억 달러 달성’의 조기목표를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김제규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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