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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은 막걸리의 날] 3번의 숙성, 100일의 기다림···‘호랑이 배꼽’서 천천히 익어갑니다<1>호랑이배꼽 막걸리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이혜인 밝은세상녹색농촌체험마을 대표가 양조장 입구에서 호랑이배꼽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11월 1일은 막걸리의 날로 2011년 처음 제정됐지만 10년 전 막걸리 붐에 비해 규모가 줄어들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의 우수 막걸리 양조장은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다양한 막걸리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에 본보는 막걸리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에 위치한 호랑이배꼽 양조장을 시작으로 지역 주요 막걸리업체를 소개하고 막걸리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제언도 들어보고자 한다.

느티나무 아래 자리 잡은 호랑이배꼽 양조장은 시음장 겸 갤러리와 양조장, 한옥 체험장이 자리해 있었다. 특히 양조장이 위치한 포승읍은 바닷가가 인접해 멀리 서해대교가 보이는 등 어촌과 농촌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이혜인 밝은세상녹색농촌체험마을 대표를 만나봤다.



평택 바닷가와 인접한 양조장
갤러리·한옥 체험장도 갖춰

100% 지역 쌀과 누룩 섞어
와인처럼 만들고 와인잔에 시음
가벼운 바디감에 배 맛 뽐내
“한식에 곁들이는 문화 퍼져야”

‘미식회·소호의 밤’도 앞둬


#막걸리 한잔에 담긴 맛과 멋 그리고 예술

홍대에서 출발해 1시간이면 도착하는 호랑이배꼽 양조장은 예술가 집안이 빚은 술로 유명세를 탄 양조장이다. 서양화가 이계송 화백이 2009년 처음 막걸리를 내놓기 시작해 2013년엔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이혜인 대표가 귀농해 함께 양조장 일을 도왔고, 최근엔 의류디자이너인 언니 이혜범 씨가 호랑이배꼽 양조장의 제품 디자인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호랑이배꼽 양조장에서 만드는 술은 총 2가지로 ‘호랑이배꼽 막걸리’와 웃는 호랑이라는 뜻의 증류주 ‘소호’이며 100% 평택 쌀로 제조하고 있다.

호랑이배꼽 막걸리는 육당 최남선의 ‘한반도 호랑이 지도’에서 평택이 호랑이의 배꼽에 위치에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이 지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이혜인 대표는 “경기도 최남단인 이곳은 집성촌으로 함평 이씨가 600년 동안 거주했던 곳”이라며 “평택이 단순히 지나쳐가는 곳이나 쉽게 소비되는 지역이 아닌 맛과 멋, 예술이 깃든 명소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10년째 접어든 호랑이배꼽 양조장은 작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관광지로 활성화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 (왼쪽) 호랑이배꼽 양조장은 막걸리를 항아리에서 100일간 발효한다. (오른쪽)막걸리가 익어가는 양조장 건물 모습.
▲ 호랑이배꼽 막걸리, 소호 등 양조장의 제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와인 잔에 맛본 막걸리

갤러리를 구경한 뒤에는 시음장에서 본격적으로 막걸리를 맛봤다. 보통 막걸리는 사발에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에선 호랑이가 그려진 와인 잔으로 마셨다. 와인 잔 역시 이혜범 씨가 직접 디자인했다. 막걸리인지 와인인지 헷갈릴 정도로 재미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랑이배꼽 막걸리는 무겁거나 텁텁한 맛이 아닌 특유의 시원한 배 맛과 가벼운 바디감을 자랑했다. 이같은 맛의 비법은 증기로 쌀을 쪄서 고두밥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와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기 때문이다. 생쌀을 직접 만든 누룩과 섞어 3번에 걸쳐 숙성해 100일을 기다리면 비로소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이혜인 대표는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배 과수원을 보고 자란 아버지는 처음엔 배로 와인을 만들어보기 시작하셨다. 거기서 영감을 받아 다음엔 와인을 만드는 방식 그대로 막걸리를 만들어 상품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프리미엄 막걸리의 개념이 생소했던 10년 전만해도 100일 동안 막걸리를 만든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리곤 했다. 또는 이런 가벼운 맛이 무슨 막걸리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호랑이배꼽 막걸리가 다양한 막걸리 맛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호평을 듣게 됐다”고 전했다.

이혜인 대표는 최근 1인 셰프들이 작은 식당을 창업하는 추세가 늘어나는 게 막걸리를 제조하는 지역 양조장들에겐 희소식이라고 전했다. 이혜인 대표는 “1인 셰프가 운영하는 소규모의 한식당에서 한식에 어울리는 지역의 다양한 막걸리로 차별화하기 위해 꾸준히 양조장으로 연락이 온다”며 “특색 있는 한식에 우리술을 곁들이는 문화가 널리 퍼진다면 지역 양조장이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혜인 대표는 10월 27일 한옥 체험장에서 단골 손님들을 초청해 해금연주와 함께하는 미식회를 열 계획이다. 한옥 체험장은 tvN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1988’ 촬영지로 양조장 투어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다. 11월엔 재즈와 함께하는 ‘소호의 밤’도 기획중이다. 마지막으로 이혜인 대표는 “문화 예술을 기반으로 우리술을 멋지게 표현해 내가 사는 이 지역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고 지키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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