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지난해 농식품분야 계열사 
산업용 요금보다 54억 혜택
농사용 전력 사용량 57% 점유
‘영세농 보호’ 취지 위협
대기업은 적용 제외 목소리


영세 농민들의 농업경쟁력 증진 차원에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농사용 전기요금을 일부 대기업들도 똑같이 적용받아 수십억원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또 제기됐다. 같은 문제가 수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어 ‘대기업 적용 제외’ 등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중기벤처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광주서구갑)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기업 농축수산식품 분야의 계열사들이 농사용 전기요금 이용을 통해 34억원의 요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는 일반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요금을 적용할 경우 납부해야 할 요금인 88억원보다 무려 54억원의 혜택을 본 것이라고 7일 밝혔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35% 수준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닭고기 전문 기업인 ‘H’ 대기업이다. 지주회사를 포함 34개 계열사가 사용한 전력 사용량을 산업용 요금으로 적용할 경우 81억원의 요금을 내야 했지만, 농사용 전기 이용으로 실제 납부한 요금은 30억원에 불과해 51억원의 혜택을 봤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8665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대기업 매출순위 32위 반열에 올랐다고 송 의원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5조원대 매출을 올린 국내 굴지의 백화점 계열사와 96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자동차회사의 농업법인도 각각 1억5000만원과 5500만원의 혜택을 챙겼다.

앞선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이훈 더불어민주당(서울 금천구) 의원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하림, 삼성, 오리온, 한화, 현대 등 5개사가 총 151GWh의 전력을 농사용 전기로 사용해 산업용 전기요금 대비 약 96억원을 저렴하게 이용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기업들이 농사용 전기요금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영세농의 농업경쟁력 증진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개설된 요금종류로 농작물 재배, 저온보관, 건조 및 양식 등을 하는 농업 종사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전기공급약관에 따르면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농축산용 시설의 설비용량만 체크한 뒤 농사용 요금 계약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적용 대상을 선정하는 일관된 기준이나 원칙이 없어 전략사용량이 큰 대기업들에게 오히려 더 큰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전 등에 따르면 기업농은 전체 농가호수의 0.2%에 불과하지만, 농사용 전력 전체 사용량의 57%를 점유하고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비례) 의원의 201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농사용 전기사용량 상위 10개 이용자의 1년간 전력사용량은 총 111.417GWh로, 이는 약 2만5000여가구가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상위 10개 이용자 모두 기업농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영세농 보호라는 농사용 전기요금제도의 취지를 위협하는 동시에 일반용, 주택용 등의 다른 용도 사용자의 전기요금 인상 압박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되고 있다.

송갑석 의원은 “영세농을 위한 요금제로 대기업이 수십억씩 특혜를 보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까지 그 혜택이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어이가 없다”며 “대기업의 농업용 전기 요금제 적용 제외를 시작으로 제도적 결함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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