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은 서로 검증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짜뉴스’를 남발한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짜뉴스는 ‘허위조작정보’를 의미하는 말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언급하는 것을 통칭한다. 이러한 가짜뉴스 유포는 언론사들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내 양돈 농가들도 가짜뉴스에 상처를 입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고기 가격’과 관련한 보도다.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강력한 바이러스의 질병이 국내에 첫 발생했다’는 보도와 함께 각종 포털의 뉴스 페이지를 점령한 기사가 ‘돼지고기 가격 폭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1kg 4400원 수준이었던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재고가 부족해져 5000원대 후반, 6000원대까지 폭등했고,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됐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부는 “높아진 원료육 매입 가격에 장사하기 힘들어 질 것 같아 걱정”이라는 음식점주의 인터뷰도 곁들였다. 가뜩이나 질병 발생으로 돼지고기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게 된 소비자 입장에선 돼지고기 구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내용이다.

당시 정확한 시장 상황은 이랬다. 추석연휴 이후 도축작업을 16일, 단 하루밖에 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고, 전국적인 이동중지 명령까지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돼지 출하량이 부족해진 탓에 며칠 가격이 상승했다. 이동중지 명령 해제 후 돼지가 다시 시장에 나온 19일 도매가격은 5828원으로 내려갔다. 최근(4일 기준)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생산비(4200원) 아래인 3500원대까지 떨어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가격이 폭등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가짜뉴스인 셈이다.

이런 가짜뉴스를 생산한 언론사들은 이후 ‘알고 보니 아직은 돼지고기 공급 및 가격에 문제가 없다더라’는 식의 후속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이미 ‘돼지고기 가격 폭등’이라는 단어가 각인된 후였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돈 농가에게 돌아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악성 전염병 발생은 축산 농가 입장에선 강력한 태풍·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나 마찬가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포함한 가축 질병 보도에도 자연재해 상황처럼 보다 신중한 접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우정수 기자 축산팀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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