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정부 기금출연 법 개정 추진에
농식품부 “실효성 떨어져” 반대
기업 자발적 출연 재차 강조

“처음부터 국민·농민 기망”
국회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 


농어촌상생협력기금(농어촌상생기금)이 민간 기업의 참여 저조로 목표액 대비 달성률이 20%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활성화 방안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으로 전락할 지경에 처했다. 정부의 기금 출연을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려는 것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어서다. 대안 마련이 여의치 않으면서 “제도 도입 당시 정치권이 국민을 기망하고 농민을 속였다”는 비난이 국회의원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최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논의했다. 해당 법안은 정운천 바른미래당(전북 전주을)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것으로, 농어촌상생기금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정부의 기금 출연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부 출연에 따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소위에 참석한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정부 출연금을 재원으로 조성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상생기금은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조성하기로 했던 부분이 있었고, 목표 부족분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할 경우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 유인이 더 낮아지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욱 차관은 또 “정부예산으로 하면 농식품부 예산으로 가야 할 텐데, 결국 농업 투자 재원이 쓰이게 되면 별 실익은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면서 “사전에 관계부처와 협의를 했는데, 기재부 등 다른 부처도 다들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곧바로 쓴 소리가 따라붙었다. 정운천 의원은 “어떻게 하든지 상생기금을 정부나 국회가 기망해서는 안 된다. 10년간 조성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진행돼야 하는데 이렇게 용두사미로 끝날 지경에 있어서 법안을 냈으면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해답을 찾으려고 애를 써야지 안 된다고 하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농어촌상생기금은 2015년 11월 한·중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사항으로 내놓으면서 2016년 법 개정을 거쳐 2017년 1월 도입됐다. FTA 수혜를 입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인데, 2019년 8월 기준 599억원 조성(3년차 목표액 3000억원의 20%)에 그치는 실정이다. 당시 농업계가 조세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를 요구했지만, 재계 반대에 부딪혀 정부와 정치권이 농어촌상생기금으로 대체한 것. 자발적 참여에 따른 기금 조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농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에서 농어촌상생기금 도입을 추진한 정치권이 처음부터 국민과 농민을 기망한 것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이 법은 당시 정치권이 사실상 국민을 기망하고 농민을 속인 것”이라며 “솔직하게 정치권이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고백하고 다른 대안을 마련하든지 노력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 이 법에 근거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자는 얘기는 실효성도 없고 실현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과 농민을 기망한 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운천 의원도 “맞다”라고 호응하며, “이 법안을 폐기하든지 아니면 보완 대책을 강구하든지 둘 중에 하나가 돼야 된다. 이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농식품부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은 “농식품부 장관이 국무위원 자격이 있으니 국무회의에서 상생기금을 안건으로 올려서 논의를 해 보거나 경제단체와 의견을 나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갖고 와라”고 정부에 주문했고, 정운천 의원은 “정부가 최대한 대안을 찾아봐야 하고, 대안이 없다면 개정안을 통과시켜 농민들을 더 이상 기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계에서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무역이득공유제라는 농업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재계의 힘에 밀려 도입한 것이 농어촌상생기금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애초 밝혔던 취지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기금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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