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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최양부의 자전적 농정사 <9>민·개방화에 대응한 새 도전에 나서다-(10)마침내 21세기를 향한 산업사회 농정패러다임을 수립하다

[한국농어민신문]

우농 최양부

대통령소속 경제구조조정자문회의는 1988년 10월부터 대통령 보고를 위한 최종보고서작성을 위한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위원들이 분야별로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검토한 후 분과위원회와 전체회의 심의를 거쳐 대정부 정책 건의를 담은 보고서를 확정했다. 농정부문 보고서작성은 순전히 나의 몫이 되었다. 자문회의는 10월 28일 노태우 대통령에게 개방시대에 대응한 정책개혁방안을 보고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5월부터 시작된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해산했다. 자문회의의 대정부 정책 건의는 부처별 정책 수립에 중요한 정책자료가 되었다.

자문회의 활동은 나에게는 매우 특별하고 유익한 경험이었고 큰 보람이었다. 6개월간 비농업계 전문가들과 우리 농(農)이 당면한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의논하면서 새로운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다. 자문회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농정분야에 대한 농업계와 비농업계 간의 의견 차이를 극복하고 자문회의 보고서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시작 당시의 우려를 불식하고 자문위원들이 우리 농림수산업과 농어민, 농산어촌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문제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가운데 대정부 정책건의안을 채택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성공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1세기 농정기획반 특별작업을 통해 새롭게 정리한 ‘21세기 산업사회 농정패러다임과 정책과제’를 자문회의안으로 채택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보람이었다. 자문회의 활동 경험은 그로부터 6년 후인 1994년 2월 김영삼 정부가 추진한 ‘대통령 농어촌발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연구원으로 복귀한 후 자문회의 활동으로 지연된 21세기 농정기획반 최종보고서 마무리 작업을 서둘렀다. 1987년 2월 이후 1988년 12월까지 진행된 작업 결과들을 바탕으로 ‘21세기를 향한 농림수산경제의 갈등과 새 도전’(한국농촌경제연구원, 1989.5)이란 종합보고서 집필에 몰두했다. 부문별 보고서는 21세기 농업의 선택(이정환)과 임업(이광원), 수산업(박성쾌), 농산어촌(최양부) 발전전략 등 4권으로 정리되었으며, 별도로 수행된 기초연구결과는 4권의 보고서로, 21세 농업ㆍ농촌에 대한 전문가 여론조사 및 전문가 초청토론 결과 등은 2권으로 정리했다. 21세기 농정기획반은 1989년 5월까지 총 11권의 21세기 농정보고서를 출판하는 것으로 2년 3개월간의 21세기 농정수립을 위한 특별작업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980년 말 ‘80년대 새 농정방향의 구상’ 특별작업을 시작으로 개방농정과 증산농정을 넘어 새로운 ‘대안 농정’을 찾아 나선 지 8년여 만에 마침내 ‘21세기를 향한 산업사회 농정패러다임’을 수립했다.
 
대통령소속 경제구조조정자문회의가 활동을 시작할 무렵인 1988년 5월 농수산부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GATT 발 개방화라는 초대형급 태풍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위기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개방되면 다 죽는다’라고 외치며 개방화에 저항하는 농어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농수산부는 ‘기존의 농정 틀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혁해야 한다.’라며 대안 마련을 서둘렀다. 농수산부는 이미 1986년 ‘3ㆍ5 농어촌종합대책’을 통해 농정의 새로운 방향 정립을 시도했으나 개방시대 영세 소농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인 농업구조개혁을 위한 조치들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1987년 3월 ‘농어가 부담경감대책’ 그리고 1987년 12월 ‘농어촌경제활성화대책’ 등과 같이 대통령 선거를 위해 급조된 대증적이고 단기적인 선심성 정책들은 개방시대에 대응한 농정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농정의 새 틀을 짜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농수산부는 1988년 5월부터 7월까지 직원 중심으로 ‘선진조국 창조를 위한 선진국 농업제도 조사단’을 만들어 2개월간에 걸친 조사 활동을 했다. 농수산부는 1988년 12월 이병기 차관 지시로 조일호 국장을 단장으로 박창정, 안종운, 김정호, 이수화, 김상옥, 나승렬 등으로 특별작업단을 만들어 철저히 대외비로 특별작업을 수행했다. 조일호 단장은 1987년 국장 승진 후 21세기 농정기획반 작업지원을 위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파견근무를 하면서 우리는 21세기 개방시대 농정의 새 틀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1972년 6월 미국 유학길에서 처음 만난 우리의 ‘우연한 만남’은 15년 만에 농정개혁을 위한 ‘운명적 만남’이 되었다. 그는 농수산부로 복귀한 후 전권(全權)을 가지고 농정의 새 틀을 설계하는 특별작업을 주도했다.
 
1989년 1월 이병기 차관 주재로 열린 농수산부 간부 회의에서 조 국장은 작업 결과를 발표했다. 농정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 발표회를 간부들은 ‘악동들의 반란’이라고 불렀을 만큼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특별작업단은 정책발표 이후 보완작업을 거쳐 1988년 3월 27∼28일 양일간 지방간담회를 통해 농어민여론을 수렴하고, 당정 협의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대통령 보고까지 마치고, 4월 28일 ‘농어촌발전종합대책 (농발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로 발표한 지 30주년을 맞이한 농발대책은 우리 농정의 판과 틀을 새로 바꾼, ‘우리 농정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21세기 농정기획반의 특별작업은 농발대책의 이론적 토대는 물론 새로운 21세기 산업사회 농정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김정호, 이수화, ‘농어촌발전종합대책 추진’, 농정반세기 증언, 한국농정 50년사 별책, 한국농촌경제연구원편찬 1999:670-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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