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 전남 해남군 화원면의 한 배추밭에서 대아청과 고행서 팀장이 배추 농가 정민호 씨와 태풍 피해를 입은 배추들을 살펴보고 있다.

 

세 차례 태풍에 직격탄
멀칭비닐·고랑 그대로 드러나
“보식, 영양제도 소용 없어
30년 농사에 이런 경우 처음”

아산지역은 생육 양호
11월 초부터 본격 출하 앞둬
평년가격 웃도는 수준 전망


“이런 밭은 가락동 갈 화물차 못 탄다. 경운기나 탈런지 모르겠다.” 지난 8일 전남 해남군 문내면 신창리에서 만난 김양균 씨. 경운기에 실어 김장이나 담글 수 있을지 한탄하며 한 말이다. 그가 서있던 밭은 잇딴 태풍과 잦은 비로 배추가 망가져 멀칭비닐과 고랑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김 씨는 이곳에서 4만㎡(약 1만2000평) 배추 농사를 짓는다. 그는 “17호 태풍 ‘타파’까지는 견뎠다. 그런데 18호 태풍 ‘미탁’이 오면서 다 망가졌다”며 “배추가 서있어 멀쩡해 보이는 것 같아도 들어가 보면 시장에 못 올라갈 배추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해남 지역 배추밭을 함께 둘러 본 대아청과 고행서 영업1팀장은 “이 시기면 배춧잎이 자라 고랑을 덮어야 하는데 그런 밭을 찾기 힘들다”며 “마치 수확을 끝낸 밭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장용으로 심어 놓은 해남 가을배추 피해가 큰 상황이다. 8월 말경 정식해 놓은 배추가 세 번의 태풍으로 초토화 된 것이다. 지난 9월 6~8일 제13호 태풍 ‘링링’에 이어 9월 21~22일 17호 태풍 ‘타파’, 10월 2~3일 18호 태풍 ‘미탁’까지 태풍이 지나갈 때 마다 보식을 하고 영양제를 줘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전남 해남군 화원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정민호 씨는 “8월 말에 심은 것은 대부분 망가졌고, 9월에 심은 게 그나마 좀 낫다”며 “그나마 우리 밭은 육묘 관리를 잘해 피해가 덜한데 해남에서 이런 밭은 1% 정도 밖에 안 된다. 30년 농사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고 전했다.

배추 산지유통인 권성태 사장의 말도 마찬가지다. “해남에서 약 13만평 정도를 거래했는데 3만평 정도는 작업을 못했다”며 “한 30%는 망가졌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면적으론 그렇지만 보통 좋을 때 작업하면 250~270평에 차 한 대 분량이 나오는데, 올해는 최고 좋은 물건이라도 거의 400평은 잡아야 한 차가 나온다”면서 “여기에 태풍으로 영양제 등 약값은 지난해보다 2배로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부권 배추 주산지 중 한 곳인 충남 아산 지역 배추는 양호한 생육상태를 보였다. 이 지역 유통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이곳 배추 재배면적은 115만㎡(약 35만평) 내외로 군데군데 약간의 피해가 있었을 뿐 11월 초부터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있었다.

배추 주산지를 둘러 본 대아청과 오현석 영업2팀장은 “중부권 작황까지 나빴다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며 “김장철 배춧값은 평년보다야 높겠지만 폭등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해남에서 생산되는 월동배추에 대해선 “아직 배추가 어려 피해 상황이 어떤지 잘 알 수 없고, 11월 날씨도 봐야한다”며 “월동배추 작황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