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국 낙농육우협 감사 ‘우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 퇴비장에 BM활성수를 살포 중인 원유국 감사. 정부가 퇴비 부숙도 검사를 의무화하기에 앞서 농가에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게 원 감사의 주장이다.

퇴비장 확보 힘든 중소 농가
고속발효기 설치도 큰 부담
퇴비공장으로 보내려해도
수분 조절 톱밥비 만만치않아

부숙 상태 직접 가늠도 힘들어
농기센터에 확인 장비 갖춰야
발효 돕는 ‘BM 활성수’도 지원을


정부가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며 내년 3월 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기준이 적용된다. 내년부터 농가형 퇴비 부숙도 기준이 전면 시행되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에 이어 퇴비 부숙도 기준 시행으로 농가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경기 이천시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낙농육우협회의 원유국 감사를 만나 퇴비 부숙도 기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농경지에 퇴비 살포 시 퇴비화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시설규모 1500㎡ 미만은 부숙 중기, 1500㎡ 이상은 부숙 후기 또는 완숙돼야 한다. 이 고시는 내년 3월 25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정부의 이번 방침에 농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농가 경영비 상승이다. 중소규모 농가들은 퇴비장을 지을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고속발효기를 설치할 수 있지만 1대당 가격이 1억5000만~2억원에 달한다. 지자체의 보조를 받는다고 해도 8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매일 쓰는 기계가 아닌 고속발효기를 농가가 큰 비용부담을 떠안으며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 원유국 감사는 “지자체에 따라 연간 5~6곳에 고속발효기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원금을 받아도 농가가 부담할 비용이 적잖다. 결국 농가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중소농가의 축사 내 가축분 퇴비의 부숙과 농경지 살포 지원, 축산악취 저감 등을 위해 올해 140개소의 퇴비유통전문조직을 육성한다는 계획이지만 농가들은 이마저도 부담스럽다. 원 감사는 “퇴비공장에 보내려면 분뇨 내 수분 함량을 일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며 “수분 함량을 맞추려면 톱밥이 필요한데 톱밥 구입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퇴비의 부숙 상태를 농가가 직접 가늠하기도 어렵다. 퇴비의 부숙기간은 분뇨의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분석기관을 통해 부숙정도를 파악해야 하지만 부숙도 분석기관은 전국적으로 100여곳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퇴비 부숙도 검사가 원활하게 수행될지도 의문스럽다. 원유국 감사는 “수분 함량이 맞지 않으면 1년을 방치해도 부숙되지 않는다”며 “차라리 농업기술센터에 장비를 지원해 농가가 그곳에서 무상으로 퇴비의 부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취 저감 및 발효 등에 효과적인 BM 활성수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천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축산농가에 BM 활성수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원 감사는 “BM 활성수를 축사와 퇴비장에 뿌리면 부숙과 발효가 잘 되고 분뇨에서 냄새도 덜 난다”며 “이 같은 지원이 중소농가들에겐 더 효과적”이라고 요구했다.

원유국 감사는 또 “아직 현장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내년 3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범법자가 될 농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부가 무조건으로 제도를 시행하려 하지 말고 농가들이 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충분히 준비한 후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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