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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살처분정책, 세계표준 벗어나”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호세 마누엘 산체스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연구소장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에서 시군단위 살처분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살처분 정책이 세계적인 표준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5일, 우리나라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호세 마누엘 산체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연구소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호세 산체스 소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 서초동 제1축산회관에서 진행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포·파주·연천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의 살처분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호세 산체스 소장은 한국 상황을 더 조사해야 정확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전제 후 “세계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대 설정의 표준은 질병 발생 농가 반경 5~10km”라며 “이 범위 바깥의 경우 역학 관계가 있는 농장만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표준에서 벗어난 살처분은 불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 방역당국의 시군 단위 일괄 살처분 정책에 대해 호세 산체스 소장은 “살처분 범위를 행정구역 단위로 설정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며 “살처분 범위 설정은 위험도 분석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처분에 대한 이야기는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살처분 참여 농가에 대한 보상 문제로 넘어갔다. 호세 산체스 소장은 이에 대해 ‘관대한 보상’을 주장했다. 농가들이 정부의 방역정책에 잘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농가를 대상으로 한 보상에 관대해야 한다는 것. 산체스 소장은 중국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중국은 살처분 보상금이 없기 때문에 농가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가 있어도 도축장에 출하를 했고,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에 대한 고리가 끊어지지 않은 원인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는 재입식까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유럽은 보험제도를 통해 재입식 기간까지 비용을 보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생멧돼지에 대해서는 우리 축산단체의 주장처럼 개체수 조절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세 산체스 소장은 “유럽이 야생멧돼지로 오랜 기간 고생했는데, 야생멧돼지 관리는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코가 펜스를 만들고 총기를 사용해 사살한 후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야생멧돼지 관리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돼지 농장의 경우 야생멧돼지 차단 울타리를 이중으로 설치하면 야생멧돼지의 접근이 어려워져 사육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재입식의 경우 꼼꼼한 소독과정 준수와 차단방역을 주문했다. 호세 산체스 소장은 “사료·장비 등 농장 내부의 모든 것을 비운 뒤 수세·소독·건조 과정을 철저하게 지킨 다음 환경 검사와 함께 감시돈을 넣어 40일 동안 감염이 없으면 재발병 없이 다시 입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예방적 살처분 농장은 차단방역 수준을 높이고 이중울타리를 설치하면 청소·소독만으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없이 농장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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