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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낮춘 동남아 과일 봇물···국내 과일시장 ‘야금야금’ 잠식 우려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대기업 해외농장 투자 맞물려
현지 생산 후 국내 반입 추진
과수업계 “산업 붕괴” 강력 반발

딸기·파프리카 중심
필리핀에 스마트농업 구축
정부 사업계획도 도마위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대기업의 해외 농장 투자 등이 맞물려 국내 시장에 동남아산 열대과일이 대거 들어올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일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스마트팜 농장을 지원하는 등 정부의 해외 농업 투자에 대해서도 관련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과일업계에선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캄보디안 현지 망고농장·APC(농산물유통센터) 구축과 이를 통한 캄보디아산 망고의 국내 시장 진입과 관련해 국내 과수산업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대기업이 외국 현지에 농장과 APC를 건설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과일을 국내로 반입하겠다는 것은 국내 과수산업을 붕괴시키겠다는 처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며 “특히 한 기업이 그렇게 해서 이윤을 취득하면 다른 기업들도 앞 다퉈 여기에 참여해 결국 과당경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중국산 김치의 국내 시장 잠식도 결국은 우리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서 그렇게 된 것이고, 과일산업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필리핀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인도와의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추진 등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인해 관세를 낮춘 열대과일이 대거 국내시장에 진입할 경우 국내 과일 시장에 수입과일 입지가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국내에서도 열대과일 재배가 늘어나고 있어 현재에도 직접적인 경합이 될 수 있고, 기후 변화 속에 열대과일 재배가 더 증가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도 국내 과일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대도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사는 “에콰도르 등 중남미산 바나나 물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필리핀산 바나나 관세까지 낮아지면 바나나 시장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동남아 여행이 많아지고 있어 동남아산 열대과일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늘어나는 시점에 동남아산 과일 물량이 대거 들어오면 열대과일에 대한 접근성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과수품목위원장은 “대기업이 해외 농장을 건립해 국내로 과일을 들여오고,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관세가 인하된 동남아산 과일 물량이 대거 국내 시장에 풀리면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과일산업을 고사시키게 만들 것”이라며 “특히 기후 변화 속에 제주도와 남부지역에서도 바나나는 물론 망고까지 재배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에 현재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국내 과수산업에 상당한 악영향만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필리핀에 스마트 농업(딸기, 파프리카)을 구축한다는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해당 품목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수가 정부의 지원이 들어가는 수출통합조직에 속해 있어 공개적인 비판을 하진 않더라도 내부에선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한 딸기 수출업체 대표는 “지금 당장은 검역 문제로 필리핀에 딸기 수출이 되진 않지만 필리핀 현지 업체가 실사를 오는 등 몇 년 전부터 검역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리조트, 관광업체 등에선 한국산 딸기 수요도 크다”며 “이런 것을 고려치 않고, 더욱이 쌀 등의 주식도 아닌 딸기와 파프리카 품목에 대해 스마트팜 농장 지원을 한다는 것은 국내 수출 농가는 고려치 않은 행보”라고 비판했다.

파프리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만일 우리 정부 지원을 받고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딸기와 파프리카와 관련해 정부가 ‘해외에는 수출할 수 없다’는 규정을 삽입하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필리핀 이외 나라에서도 우리 품목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반적으론 국내 농업의 현실을 등한시한 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과일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대기업 관계자가 해외농장 투자와 이를 통한 수입과일의 국내 시장 역수출을 장밋빛 청사진으로 제시했다”며 “이는 정부가 얼마나 우리 농업을 안일하게 인식하고 외면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공업화와 산업화에 농업만이 희생됐던 옛 전철을 현 정부도 답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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