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전북 진안 해발 350m 고원서
흑돼지 1300여마리 키워
액비순환시스템 구축 통해
냄새 민원 없이 ‘연매출 7억’
“테마공원 조성이 조그마한 꿈”


냄새 때문에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솔선수범해 냄새 없는 청정축사를 만들어 특산물 흑돼지 사육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축산농가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 진안군 진안읍 정곡리 해발 350m의 고원, 깨끗한 농장에서 진안 특산물인 건강한 흑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남상일(57·한농연진안군회장)씨가 그 주인공이다.

남씨가 축산과 인연을 맺은 건, 군 제대 후인 지난 1986년 농어민후계자(낙농)에 선정, 젖소 4마리를 구입한 것이 계기다. 5년 동안 착유 젖소 10마리까지 늘렸다. 축사 신축 과정에서 산림훼손 이유로 벌금을 내는 쓰라림도 맛봤다. 축사를 헐고 새로 지으면서 젖소에서 한우로 변경했다. 한우를 4년 동안 키웠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빚에 허덕여 한우를 접는 고통을 겪었다.
남씨는 1995년경 선진지 견학 중 흑돼지 맛이 일품이라는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흑돼지 새끼 3마리를 구입했다. 당시 진안군에서 특산물로 육성키 위해 흑돼지를 장려했던 시기와 맞물린 것. 남씨는 자신이 키운 흑돼지가 맛이 좋다는 주위의 평에 따라 흑돼지를 사육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남씨는 동물도 자연 흐름과 같이해야 한다는 취지로 액비순환식시스템 청정축사를 신축 한 것. 분만사와 임신사·자돈사에 이어 비육사·육성사 등 체계화 된 농장을 만들었다. 농장은 축사 5동 퇴비사 2동, 관리사 1동, 창고 3동이다. 현재 모돈 130여두에 자돈 1300여두로 연 매출 7억여원에 달한다.

자연 흐름에 맞춘 액비순환시스템은 액비저장탱크로 모아진 분뇨에 산소를 공급하고 미생물을 배양해 발효 처리를 거쳐, 정화된 액비는 다시 돈사 안으로 올려 보내지게 돼 악취 저감과 분뇨처리에 효과가 좋다. 통풍식의 막사 내부는 돼지 활동에 적합한 24℃로 맞춰져 적정 온도 이상 상승하면 자동으로 팬이 가동, 온도 조절 기능을 하도록 했다. 나아가 EM(유용미생물균)으로 실내 청소와 소독을 하고 모기 잡는 전자식 전격 살충기도 설치했다.

이런 노력에 농장은 냄새는 물론 모기나 파리가 거의 없는 깨끗한 청정농장으로 변신했다. 농장이 소재한 이곳 우무실 마을은 40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 냄새로 민원이나 마찰 한 번 없다. 물이 풍부하고 물 맛 좋기로 유명한 이곳 흑돼지는 청정수와 사료에 미생물·숯가루를 먹고 자란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돼지는 스트레스는 물론 병 발생도 거의 없다.

어쩌다 아픈 돼지가 발생하면 자신과 부인이 직접 채취해 만든 매실엑기스와 솔잎식초 등을 희석해 먹이면 금방 치유된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흑돼지는 눈을 보면 건강함을 알 수 있다. 충혈 된 돼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청정축산을 강조한 남씨는 노력과 연구로 더욱 맛이 좋은 흑돼지 개량에도 성공했다. 흑돼지(105kg 정도)는 일반 돼지에 비해 성장 속도가 1개월 정도 더딘 반면 마리당 5∼6만원 소득이 높다.

남씨의 흑돼지는 심한 일교차로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고 쫀득하며 담백한 맛과 식감이 뛰어나다. 돼지 특유의 잡냄새도 없다. 흑돼지는 진안읍내 한 정육점에서 모두 소화할 정도로 인기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택배로 공급된다.

남씨는 사육에 앞서 납품처인 정육점을 미리 확보하고 규모를 늘렸다. 안정적인 생산·출하를 위해서다. 경영의 섬세함을 알 수 있다. 진안흑돼지 브랜드 ‘깜도야’는 한국 지방 자치 브랜드 대상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1등급 품질을 인정받았다. 남씨의 흑돼지농장은 농협전북지역본부로부터 청정축산환경대상 전북 예선,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농연진안군회장을 맡고 있는 남상일 씨는 “축산에 가장 골칫거리인 냄새 없는 환경을 위해 축산 농가 스스로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면 가능하다”면서 “앞으로 깨끗한 농장을 지속 유지해, 사육에서 유통·가공, 먹거리 체험이 가능한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조그마한 꿈”이라고 밝혔다.

진안=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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