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허선진 중앙대 교수

인체 감염 없고 돈육 섭취도 안전
과도한 위기조장 자제 마땅
신속 대처로 소비자 불안 잠재워야


우려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경기도 파주 지역의 양돈 농가에 발병한데 이어, 이웃한 몇몇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지만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과 감염된 돼지고기 섭취에 관해 우려하고 있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으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유럽과 아시아로 확산되는 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인체로 감염된 사례는 없을 뿐만 아니라 감염된 돼지고기를 섭취 후 인체가 감염된 보고 또한 없다는 것이 학계와 정부의 결론이다. 인간을 비롯한 고등동물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생리적온 37℃에 가장 잘 증식하도록 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열에 비교적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열한 고기를 섭취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노출된다고 해도 감염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결론이다.

다만, 일부 매체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로 인해 국내 양돈 산업이 초토화 되어 수 십 년간 국내산 돼지고기를 못 먹게 될 것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나오고 있고, 일부에서는 2009년 신종플루가 돼지독감과 같다는 취지의 글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주장들이 더 설득력을 가지기 마련인데, 이러한 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냉정하게 사태를 주시하고, 해결책을 찾고 또 신속하게 실천하는 것으로, 결코 괴담에 흔들리거나 패닉상태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국내 양돈산업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신속하게 대처해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시급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 사육중인 대부분의 돼지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도입한 외래종으로 우리가 고유 품종으로 지켜야만 하는 가축은 아니다. 국내에서 개량된 우수 품종도 있기는 하지만 필요하다면 해외에서 도입할 수 있는 가축이기 때문에 수 십 년간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거나 하는 등 과도한 위기조장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정부는 바이러스의 유입과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소독과 검역을 철저히 실시해야 하며, 일반국민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국 여행 시 축산농가 방문을 금지하고, 반입제한 품목인 고기와 육제품, 반려동물 사료 등을 반입하지 않아야 하며, 부득이하게 소지한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과도한 괴담들이 유포되지 않도록 대국민 설명 또는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인체에 안전 하냐”라고 묻는다면 전문가들은 “안전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에 있어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느냐 한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돈육 섭취가 건강상 안전하다고 해서 모두가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며, 어떻게 보면 안전과 안심은 별개의 사안이다.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안전한 고기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축산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또한 냉정하고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본디 진실은 감동이 없고 거짓은 호소력이 짙은 법이다. 우리 모두 감동 없는 진실을 마주할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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