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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농민기본소득 논의

[한국농어민신문]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소멸 위기 절박감·희생의 보상으로
호당 아닌 농민 개인에 지급
내년 총선 공약으로 입법화 가능


농민수당이냐, 농민 기본소득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다. 이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작년에는 농민수당제 도입에 대한 요구가 대세를 이루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농민이 농사를 지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수익을 올리면 수당을 줘야 하는가, 소득을 보장해서 최소한의 생활을 하게 해야 할까? 수당제든 기본소득제든 많이만 준다면 이름이 무슨 대수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둘은 금액의 문제가 아니고 성격과 지속성에서 차이가 있다. 수당제는 복지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시혜의 성격을 갖는다. 기본소득은 국민 기본권에 대한 논의이다.

그래서 수당제는 복지의 대상이 축소되거나 비수혜자의 저항이 커지거나 복지에 대한 거부감이 큰 정당이 집권을 하면 축소되거나 소멸될 수도 있지만 기본소득은 국민 권리, 기본권에 관한 것이어서 한번 정해지면 쉽사리 없애기 어렵다.

최근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도 여주와 양평, 가평, 연천, 안성 등을 중심으로 농민기본소득 논의가 시작되거나 조례 제정 단계로 가고 있다.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추진 운동본부가 결성되었고 이런 논의에 부응하여 경기도에서는 본격적으로 농민기본소득을 제도화하기 위한 내부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전국적인 농민기본소득 추진본부를 구성하려는 논의도 시작되어 올해 안에 출범을 목표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개념이 이직 생소하고 돈을 정기적으로 그냥 나눠주는 것이 정당하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우리 사회는 댓가없는 무상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물품으로 무상지원을 하고 있고(무상급식), 금전으로 하고 있다(기초노령연금, 청년기본소득).

또, 왜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는가라는 질문도 있을 수 있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전 국민 기본소득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옳다 하더라도 현실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농민들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농가평균소득은 4천 여 만원으로 도시생활자 소득의 2/3 수준이고 농업소득은 농민의 70%가 평균 천만원 이하이고 젊은 후계농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식량주권의 보루인 농업과 농촌은 소멸될 위기라는 절박함과 지난 50년 동안 수도권과 대도시에 인재를 내주고 희생되어온 보상 그리고 줄어들기만 하는 농업 인구가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농민기본소득의 시행을 요구하는 근거이다.

지금 논의되는 농민기본소득은 호당 소득이 아닌 농민 개인에게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들도 농업의 주체로서 헌신하고 희생했기 때문에 여성농민들도 지급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강진이나 해남에서 시행되고 있는 연 60만원이나 70만원의 수당이 아닌 최소 월 3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을 매월 30만원씩 지급하려면 재정규모도 적지 않아서 지방정부의 재정만으로는 어렵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든 농촌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농민기본소득을 공약으로 세우게 해야 한다. 여야를 넘어 모든 후보들이 농민기본소득을 공약으로 걸면 농민기본소득을 입법화 할 수 있다.이에 필요한 재정은 비농민 소유 토지세의 인상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직불제의 조정 그리고 농업 예산의 합리적 조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당장은 농민기본소득이지만 머지않아 농촌주민기본소득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지방이 인구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인구 소멸 위기의 면지역에 거주하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농촌 주민들에게도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박탈감이나 문화적 소외에 대한 보상도 되고 새로운 인구 유인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데 농민기본소득이 희망의 열쇠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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