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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감염경로 파악 안돼 긴장 고조···전국 확산 차단에 총력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군 양돈농장으로 살처분에 필요한 자재를 실은 트럭이 들어가고 있다. 김흥진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17일(파주)과 18일(연천)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문제는 발병 원인 파악에 난항을 겪는 것은 물론 해당 양돈장을 출입한 차량이 전국 500여곳의 농장·도축장 등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 현황 및 확산 가능성, 정부의 대응 방안 등을 취재했다.

이동중지 명령 해제 후
돼지고기 가격 하락세로
소비심리 위축 우려 목소리

파주·연천·동두천 등 6개 시군
중점관리지역 지정 소독 강화
3주간 타 지역 반출 금지
경기도, 긴급방역비 10억 투입

소독시설 확대·돼지반입 금지 등
지자체마다 차단 방역 강화
축산업계 회의·모임 잇단 취소


▲발생 현황=지난 17일 새벽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공식 확인된 파주시 소재 양돈농장(번식농장)은 의심 신고 접수 즉시 긴급방역조치에 들어가 동일한 농장주가 소유한 2개 농장(비육농장)의 돼지까지 총 4927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완료했다. 예방적 살처분의 경우 질병의 심각성을 고려해 범위를 발생농장 반경 3㎞까지 확대했으나 주변에 다른 양돈장이 없어 파주에선 질병 발생 농장(동일 소유주 농장 포함) 외에 추가적인 살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에서는 살처분 범위를 ‘발생농장 반경 500m 이내’로 명시하고 있다.

18일 새벽,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군 소재 양돈 농장(일관사육)에서도 바로 맞닿아 있는 농장주 아버지 농장의 돼지까지 모두 47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질병 발생 농장 인근 3㎞ 이내 양돈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1만여 마리도 땅에 묻혔다. 19일부터 이동중지 명령은 해제된 상태다.

▲ASF 확산에 촉각=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후 하루 만에 연천에서도 터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현재 질병 발생 농장 및 해당 지역 양돈 농가, 축산 관계자들은 바이러스 감염 경로 파악과 추가 발생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파주와 연천의 두 농장 모두 소독 및 차단 방역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감염 경로인 사료, 출입 차량, 도축장 등 역학 관련 차량·시설에 대한 예찰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농식품부에 따르면 파주와 연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농장을 출입했던 차량이 파주 324곳과 연천 220곳(20일 기준)의 농장과 종축장, 도축장, 사료공장 등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최소 4일에서 19일로 알려졌다. 발생농장을 출입했던 차량의 이동경로와 바이러스 잠복기간 등을 감안할 때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장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요 매개체로 꼽히는 음식물류폐기물을 사료로 사용한 농장이 아닌데다, 농장주들이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국적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비발생 지역인 네팔과 스리랑카 출신으로, 외국인 노동자들도 네팔인 1명만이 올해 자국을 방문한 것 외에 우리나라 국경을 벗어난 사실이 없다.

파주·연천 농장 두 곳 다 인근에 북한과 이어진 하천이 있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또 다른 주요 매개체인 야생멧돼지가 북한에서 내려와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무창돈사 형태로 돼지를 사육해 온 두 농장의 특성상 가능성으로만 오르내리고 있다. 확실한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만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어느 곳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양돈 전문가, 추가 발생 가능성도 염두=양돈 전문가들은 추가 발생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대 3주 정도로, 파주·연천 농장의 질병 발생 시점부터 3주 정도는 추가 발생에 무게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구제역 등의 사례를 비춰 봐도 바이러스 잠복기 동안 대부분 질병 확산이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여기에 조사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파주와 연천의 양돈장 모두 밀폐된 무창돈사 형태에, 방역을 잘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자 이 농장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후 발생한 농장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때문에 역학조사 시 이런 부분까지 모두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현섭 한국양돈수의사회 회장은 “아직 역학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다만 농가 상황이나 여러 정황을 보면 두 농장 간 역학 관계없이 국내에 먼저 들어와 있는 바이러스에 의해 각각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경우 추가 발생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김 회장은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돼지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국내산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질병 발생 직전이었던 16일, kg당 4403원이었던 도매시장 평균 가격은 17일 5838원, 18일 6201원으로 16일 대비 각각 32.6%, 40.8% 올랐다. 그러자 각종 언론매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다는 제목의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돼지고기 시장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돼지 도매가격 상승은 추석연휴에 들어간 이후 도축작업을 16일 단 하루밖에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국적인 일시이동중지 명령까지 겹쳐 일시적으로 돼지 출하량이 부족해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된 19일에는 돼지가 시장에 다시 나오면서 도매가격은 5828원으로 하락했다.

