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4일 진행한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김재현 산림청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약재 검증 빼고
불 잘 붙는 침엽수로 산불 복구
등록단체 ‘일본해’ 표기도 질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4일 산림청·산림조합중앙회·한국임업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산림청이 산림 보전·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고 있다”는 질타가 혹독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에 이어 풍력 발전 설치에 따른 산지 훼손 우려를 비롯해 산림 정책의 문제점들이 다뤄졌고, 산림청 산하 및 등록단체의 홈페이지에 ‘일본해’ 표기 문제, 부적절하게 집행된 예산 등 산림 부처의 기강 해이와 관료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에 대한 지적들이 잇따랐다.

▲산지 훼손 심각한데, 대책은 지지부진=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난개발에 따른 산림 훼손 문제가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앞선 국감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등에 따른 산지 훼손 문제가 수차례 다뤄진 상황. 해당 우려는 올해도 계속됐다.

이만희 자유한국당(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2016년부터 2019년 9월 말까지 산림청이 산지전용을 허가한 면적은 총 2만6000ha이며 불법산지전용으로 인한 피해면적은 1397ha, 그리고 무허가벌채와 도벌 등으로 인한 피해면적은 326ha로 총 2만8636ha에 달하는 산림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종회 무소속(전북 김제·부안) 의원도 국감 자료에서 “최근 5년간 불법으로 훼손된 산지는 모두 1700ha로 축구장 3460개 크기에 달하고 있지만 단속은 연평균 300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이처럼 산지 훼손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주무부처인 산림청이 내놓은 대책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산림청의 사유림 매입 정책이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이만희 의원은 “국내 국유림 면적은 약 164만ha로 국내 전체 산림 면적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해외 임업 선진국의 국유림 비율이 32%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비율로 적극적인 사유림 매수 사업을 통한 국유림 면적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2015년부터 올해까지 산림청이 매해 매수하고 있는 사유림 면적과 예산은 감소 추세로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산림청이 8월 발표한 ‘제2차 국유림 확대계획’에서 매년 1만5000ha의 사유림 매수를 통해 2028년까지 국유림율을 28.3%까지 높이겠다고 한 계획에 대해 “기획재정부에 반영된 산림청의 내년도 사유림 매수 사업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540억원 수준이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사유림 매수 면적을 감안했을 때 과연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계획인지 의문이다. 예산 확보도 없이 사유림 매수 계획만 확대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소나무재선충병 약제, 사전 자체검증 없이 사용=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비용이 대거 투입되고 있지만, 발생지역이 오히려 증가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최대 35배 더 비싼 일본산 소나무재선충병 약제 ‘밀베멕틴’을 사전 자체검증(약효조사) 절차도 없이 산림청이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은 “2015년에 수입한 일본산 밀베멕틴은 2019년 4월까지 총 24억1985만원에 달하는 4714리터를 전국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리터당 51만원이 넘는 고가의 일본산 밀베멕틴을 다른 약제와 달리 국립산림과학원의 사전 자체 검증 없이 사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삼석 의원은 “밀베멕틴이 일본에서 6년간 약효가 있다는 이유로 사용했지만 국립산림과학원 자체 시험 결과 1년 만에 소나무재선충병이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소나무재선충병 약제 전량 중 값 비싸고 효과도 검증이 안 된 일본산과 나머지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산림청 소관이 아니라 농촌진흥청에서 검증해 준 것을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산불피해지역, 산불위험이 더 큰 침엽수로 복구=산불피해지역을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로 복구해 산림청이 오히려 산불 위험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산불피해지역 복구조림 중 침엽수의 사용비율은 2016년 79.4%, 2017년 75.4%, 2018년 81.8%, 2019년 85.8%로 증가추세다. 반면 활엽수는 해마다 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 문제는 활엽수에 비해 침엽수가 산불에 훨씬 취약하다는 지적.

오영훈 의원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분함량 10%를 기준으로 착화시간이 활엽수는 91초인 반면 침엽수는 61초에 불과했고, 화염지속시간은 활엽수 23초, 침엽수 57초로 2배 이상 화재가 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 침엽수가 활엽수에 비해 산불에 더 취약하다는 결과가 있다”며 “산불피해지역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대책’이 맞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추궁했다.

김재현 청장은 “저희도 공감하고 있다. 국유림에 대해서는 대응하고 있는데, 사유림의 경우 산주들의 수요가 있어야 되고 토양에 맞는 종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산림청 산하 등록단체, 일본해 표기=산림청 산하의 일부 등록단체 홈페이지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며 산림청의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의원도 있었다. 최근 같은 문제로 한국임업진흥원 등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산림청 산하의 민간 등록단체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

이양수 자유한국당(강원 속초·고성·양양) 의원은 “산림청 등록단체인 산림환경포럼 홈페이지에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었고, 토요일 확인했다. 한국나무병원협회는 오늘 아침(14일)까지 일본해로 표기돼 있었다”면서 “우이독경(소 귀에 경읽기)도 정말 이런 우이독경이 없다. 대통령과 총리께서 엄중 경고를 한 상황이고 시정요청 공문도 보냈는데 기관장들이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산림청 행정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래가지고 국민들에게 산림서비스를 할 수 있겠냐”라고 비난했다. 

▲수목원장 체육대회 목적 외 집행=부적절한 예산 집행도 지적됐다. 산림청 소속 국립수목원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관서업무추진비’, ‘여비’에 편성해 집행해야 하는 체육대회 회식비 등의 행사경비 2억2400만원을 ‘시험연구비’라는 명목으로 예산 목적 외 용도로 사용했다는 문제를 서삼석 의원이 제기했다. 특히 산림청은 2017년 국립수목원을 대상으로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해당 위반 건에 대해 발견하지 못해 ‘부실한 자체 감사’라는 비난도 제기됐다.

서 의원은 “3년마다 1번씩 하는 산림청 자체감사에서 위법을 저지른 중대 사건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잘못된 예산 집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김재현 청장은 “잘못된 집행이고 감사원에서 경고를 받았고, 합당한 징계를 하겠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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