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농 최양부

대통령소속 경제구조조정자문회의는 국제적 개방시대 농정의 핵심은 농림수산경제의 주체인 농림어가의 경쟁력 향상을 통한 지속적인 소득증대와 생활 안정을 위한 영세 소농구조의 혁신이라고 보았다. 농림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궁극적으로 농림어가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문회의는 그동안의 품목 중심 증산 위주 농정을 농림어가(사람) 중심으로 바꾸고 개별적인 농림어가가 처한 사회경제적 여건과 장래희망 등에 따라 3가지 발전 유형을 설정하고 유형별로 차별화된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 나는 1980년 12월 ‘80년대 새 농정방향의 구상’(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책협의회 시리즈 6, 1981.1)에서 처음 개념적으로 소개한 이후 농가 실증 조사연구(1983) 등을 통해 발전시켜온 ‘농가 유형별 발전전략’을 자문회의에 설명하고 자문회의의 동의를 얻어 자문회의 보고서에 반영했다.

첫째 농림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專)업적 중견 농림어가의 육성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전(全) 농림어가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시행해온 각종 농업재정금융지원방식을 전면 개편하고, 전업적 농림어가에게 정책자금 등을 우선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확립하고, 이들에 의한 농지, 산지, 바다 자원의 소유와 이용이 용이하게 하는 제도혁신과 생산기반 정비, 기술개발, 신속한 정보전달체계확립과 가격안정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농림수산업에서 타 산업으로 직업 전환 등 전(轉)업이나 겸업을 희망하는 농어민의 재촌탈농(在村脫農)이 가능하도록 직업기술훈련과 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농촌공업개발 등을 위한 공업의 지방 분산과 교통통신망 확충 등 농산어촌 지역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셋째는 영세한 농림어가의 자활지원과 생활 안정을 위한 사회보장지원강화와 함께 특히 빈곤의 세습화를 막기 위해 자녀들에 대한 직업기술교육 및 취업 알선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한 ‘농어민 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농림수산업의 구조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탈농(脫農)을 희망하는 농림어가의 농지와 산지를 전(專)업농가들이 값싸게 이용하거나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업농가의 규모화 촉진을 위해 이들에게 농지매입자금을 우선 지원하며, 전(轉)업이나 은퇴 등 탈농을 희망하는 농가의 농지를 우선으로 매입 또는 임차할 수 있게 하며, 고령 농가의 경영 이양 촉진을 위해 증여, 상속 제도를 개선하고 영농을 담당하는 자녀에게 ‘한 자녀 상속’하는 농가에 대해 상속세를 감면하는 조치를 마련한다. 이를 위하여 ‘농지금고(가칭)’를 설립하여 농지 수매 및 농가 간 원활한 농지매매와 임대차를 촉진하는 제도를 확립하되 직접경작을 하지 않고 부동산 가치 증식 등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비농민이나 법인에 의한 농지의 소유와 매입을 금지하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다만 농민인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비농민자녀의 자경(自耕) 하지 않는 농지의 보유는 단기간에만 허용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는 높은 누진율의 재산세를 부과해야 한다. 유명무실한 이동단위의 ‘농지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전국적인 ‘농지 소유와 이용에 관한 특별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농지에 대한 투기와 그에 따른 지가상승 등을 규제하고 전업농가에 의한 농지 소유와 이용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농지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농지자원의 무질서한 전용을 억제하고 합리적인 보전과 이용을 위해 지금까지의 지목(地目), 필지 중심의 농지보전방식도 권역과 지역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우수한 영농후계자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의 농고 교육을 영농후계자 육성중심으로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품목별 생산자단체 등 전업농가 간의 자조적인 협동 영농조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이들 조직에 농업 법인격을 부여함으로써 이들이 실질적인 농업생산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자문회의는 이상과 같은 농림어가의 구조혁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농림어가의 장래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정책 유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농림어가 발전지원법(가칭)’을 제정한 한편, 농림어가의 경제와 생활실태 (예를 들면, 경영주의 나이, 노동능력, 영농후계자 유무, 자원보유상태, 소득 및 생활 수준, 장래희망 등)에 대한 특별조사를 촉구했다.

자문회의는 이상과 같은 구조혁신을 실천하는 정책수단들이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범정부적 차원의 농정을 추진하기 위한 ‘농림수산 구조혁신정책조정심의기구’의 설치 운영이 바람직하며, 농협, 축협, 수협 등이 진정으로 농어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민주화하고, 농어민단체 활동을 활성화하는 등 농정운영방식을 민주화하는 제도혁신을 건의했다. 자문회의는 지방화 시대에 걸맞게 지방정부에 의한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추진이 가능하도록 중앙과 지방간의 농림수산행정업무 이양 등 업무조정을 통한 행정기능과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식량부족 시대의 증산 위주 농수산행정조직을 국제적 개방화, 시장경제화, 지방화, 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개편하고, 특히 농정기획과 구조정책기능 강화를 건의했다. 자문회의는 구조혁신을 위한 재정투융자의 대폭적인 확대가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농산물시장개방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이득의 상당 부분을 농업구조혁신을 위한 재정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 할 것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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