오히려 사육마릿수 증가와 소비감소, 평년대비 늘어난 수입량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늘어난 공급량과 소비감소 탓에 국내산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오랜 기간 하락세가 이어져 왔다. 올해 국내산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 4월과 추석이 있었던 이번 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산비 수준인 ㎏당 42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양돈 농가들은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가 더 줄어들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한덕래 부장은 “추석 연휴 때 도축이 이뤄지지 않아 냉장육 재고가 없었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이동중지 명령까지 걸려 물량을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이것이 일시적인 도매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규모 업체에서는 보유하고 있던 냉장육 재고량이 부족해 이번에 매입한 물량이 시장에 나갈 경우 일부 소비가격에 반영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가을은 돼지고기 소비 비수기에 들어가는 시기로, 질병 확산이 없다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축산업계, ASF 확산 방지 총력=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연천·포천·동두천·철원·김포 등 6개 시·군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소독차량 31대를 동원해 437곳에 대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또 거점소독시설(10개소)과 통제초소(30곳), 농가초소(267곳)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3주간 타 지역에 반출할 수 없으며 지정된 도축장(4개소)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부는 파주와 연천 농가 역학관계 농장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14개 특별관리지역(경기 7·강원 5·인천 2)의 농가들도 검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9일에는 소독차량 843대를 동원해 전국 양돈농가 6300호에 대한 소독을 실시했다.

지자체들도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는 17일 파주·연천지역에 긴급방역비 10억원을 즉각 지원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17일부터 지방청과 지역 경찰서에 24시간 재난상황실을 운영, 상황 전파와 즉각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전북도는 18일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해 대책 수립에 나섰다. 또 거점소독시설을 긴급 설치하고 모든 축산차량이 소독 후 소독필증을 발급 받아 운행하도록 했다. 전남도는 24시간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실을 설치했고 타 지역 돼지의 도내 반입을 금지시켰다. 국제공항인 무안공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홍보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경북도도 도지사를 본부장인 가축방역대책본부를 꾸렸고 도내 전 시·군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18일에는 경북도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대책을 점검했다. 제주도는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대책 심의회를 열고 타 시·도산 돼지고기의 지육·정육·내장에 대한 반입 금지 및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축산업계도 지난주 예정됐던 나눔축산운동본부 이사회(18일)와 축산발전협의회(20일)를 잇따라 취소하고 각종 회의와 모임을 연기하는 등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동취재반 : 이현우·우정수·이장희(경기)·양민철(전북)·최상기(전남)·조성제(경북)·강재남(제주) 기자 leehw@agrinet.co.kr

●파주·연천지역 현장은
“외출도 자제하며 신경썼는데…” 허탈감 속 방역 고삐


현재 파주에는 91개소의 양돈 농가에서 돼지 10만여 마리를, 연천은 100여 농가가 17만71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이들 지역 농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후 내려진 일시이동중지 명령과 혹시 모르는 질병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농장에 대기하며 차단 방역에 힘쓰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질병 발생 직후 방문한 파주와 연천지역 어디에서도 양돈 농가들을 만날 수 없었다. 현장에서도 전화 연락으로만 농가 상황을 접하는 것이 가능했다.

파주·연천의 양돈 농가들은 경기 북부지역이 북한과 인접해 있는 만큼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을 접한 후 경기도 농가에도 언젠가는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농가들의 방역 노력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생각보다 빨리 발생했다고 안타까운 목소리를 전했다. 이운상 대한한돈협회 파주 지부장은 “지난 5월,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역 내 위기감이 높아졌고, 국내에서는 경기도에 가장 먼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올 것이라 생각은 했다”면서 “그러나 파주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특별관리지역에 포함된 이후 규모에 상관없이 양돈 농가 간 모임을 모두 금지하고, 개인적인 외출도 되도록 자제하면서까지 농가 스스로 방역에 최선을 다했는데 예상보다 감염 농가가 빨리 발생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경식 한돈협회 연천 지부장도 “그동안 농가 간 교류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정부와 지자체 안내대로 소독 등 질병 발생 예방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결국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감염 경로조차 파악되지 않아 더 답답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더 이상의 질병 확산은 막아야 한다며 농가 자체적인 철저한 차단 방역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별다른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현 상황에선 농가 자체적으로 철저한 소독과 농장 관리를 하는 것 외에는 더할 것도 덜 할 것도 없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농가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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