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농산업전문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정부와 친환경농업계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미래세대의 건강과 직결되는 임산부에게 매월 두 번씩 건강한 친환경농산물을 꾸러미 형태로 공급하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에 이어 ‘에코 프라이데이’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에코 프라이데이는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남용으로 인한 토양 및 수질오염 등의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응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을 지구를 지키는 날로 지정해 단체급식 식재료 중 1가지 이상을 친환경농산물로 사용하자는 운동이다. 친환경농업계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통한 국민건강 및 환경보전 등 공익적 기능 제고에 이어 앞으로 깨끗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파수꾼 역할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이런 활동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가 올해 지구를 지키는 농부라는 의미의 ‘팜어스’라는 친환경농산물 통합브랜드를 만든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현재 이 캠페인에 동참한 곳은 경기도 광주시, 상지대학교, 침례신학대학교 등이다. 특히 침례신학대학교는 앞으로 매일 단체급식의 식자재 중 1가지 이상을 친환경농산물로 사용키로 해 에코 프라이데이를 뛰어넘어 에코 에브리데이로 한발 앞서간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활발한 움직임과는 달리 현재 국내 친환경농업의 현실은 참담하다. 당장 지난해 친환경 농가수가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2017년 5만9000여농가에서 5만7000여농가로, 3.6% 감소했는데, 저농약 신규 인증이 폐지되고 살충제 계란 파동 등으로 인증관리가 강화되면서 친환경인증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한 탓이다.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도 2017년 8만ha에서 2018년에 7만8000ha로, 출하량 역시 49만6400톤에서 45만900톤으로, 각각 1.9%, 9.2%감소했다. 이렇다보니 2018년도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가 전년대비 5.4% 감소한 1조2868억원에 그치면서 2009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경지 면적이 크게 늘어나고 유기농 식품·음료시장이 매년 10%이상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국내 친환경농업의 암담한 현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7월에 제주도에서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오던 농민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따라서 이런 아픔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중의 하나가 바로 친환경농산물의 소비 확대다. 그것도 시장규모가 큰 공공적 영역에서다. 기존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및 기업 공공급식, 군인, 대학생 등 시장별, 세대별 맞춤형 공급전략을 갖고 소비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소비가 생산을 견인하기 위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군 급식 친환경쌀 공급 확대, 유기농산업복합서비스지원단지 조성, 소비지 인증제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도 친환경농수산물 등 인증품의 우선 구매 요청 대상 기관 및 단체를 현행 공공기관 및 농어업단체에서 행정기관, 지자체, 학교, 군대, 어린이집, 유치원까지 확대하기 위한 친환경농어업법 개정에 나섰다. 또 우선구매에 따른 해당 기관 및 단체에게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나아가 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포천, 연천, 파주 등 6개 접경지역 군부대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키로 했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처음이 중요하다. 시작이 좋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러려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준비가 소홀하면 실수를 하게 되고, 그러면 그 일에 대한 신뢰성과 추진력도 상실하게 된다. 국회와 정부, 친환경농업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해 보다 더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과정을 거쳐 친환경농어업법 제55조(우선구매)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또 내년에 본격 추진될 임산부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지원사업, 에코 프라이데이 캠페인 등의 사업도 많은 토의와 논의를 거쳐 완벽한 준비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철저한 준비로 성공하는 친환경농업 정책이 많을수록 친환경농업이 처한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고, 공익적 가치 확산, 환경파수꾼의 역할 또한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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