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농어민 기본수당’ 법제화 추진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정의당 농어민위원회가 윤소하 국회의원과 함께 지난 19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어민 기본수당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농민수당 도입이 지방농정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 현재 전남 해남군이 최초로 2019년 6월부터 농민수당을 실시, 연 60만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전남도와 전북도가 기초지자체와 협의해 내년부터 농(어)민 공익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조례를 준비 중이다. 충남도와 경기도 등의 광역지자체와 다른 기초지자체에서도 관련 조례 제정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 농어민위원회(위원장 박웅두)가 농어업 기본수당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한 ‘농어민 기본수당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 농민수당 논의가 중앙정부 차원의 논의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요비용의 40~90% 국가 부담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 설치
농어업인 사회적 책무도 담아

해남서 6월 시작된 농민수당 
전남·전북은 내년부터 지급
충남·경기 등도 적극 검토 중

수당 도입 가장 큰 문제는 ‘예산’
금액 적어 ‘막걸리 수당’ 비판도
농가 단위 지급 땐 여성농 소외
“종사자 수 따라 차등지급 검토를”

◆농어민 수당 도입 배경 및 현황
=농민수당 도입과 관련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민중당, 정의당 등이 농민기본소득, 농민수당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의 개별 후보들도 농민수당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후 지자체를 중심으로 농민수당 논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농민수당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은 전남. 해남군이 가장 먼저 농민수당 지원 조례를 제정, 반기별로 30만원씩 연간 60만원을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이에 앞서 강진군은 1월부터 ‘논밭경영안정자금’ 명목으로 연간 70만원을 농가에 현금과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함평군은 ‘농어가 수당 지원조례’를 제정, 분기별 30만원씩 연 120만원의 수당을 지급키로 하고, 지난달 6708명의 농어업인에게 첫 수당을 지급했다. 화순군도 의회에 조례안이 제출돼 올해 안에 농민수당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전북은 고창군에서 첫 농민수당 조례가 통과됐고, 충남 부여군, 경북 봉화군도 농민수당 협의를 완료했다.

특히 전남도와 전북도는 시·군과의 협의를 통해 광역자치단체 주도로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며, 충북·충남·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전농과 민중당을 중심으로 농민수당 조례 제정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수입개방 확대와 함께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다양한 농림사업이 추진됐지만 농민들의 실질 농업소득은 급격히 감소, 갈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농촌사회의 붕괴는 지역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중앙정부보다 지역농민의 절박한 심정을 더 잘 아는 지자체 단체장과 지역의회가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어민 기본수당 지원법 주요 내용=법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농어민 기본수당 지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농어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한 농어업인의 사회적 책무도 담았다. 국무총리 산하에 농어업인기본수당위원회를 설치, 기본수당 직접지불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기본수당 수급권자는 농어업경영체의 경영주 및 농어업종사자. 여기에 영농조합법인 또는 영어조합법인에 1년 이상 소속된 농어업종사자도 포함시켰다. 대신 수급권자는 신청연도 직전 1년 이상 해당 농어촌 지역에 주소를 두고 계속하여 거주해야 한다.

지급액은 매월 10만원 이상의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되, 해당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지급시기 및 지급액, 지급방법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비용 분담과 관련, 지지자체의 농어업인 인구 비율 및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소요 비용의 40~90%를 국가가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은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상호 분담토록 했다.

◆관련 쟁점과 과제는=현재 지방자치단체가 농민수당 지원을 검토하면서 가장 크게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예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철원 전남도지사 정책보좌관은 “애초 김영록 도지사가 후보시절 월 10만원 수준의 수당 지급을 약속했지만, 시·군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월 5만원, 연간 60만원 수준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라면서 “일단 낮은 금액이라도 농어민들에게 조건 없는 수당 지급을 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농민단체는 지급액을 연간 120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급대상도 논란인데, 도는 지급대상을 농어업경영체 등록 경영주(24만3122명)로 한정했다. 이럴 경우 총 1459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40:60 재정분담비율에 따라 도는 584억, 시·군은 875억원을 분담해야 한다. 농민단체의 요구대로 전체 농어업인으로 확대할 경우, 대상자는 37만4727명, 예산은 2248억원으로 늘어난다.

최 보좌관은 “막걸리 수당이냐는 비판이 나올 만큼 농민들 입장에선 적은 금액이지만, 현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로 봤을 때 1500억원은 큰 부담”이라면서 “그렇다고 중앙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어 가능한 수준에서 먼저 추진해 나가고 있는만큼 향후 국가 재정 투입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개별 농민이 아닌 농가 단위로 지급할 경우 여성농민이 또다시 정책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농가 쪼개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높다.

박웅두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수당 지급을 시작한 강진군의 경우 올들어 경영체 수가 6%나 늘었다. 전국 평균이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쪼개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부작용을 줄이려면 기초노령연금 지급 방식을 응용, 경영체 단위로 하더라도 농업 종사자수를 감안해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기천 전남 영암군의원은 "지급 대상자를 모든 농민으로 확대하되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고려, 경영체당 농업종사자가 1인일 경우 100%, 2인일 경우 170%, 3인일 경우 240% 등으로 차등 지급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2010년 귀농해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이기도 한 그는 “농어민 기본수당은 영세소농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라면서 국가 재정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재 영세소농들은 대부분 날품팔이를 한다. 무안 가서 양파, 고구마 캐고, 노인일자리 희망근로하면서 한 달에 40만~50만원이라도 벌어야 근근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들 영세소농들에게 최소 월 10만원 이상의 기본수당이 지급된다면 삶을 지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어민 기본수당이 농어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당이 지역화폐로 지급되면서 지역내 영세 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는 방편이 되고 있다는 것. 그는 “처음에 농민수당을 도입한다고 하니까, 중소 자영업자의 반발이 컸지만 막상 도입 이후 그 혜택이 골목상권으로 고스란히 돌아가 선순환형 경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지방, 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농업군과 농촌경제를 살리는 일에 국가 재정이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고향인 양양으로 내려가 사과농사를 짓는 4년차 초보농부로서, 그동안 나를 포함해 정부나 학자들이 뭘 했나 싶을 정도로 농업·농촌의 위기가 심각하다”면서 “토건업자나 컨설팅업자들에게 돌아가는 각종 보조금 등의 농업예산을 재편, 하루빨리 농민 수당이나 공익형 직불처럼 농민에 대한 직접 지원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농정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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